유리라면새 것으로갈아 끼우면 되겠지만어디 꼭꼭 숨겼길래미소에 가렸는지마음을 찾지 못했네쏟은 말네게 흘렀지 오늘 만난 당신 역시금 간 맘일지 모른다고혀에 베어 예리하게조각난 기억들을조심히 건네 말로도툭, 건들지 모른다고 -「깨진 유리창의 법칙」 너와 나. 나와 그들. 우리는 서로 진정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내내 불가능한 하나가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태경 시집 “액체괴물을 탄생”은 이처럼 불가해한 타자성, 불화하는 자아 속의 타자성을 유리의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프롤로그 「유리다
이제 대안학교는 치유의 공간이 되어야 할 거예요. 일본은 이미 그런 추세라고 해요. 한국도 곧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치유의 공간에서는 상처가 터져 나올 수 있다. 상처가 드러나지 않는 치유는 불가능하다. 학생들의 상처가 터져 나올 때마다 나의 상처 또한 움찔했다. 학생들과 내 상처는 서로 만나 깊은 가을 뱀사골 단풍처럼 활활 불타오르며 지리산을 홀라당 태워 버릴 듯했다. 내게 치유자가 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치유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대꾸에 친구가 대답했다.“이 세상의 모든 치유자들은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거기 연인이 있는 걸 모르고 사람들이 지나간다. 해가 저물고 있으므로 모두 동쪽을 향해 간다. 서쪽으로 나아가면 숲은 하염없이 깊어지고 동쪽으로 나아가면 어김없이 도시로 회귀한다. 동일한 방향으로 그림자가 고요히 따라붙는다. 그들은 하나같이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처럼 걸음을 서두른다. 자칫하다간 숲에 남겨질지도 모르기에 간절해진다. (후략) -「한 폭의 빛」 중에서.요람 속 이불을 덮은 아이를 돌보는 여자, 그 여자를 찾아오는 어머니, 마지막으로 숲의 끝에서 검은 모포를 두르고 서 있는 사내. 김수온의 첫 소설집의 표제작 「한 폭의
사단법인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상국)는 지난 2월 26일 토요일 오후 3시 경의선 책거리 2층 공간산책에서 제35차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총회에서 제21대 이사장으로 윤정모 소설가, 사무총장으로 박관서 시인이 선출되었다. 임기는 3년이다.윤정모 이사장은 1968년 장편 〈무늬져 부는 바람〉을 펴내며 작품 활동 시작했으며 1981년 여성중앙 중편 공모에 〈바람벽의 딸들〉이 당선됐다. 그는 작가회의 상임이사(1990~1992), 자유실천위원장(1993~1994), 양심수후원회 부회장(1990~1994)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수
우리에게 낯설고도 친숙한 그 이름 조선. 과연 조선 시대에도 재난지원금이 있었을까? 여기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은 조선을 복지국가로 바라보고 그를 통해 우리 현대 사회의 더 나은 앞날을 고민하는 책이다. 현대 기술이 발전하고 물질적 풍요가 뒤따름에 따라 근래 복지 정책에 관한 관심도 한껏 증대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에 대한 두려움과 우려도 적지 않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통해 미래를 본다고 말한다. 만약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시뮬레이터처럼 여길 수 있다면 복지국가의 앞으로를 예측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여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비주류의 것들을 사랑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남들이 잘 듣지 않는 음악, 남들이 잘 보지 않는 영화, 남들은 하찮게 취급하곤 하는 삼류소설이 그것이다. 우리는 남몰래 이런 작품들을 사랑하며 다양한 시각을 키워왔다. 여기 21세기 대한민국식 펄프픽션을 정립해보고자 기획된 앤솔로지 “펄프픽션”은 ‘B급 영화’가 더는 삼류 영화나 싸구려 영화가 아닌 ‘주류가 아닌’, 더불어 하나의 장르의 형태로 확장되었듯 ‘펄프픽션’을 새롭게 재발굴하고자 하는 앤솔로지다. 펄프픽션 Pulp Fiction은 20세기 초반에 유행한 싸
무더운 여름이 다녀간 것도 잠시, 독서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거리의 옷차림 역시 달라진 선선한 계절. 가을을 맞아 문예지들도 가을 옷을 입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저마다 색색의 빛깔로 찾아온 문예지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문학동네 가을호”올여름 숏컷으로 상징되는 ‘남현 밈’을 둘러싼 논란은 올림픽 선수도 피해가지 않았다. 안산 선수이 숏컷과 세월호 뱃지 등을 놓고 ‘페미니스트이므로 금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백래시에 놀란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백래시는 비단 올림픽 기간에 갑작스레 나타난 것은 아니다. 그간 페미니즘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민족 대명절 한가위가 돌아왔다. 코로나 19로 예전 같지 않은 한가위 분위기지만, 명절 연휴를 앞두고 설레는 기분 만큼은 여전하다. 뉴스페이퍼는 추석 연휴를 맞아 쉬는 동안 읽기 좋은 책을 엄선해보았다.이어지는 추천 도서는 시집과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었다. 뉴스페이퍼는 코로나 19와 함께 다양해진 명절 모습 속에서 저마다 어울리는 책을 골라 읽을 수 있길 바라며 이 가을에 어울리는 책 다섯 권을 소개한다.올해 추석에는 고향을 찾지 않고 집에 남아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고향 대신 캠핑
2018년 대비 웹소설 시장 매출액 78.7% 성장 지난 6월 한국출판산업진흥원에서 2020 출판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가 발간됐다. 본 보고서는 2020년 5월 25일부터 2020년 8월 31일에 실시한 출판산업 실태조사를 집계, 분석한 것으로 조사 기준시점은 2019년 12월 31일이다. 조사 대상은 출판사업체, 오프라인 서점, 온라인 서점, 도매·총판, 전자책 유통사, 전자책 충판사로 사업자 등록증을 보유하고 있는 사업체다. 목표 모집단 중 2019년 매출이 발생한 사업체가 조사 모집단으로 확정되었다. 출판사업체 모집단 수는
누구도 무장하지 않아, 생명들그냥 그대로 잘 자라는 곳 사람들 오가지 않아, 식물들저절로 천국 이루는 곳 통일이 되더라도, 동물들그냥 그대로 살고 싶은 곳 눈 감으면 여기 초록 영혼들우르르 남북 향해 달려 나가지 달려 나가 남북꽉 채우지중립의 새ᄊᆞᆨ들로 가득가득 채우지 -이은봉 시인, ‘중립의 새싹들 ―비무장지대’ 전문. 대전문학관장 이은봉 시인의 열두 번쨰 시집이 발간됐다. 시집 “걸어다니는 별”은 전작 “생활”에서와 같이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진실로 가득하다. 시를 찾기 위해 멀리 가지 않고 우리 곁에 있는 다양한 소재들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이 ‘예술과기술융합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융복합 예술 페스티벌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를 개최한다. 시각 및 다원 예술 기반 작가 35팀이 참여한 이번 페스티벌은 2021년 9월 17일부터 오는 12월 1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는 기술과 과학이론을 토대로 작품의 형식적 측면보다는 개별 작업들이 지니고 있는 메시지와 협업구조, 오랜 리서치 결과에 주목한다. 특히 동시대 주요 의제 중심의 예술 창작 플랫폼을 지향하는 아르코미술관은 이번 페스티벌에서 기후 위기와 팬데믹 시
성프대에 가면오래 잊은 듯한 좋은 일이 있을 듯하네.꽃을 사랑하는 디디미스포츠맨 아도니스식단 차려주는 거북이분위기 띄우는 봉노선생한마음으로 만난 도반선생들.서로 만나 악수하면 외로움은 저만치 달아나네.오고가는 정담 속에 사랑은 피어나고세월이 흘러모든 것이 안개처럼 사라져도이 순간 보석 상자에 담아두고 싶네.사랑하는 이들이여,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지리산 둘레길 떠도는 바람은 알고 있으리.-이ㅇ원, ‘만남[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노숙인들을 위한 인문학 대학이 만들어졌다. 2005년 9월 개교 이래 올해로 1
AI 성우와 함께 귀로 듣는 뉴스페이퍼! 자동 읽기를 원치 않을 시 일시정지를 눌러주세요. 지난 6월 정우영 시인이 국립국문학관 사무국장의 임기를 마쳤다. 뉴스페이퍼는 국립한국문학관의 첫 실무적 초석을 쌓은 정우영 시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 앞서 정우영 시인은 “홀가분하다. 일할 때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국립한국문학관 초대 사무국장이라는 직위에 대한 부담이 꽤 있었던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어떤 중압감에서 놓여난 듯 가벼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문학계 관계자들의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국립한국문학관은 현재 어디
최근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둘러싸고 각계의 논쟁이 거듭되고 있다. 기업 내 관리 체계 부재 등으로 중대 재해 발생 시 경영자 처벌을 강화하는 해당 법안은 여러 유예 규정과 함께 통과되어 ‘보완입법’을 요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희생 이후 약 50년, 우리는 아직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사회와 노동을 이야기하는 문학은 여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 중요한 국
[뉴스페이퍼 = 김보관] 작년 초 우수상 수상자에 대한 저작권 양도 문제로 문학계의 비판을 받아온 이상문학상이 올해 수상자를 발표했다. 올해 수상자는 이승우 소설가로 “에리직톤의 초상”, “지상의 노래”, “전기수 이야기” 등의 대표작을 갖고 있으며 현재 대표적인 친일문인기념상인 동인문학상 종신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이상문학상은 우수상 수상작가의 작품에 대한 “3년간의 저작권 양도”와 함께 “표제작 사용, 단행본 수록 불가”를 통보했다. 문학사상 측은 처음 문제가 제기된 이후 이의를 제기한 작가에게만 일부 조항
3일 주한헝가리대사관 초머 모세 대사가 김순남 작곡가 관련 자료 세 점을 기증했다. 김순남 작곡가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 전후 왕성한 활동을 보여준 이로 국내 최초의 피아노 협주곡, 첫 해방가요, 한반도 최초의 본격 오페라 등을 작곡하는 등 국내 작곡사에 굵직한 한 획을 그었다.‘천재 작곡가’로 불리며 어려서부터 두각을 나타낸 김순남 작곡가는 국내외의 주목을 받으며 일본, 소련 등지로 유학을 다녔다. 이후 그의 월북으로 인해 한동안 우리 역사 속에 지워진 그에 관한 기록은 1988년 해금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발굴되기 시작했다.
호송차에서마쓰다 도키코(松田解子)젊은이는 호송차에 실려 형무소로 끌려갔지 나카노구(中野區) 에코다(江古田)의 동료들 눈앞에서젊은이 이름은 K팽팽한 한 꺼풀 눈, 설렌 듯한 말투그 한 꺼풀 눈이 젖어 있었네솜씨 좋은 치과기공사로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를 애독했었네1952년 6월 초여름조선전쟁 반대 데모를 했었지젊은이는 감시 대상이 되었네그 데모 때문에 감시 대상이 되었네조선에 소생해야할 평화가 적과 함께 저주받았지 젊음이의 눈에 조선이, 평화가, 그것을 소생시키는뜨거운 불꽃이 타올랐기 때문이라네에코다, 이케부쿠로(池袋)의 할아버지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의 두 번째 날이 밝았다. 30일에는 ‘포스트 코로나와 문학’과 ‘신화와 여성’을 주제로 한 아시아문학포럼이 개최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었으며 줌라이브를 통해 세계의 작가들과 마주했다. 특히 ‘신화와 여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아시아문학포럼 2부 순서에는 공선옥, 윤정모 작가와 방글라데시의 샤힌 아크타르, 중국의 츠쯔젠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2000년 데뷔한 샤힌 아크다르는 인권 기구인 에인 오 살리쉬 켄드라 소속이며 독립전쟁 당시 성폭행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
‘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반품 도서나 재고 도서에 대한 15% 이상의 추가 할인 판매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출판사가 ‘파쇄’를 선택하고 있다. 반품 도서 또는 재고 도서를 창고에 보관하는 데에만 해도 물리적, 자본적 지출이 기약 없이 뒤따르기 때문이다.며칠 전 소명출판의 박성모 대표는 자신의 SNS에 “오늘, 10톤 트럭 서너대 분량의 책을 파쇄하기로 결정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이어 “저마다 성격은 좀 다르지만 출판사들이 종종 겪어야 하는 일이 파쇄다. 그래도 장부 정리를 위한 최소한의 일은 해야 하지만 가
잠깐 스쳐 지나갈 줄 알았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삶을 뒤덮은 지도 어느덧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감염증 환자가 처음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고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가동되기 시작했다.한때 ‘마스크 대란’이 불던 것도 잠시. 이제는 마스크 수출까지 허용되는 등 상당 부분 안정적인 대응책이 마련됐다고는 하지만, 마스크 없는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소상공인들이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