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일그러진 초상친일문학은 제국의 통치 논리를 내면화한 식민지 문학의 집단적 질병이었다. 또한 근대 실현과 근대 극복이라는 모순된 질문, 다시 말해 조국의 발전을 통한 독립과 일본제국주의의 초극이라는 이중적 과제에 대해 식민지 지식인들이 제출한 비극적 형식의 오답이었다. 식민의 근대적 주체는 처음부터 분열되고 일그러진 형상으로 예고되었다.‘친일문학’은 한국에서의 근대적 주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한 고유한 측면이다. 일제 강점기 이래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근대적 주체는, 자기 자신과 사회를 ‘근대화’하는 동시에 그 ‘근대화’
지금에 생각하면 그것은 지극히 부도덕한 일이었다.소재가 분명하지 못한 무덤 하나를 찾느라고여余가 발로써 밟은 수효는 500으로써 헤지 못할 것이었다.그리고 여余가 밟은 곳은 모두 무덤의 마루인지라말하자면 죽은 이의 배, 혹은 가슴의 직상直上일 것이었다.1)세상이여 내가 당신을 떠날 때개천가에 누었거나 들에 누었거나죽은 시체에게라도 더 학대하시오그래도 부족하거든이다음에 나같은 사람이 있더래도할 수만 있는 대로 또 학대하시오,그러면 나는 세상에 다신 안 오리다그래서 우리는 아주 작별합시다.2) 1. 들어가며한국 근대문학에서 김동인의 위
1. 일제 협력에 대한 변명의 논리해방 후 김동인이 발표한 단편소설 '학병수첩'(, 1946)에는 “조선의 해방은 미국이 준 바도 아니요, 중국이 준 바도 아니요, 또는 소련이 준 바도 아니요, 하늘의 선물이다.”1)라는 해방에 대한 서술자의 평이 달려있다. 당시 전쟁의 흐름이나 조선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관계 등을 전혀 고려치 않고, 혹은 무시해버린 채 해방의 공을 ‘하늘의 덕’으로 돌려버리는 진술은 전쟁 과정에서 일어난 수많은 희생과 국내외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들의 노력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여지가
10월 22일 오후 제6회 세계한글작가대회가 폐막됐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사단법인 국제펜 한국본부가 주최한 이 대회는 온라인 비대면 국제 행사의 성공적인 모범 사례가 됐다는 평갑니다.이승하 중앙대 문창과 교수의 이 같은 표현처럼 이 대회는 코로나 19 사태 이후 처음 열린 국제 문학 행사였습니다. 주최 측은 수시로 정부의 코로나 방역 지침을 강조했고, 참석자들 모두 행사 기간 내내 마스크 착용은 물론 행사장 내 거리두기에도 적극 나서 이번 행사의 성공적인 운영을 도왔습니다.10월 20일 오후 개막식을 시작으로 22일까지
나는 이 글을 동네 카페에서 쓰고 있다. 점심시간 이후에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예전을 떠올리면 지금 이 공간은 오붓할 정도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단계가 바뀔 때마다 카페의 구조도 조금씩 달라진다. 중앙에 있던 큰 테이블이 빠진 지는 오래되었다. 거기에 작은 테이블이 듬성듬성 놓여 있다. 음료를 주문하는 자와 주문받는 자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다. 음료를 섭취할 때 빼고는 모두들 마스크를 낀 채로 있다. 1년 전만 해도 이상했을 풍경이 이제는 더없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통유리로 된 문밖을 바라본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끼고
이미 여러 번 말한 적이 있어서 다시 이 문장을 꺼낸다는 것이 상당히 겸연쩍지만, 그러한 마음을 무릅쓰고 다시 한번 더 말하건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창작의 정의는 바로 이것이다.“우리는 ‘객관적 관찰자’라는 위치에서 내려와서 환자와 얼굴을 맞대고 공감적 상상력 속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런 협력, 참여 관계맺기 속에서만 비로소 그들이 어떤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우리에게 파킨슨증 환자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지를 말해주고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아니, 그들이 아니라면 누가 말해줄 수 있
올 7월 중순에 완도에서 완도문협 주관의 문학 행사가 있었다. 공무원들이 섬 입구에서 섬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체온을 재고 통과시켰다. 예전엔 누구나 반겼던 섬의 어르신들이 코로나19 위험 때문에 외부인들이 섬으로 들어오는 것을 많이 꺼린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했다. 섬은 교통이 불편하고, 병원이 아주 멀다. 완도문협 회장님은 행사 장소를 바닷가의 한적한 공원으로 정했다. 회원들 열댓 분이 오셨다. 모두 그 지역 분들이지만 마스크 쓰기, 손 소독,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켰다. 시 공부가 여느 때보다 매우 진지했다. 발표하는 강사도 듣는
처음에는 중국 우한시에서 박쥐와 뱀을 먹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바이러스 감염병에 걸렸다는 소식에 대해 다들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매스컴에서는 단순히 “병의 희생자들”에 대해 보도했다. 그저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알린 것이다. 그러다가 갑작스레 그 전염병이 번졌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이 너무나도 중요한 사건에 대해 아무도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냥 “궁극적으로 치명적인 병이라 해도 아주 먼 곳에서 퍼지고 있는 거니까 우리한테까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코비드19 시대의 삶에 대해 쓰려고 하니 우리가 겨우 몇 달 전까지도 정말 느긋하고 안이하게 살았다는 걸 깨닫는다. 2월 마지막 주에 난 뉴욕에서 내 절친한 친구인 님니의 집에 앉아 정치와 자식 양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님니에게 그녀의 나라 미국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님니는 “트럼프는 그게 민주당의 사기라고 생각해”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기분을 좀 풀어 주려는 듯 내가 말했다, “우린 런던에 보리스 존슨이 있고 인도엔 모디가 있으니까 우리도
1.오늘 밤, 마치 달빛에 취한 듯, 몇 그루 나무에서 적어도 새 세 마리가 그토록 용감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당신은 새들 음표의 어지러운 질감을 하나의 지도로 말아 올릴 수 있으리. 횡으로, 그 다음엔 종횡으로 접히는 기쁨과 탄식의 시들이 그 지도에 납작하게 붙여져서 다른 천 가지 종(種)에게 산들바람 크기의 봉투에 담아 보내어질 것이다. 이해되리라는 희망 없이.2.최근에, 나 또한 내 꿈들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암호화를 엿듣는 중이다.지금까지 내가 배운 것: 나는 모든 노래와 웃음이 끝나기를 바라지 않는 것만큼이나 죽고 싶
( [한국의 문예비평] 동인문학상 적절성 논란 속 들여다보는 ‘야비한 자연주의 - 김동인론’ (1) 은 이곳(클릭)을 통해 읽으실 수 있습니다.) 3. 그는 과연 전범이 될 만한 ‘모범적’ 작가였나자, 나는 앞에서 김동인의 실체에 대해, 즉 그가 비록 자칭, 타칭 한국 근대 소설의 선구자라는 고평을 받아왔다손 치더라도 이것은 사실 형식에 대한 일부 ‘인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었지, 그 내용에 있어서는 전혀 땅뜀(감히 생각조차 못하다)을 할 수 없음을 지적하였다. 그러니까 프랑스의 정치적 패배주의의 문학적 반영인 자연주의의 일본적
1. 문제제기‘한국 문단의 노벨상’이라 자처한다는 (오창은, 문학평론가, ‘친일문인기념문학상 이대로 둘 것인가 세미나 자료) 동인문학상(조선일보 주관) 수상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 가타부타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령, 제 아무리 교육적 의도가 좋다 하더라도 12살 어린이에게 성인영상물을 틀어주는 것이 적절할 수 없는 것처럼, 꼭 그처럼 반민족친일부역행위가 명백한 문인의 행적과 작품을 기리는 행위가 신뢰성과 정당성을 지닌 것인지 간단없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 어떤 행위가 적절한가의 문제는 무엇이 정확하고 옳
한국문인협회 제40차 전국대표자대회 모습입니다. 10월 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대한민국예술인센터 3층 아뜨리움홀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약식 행사로 치러졌습니다.#이광복 이사장 / 코로나 19 관련 언급한국문인협회 소속 전국 대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제6회 전영택문학상 시상식입니다. 이날 시상에 앞서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전영택 선생의 문단사적 업적부터 기렸습니다. #이광복 이사장 / 전영택 선생 평가제6회 전영택문학상 수상자로는 시집 《그리운 것들은 강 건너에 있
최현배(1894∼1970) 선생은 국어학자로서 잘 알려져 있다. 국어학자 이외에 다른 면모도 있다. 최현배 선생은 독립운동가, 한글운동가, 사회사상가이기도 하였다. 분명 최현배는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조선어 말살 정책에 맞서 조선말을 수호한 독립운동가였다. 선생이 남긴 "우리말본"(1937)과 "한글갈"(1942)에 잘 드러나 있다. 언어 독립투쟁 때문에 1942년에 구속되었고,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았으며, 해방 이후 1945년 8월 17일에 함흥형무소에서 출옥하였다. 아울러 일제 시기 이래 서거할 때까지 문자생활에서 국한문혼용 대
한국문학번역원이 전국을 돌며 개최하고 있는 번역시 교차 낭독회 제주 행사 모습입니다. 9월 25일 저녁 제주시 수상한집에서 펼쳐진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남방큰돌고래》,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제주어 마음사전》 등으로 친숙한 제주 토박이 현택훈 시인입니다.최지혜 소설가의 사회로 영어번역가 김유정, 배영재 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는 시어로 압축된 제주의 아픈 역사와 아름다운 풍광이 영어 번역시로 낭독돼 유튜브를 타고 지구촌 곳곳으로 전파되었습니다.첼리스트 문지윤 씨의 공연으로 시작 된 이날 행사에서는 작가와
[뉴스페이퍼 = 알량한(필명) 에디터] 흔히 ‘올드미디어’라 불리는 기성 언론의 위기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종이 신문을 읽고 TV 뉴스를 챙겨보는 것이 오히려 낯선 시대다. 포털사이트의 뉴스도 예전만큼의 영향력은 사라지고, 자극적인 광고와 무의미한 속보 경쟁만 치열하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38개국의 뉴스 신뢰도 중 한국은 4년 연속 꼴찌를 달리고 있다. 저널리즘의 시대는 끝나버린 것일까. 변화가 절실한 순간임이 분명하지만 언론사들이 하루아침에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아니, 변화가 가능하긴 한 걸까. 대표적인 뉴
[뉴스페이퍼 = 알량한(필명) 에디터] 반려견 인구가 천만 시대를 맞이했다. 5조 원에 육박하는 시장규모라고 한다. 사람들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며 개를 더 잘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맺으려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인다.동시에 개는 우리 일상 속에서 가장 상스러운 욕설에 자주 등장하는 익숙한 동물이기도 하다. 아직도 개고기 논란이 이어지고, 유기견 처리로 사회가 골머리를 앓는다. 개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이기에 이토록 온도차가 큰 대우를 받는 것일까. 『독한 세계사』는 인류사의 다양한 사례 속에서 개가 겪어온 일들을 되짚어본다.개가
우리의 삶을 둘러싼 캐릭터들[뉴스페이퍼 = 강윤슬 에디터] 바야흐로 콘텐츠의 시대이다. 카카오톡 메신저의 이모티콘을 필두로 우리의 삶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다양한 캐릭터들이 산재해 있다. 유행에 따라 수많은 캐릭터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기를 반복한다.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도 있는 반면, 저런 게 왜 인기를 끄나 싶은 의아한 것들도 간혹 있다.최근 유행하는 ‘펭수’를 처음 봤을 때만 하더라도 귀엽다는 생각보다 왜 그렇게 인기가 있나 싶었다. 눈은 흰자위가 너무 많이 보여서 조금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했더랬다. 하지만 펭수의 영상을 보고
평양의 도로와 자동차차창 밖, 일요일 오전의 평양 시가 모습을 바라본다. 일요일 오전임에도 거리에 활기가 넘친다. 오고가는 사람들이 꽤 많아 보인다. 바쁘게 걷고 있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 전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다들 분주한 모습이다.파란색 무궤도 전차가 지나간다. 버스처럼 생겼는데 이름이 말해주듯이 궤도 위가 아니라 바퀴로 도로 위를 달린다. 객차 안에 사람들이 빽빽하다. 좌석은 다 차 있고 많은 승객들이 손잡이를 잡고 서 있다. 반대 차선에 만경대와 광양역을 오가는 빨간색 궤도 전차가 보인다. 이 전차도 거의
릉라인민유원지에서 만난 평양 시민들우리의 평화자동차는 릉라다리를 건넌다. 다리 아래로 대동강이 흐른다. 대동강이 굽어 흐르는 가운데 위치한 섬, 릉라도. 우리는 릉라도에 있는 놀이공원, 릉라인민유원지에 가는 길이다. 북에서 맞이 한 토요일 오후다. 북녘 동포의 다양한 삶의 모습, 삶의 표정을 보고 싶다. 재미와 즐거움을 찾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즐거움과 재미를 찾아 가는 곳, 놀이 공원. 그곳에 가면 평양시민들이 어떻게 여가를 즐기는지를 알 수 있으리라. 평양의 놀이 공원,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호기심을 가득 담고 릉라유원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