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원정을 시작하기 전, 일본 수뇌부는 조선 육군과 명나라 육군과의 전투에만 신경 썼습니다. 일본 수군의 주임무는 전투보다는 군수 물자의 수송이었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바다를 통한 물자 수송이 불가능해지면 어떻게 할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당시 일본 수뇌부는 바다에서 이렇게 고전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입니다. 임진왜란 7년 내내 이순신의 조선 수군에게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할 거라고, 누가 감히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일본은 겨우 마련된 대마도~부산 항로를 통해 군수 물자를 수송해야 했습니다.
줄리안 미첼(Julian Mitchell)의 원작 「어나더 컨트리(Another Country)」는 1982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연극으로 초연됐다. 루퍼트 에버릿, 케네스 브래너, 콜린 퍼스, 톰 히들스턴 등 쟁쟁한 영국 배우들이 거쳐간 작품은 당시 호평이 쏟아지며 큰 인기를 누렸다. 이후 1984년 제작된 동명의 영화에는 연극 무대에 올랐던 루퍼트 에버릿과 콜린 퍼스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어나더 컨트리’가 연극에서 영화로, 또다시 연극으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영국 초연 이후 37년 만에 국내 첫선을 보이는 이번 무대는
바른손 센터, 마로니에 공원, 박수근 미술관 등을 설계한 고故 이종호 건축가는 건축의 도시적 역할을 깊이 고민했다. 광주와 순천의 문화도시 연구, 세운상가군 재생사업 등 다수의 도시연구와 공공연구를 진행하며 ‘도시 현실과 일상성’을 찾고자 노력했다.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리얼-리얼시티’는 도시의 숨은 잠재력과 도시로 향한 건축·문화·예술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1990년대 말 건축의 한계로부터 변화해 나가고자 했던 이종호 건축가와 동료들의 노력이, 2000년 이후 도시연구를 통해 현실 속으로 확장해 나간 변화들을 담고 있다. 건축가
이순신 장군은 배의 속도가 느려지자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보완했습니다. 첫째, 정보의 질과 양을 늘렸습니다. 적의 위치를 먼저 파악하면 적이 접근하기 전에 전투를 개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수히 많은 탐망선과 척후선을 동원해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둘째, 노 한개에 붙는 격군의 수를 늘렸습니다. 노의 동력을 증가시켜 배의 속도를 올린 것입니다. 하나의 노에 네명이 붙는 것과 다섯명이 붙는 것은 분명 다를 테니까요. 셋째, 평저선인 판옥선과 거북선의 회전력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펼쳤습니다. 대표적인 전술이 바로 학익진입니다.
1930년대 뉴욕, 금주령에도 사람들은 더욱 더 술을 찾고 마피아는 밀주 사업으로 도시를 점령한다. 가난한 이탈리아 노동자들을 위로해 오던 ‘아폴로니아’ 바도 내일이면 마피아 손에 넘어가게 되고, 보드빌(춤과 노래 따위를 곁들인 가볍고 풍자적인 통속 희극) 배우 ‘리차드’와 ‘오스카’는 마지막 공연을 준비한다.2013년 말 공연됐던 화제작 ‘미아 파밀리아(Mia Famiglia)’가 5년의 기다림 끝에 다시 찾아왔다. 두명의 보드빌 배우와 그들 앞에 나타난 마피아가 좌충우돌하며 벌이는 이야기다. ‘나의 가족(My Family)’을
에트루리아는 로마 이전에 이탈리아 반도 중북부를 중심으로 성장했던 고대국가다. 로마는 에트루리아의 도시 외관을 본떠 도로·광장·수로시설·사원을 갖춘 도시로 발전했고, 세계 제국이 됐다. 에트루리아가 남긴 문화의 흔적은 로마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고대 지중해 문명의 한 축이었지만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에트루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전은 기원전 10세기께부터 1000년 가까이 지속한 지중해의 고대 문명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약
타미노 왕자는 ‘밤의 여왕’ 시녀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그는 밤의 여왕으로부터 마법사 자라스트로에게 자신의 딸인 파미나가 납치됐다는 얘기를 듣는다. 파미나 공주의 초상화를 보고 한눈에 반한 타미노는 공주를 구해오겠다고 맹세한다. 밤의 여왕도 딸을 구해주면 결혼을 허락하겠다고 말하며 그에게 마술 피리를 선물한다.그렇게 타미노는 새잡이 파파게노와 함께 공주를 구하러 떠난다. 하지만 여행 중 만난 사제에게 자라스트로의 행동이 밤의 여왕으로부터 공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얘길 듣고 혼란스러워한다. 타미노가 마술피리를 불자 파미
임진왜란 해전에서 왜군은 주로 등선육박 전술을 사용했습니다. 등선육박이란 적의 배로 건너가서 백병전을 하는 전술입니다. 100여년 지속된 내전으로 단련된 왜군들은 백병전에서 두려울 게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조총이라는 무기도 있었죠. 사실 등선육박이 왜군의 전유물이었던 건 아닙니다. 서구에서도 당시엔 등선육박이 기존 전술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조니뎁 주연의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Pirates of the Caribbean)’에 나오는 해상전투 장면을 떠올려 볼까요? 이 영화에서도 선박 간 함포전이
불운했던 천재 발레리노 니진스키의 비극적 일생이 창작뮤지컬로 선보인다.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니진스키’는 전세계 무용계에서 여전히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발레리노 니진스키의 이야기를 그린다.지난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공연을 통해 개발된 후 공연제작사 쇼플레이가 1년여 수정ㆍ보완했다. 재능 있는 신진 창작자들과 정태영 연출, 신은경 음악감독, 정도영 안무가 등이 협업해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했다.발레 역사상 가장 뛰어난 발레리노라 인정받으며 ‘무용의 신’이라 불린 니진스키는 남자 무용수들이 여자 무용수들의
신화 속 영웅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뮤지컬 ‘엑스칼리버’가 전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초연 중이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지난 6월 15일 막을 올린 엑스칼리버는 색슨족의 침략에 맞서 혼란스러운 고대 영국을 지켜낸 아더왕의 전설을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마음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사람들을 보살피는 참된 리더의 이야기로, 평범한 한 사람이 제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통해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2014년 스위스 세인트 갈렌 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아더-엑스칼리버’라는 작품을 엑스칼리버로 타이틀을 변경하고 극적인 스토리와 설득
이순신은 임진왜란 후반부로 갈수록 숫자에 더 집착했습니다.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져 물자 부족이 첨예한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속도의 극복 : 원거리 함포전과 거북선 어쨌거나 이순신은 일본 전함보다 느린 조선 전함의 속도를 극복하고, 일본 수군의 등선육박登船肉薄 전술을 깨뜨려야 했습니다. ‘크고 단단한’ 조선 전함의 강점은 속도 면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었던 겁니다. 조선 전함이 일본 전함보다 뛰어났다고만 알고 있는 이들에겐 이런 말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럼 실제 전투모습은 어땠을까요? 흥미롭게도 이순신
오페라 ‘마술피리’는 동화적인 내용 안에 영국 비밀결사 조직으로 알려진 프리메이슨의 철학이 담겨있는 특색 있는 작품이다. 프리메이슨이 완벽한 수로 생각했던 숫자 3은 오페라의 구성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3회에 걸쳐 반복되는 테마, 3명의 여인, 3명의 노예, 3명의 신부와 3곳의 신전 등 숫자 3은 오페라의 주된 테마로 작용하고 있다. 프리메이슨이 중요시했던 인간애·선·형제애라는 3가지 철학도 담고 있다.♬ 1막 = 큰 뱀에게 쫓기던 타미노 왕자가 기절한다. 그때 검은 옷을 입은 3명의 여인이 등장해 은 검으로
“여전히 보기 좋으십니까.” 경제 대공황이 북아메리카와 유럽을 휩쓸던 1931년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옥상에서 신에게 끊임없이 도전하는 메피스토가 신을 향해 말한다. 파우스트 박사를 두고 신과 내기를 한 메피스토는 신의 허락을 받아내 그에게 접근한다.세상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 사람들에게 존경 받지만 병든 몸과 공허함으로 살아가는 파우스트 박사는 ‘생명’ 이라는 유혹 앞에 결국 악마와의 거래를 택한다. 병든 파우스트는 젊은 메피스토의 몸으로 새 삶을 시작하지만 메피스토의 계략으로 함정에 빠지고 만다.뮤지컬 ‘메피스토’는 독일
농군을 동원할 길이 없으니 백성들에게 나누어 병작하게 하고 관에서는 그 반만 거두어들여도 군량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돌산도에 있는 국가 소유의 둔전은 묵은 지 벌써 오래된 곳인데, 그곳을 경작해 군량에 보태야겠다는 뜻으로 장계를 올렸습니다 … 그리고 20섬의 종자를 뿌릴 만한 면적의 본영 소유 둔전에 늙은 군사들을 뽑아 경작시켜서 토질을 시험해 봤더니, 수확한 것이 정조正租로 5백 섬이나 됐습니다. 앞으로 종자로 쓰려고 본영 성내 순천 창고에 들여놨습니다. - [청설둔전장 1593. 윤 11.17]앞의 글은 둔전 설치를 청하
신경인류학자인 올리버 색스는 유전적으로 아무런 색깔도 볼 수 없는 완전색맹들이 모여 산다는 섬 ‘핀지랩’을 찾아 나선다. 그곳에서 그는 희귀 풍토병을 두고 주민 개개인과 공동체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연구해 기록한다.아트선재센터에서 개최하는 ‘색맹의 섬(The Island of the Colorblind)’은 색스가 쓴 여행기 제목과 동일하다. 소수의 색맹色盲 인구와 다수의 정상 색각色覺 인구가 함께 살며 상호 차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핀지랩처럼 이번 전시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오늘날 대두되고 있는
이순신은 물길과 뱃길에 밝은 어영담을 중용했습니다. 정박할 필요가 있지만 지리적으로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주변에 탐망선을 깔아놓고 배 위에서 잠을 잤습니다. 이순신이 그만큼 지형 정보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겁니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보고하기를’ ‘…들으니’ ‘…고 했습니다’ ‘…를 상세히 물으니’ 등입니다. 이순신은 정보에 관심을 놓지 않았습니다. 이순신은 병참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로마군은 병참으로 이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순신 역시 병참을 중시했습니다. 군수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
오늘날 우리의 일상은 찍히고 보여지는 감시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CCTV는 우리를 바라보는 것을 넘어 인식과 분류, 추적기능까지 갖췄고, 드론·블랙박스와 같은 첨단기술은 새로운 차원의 시각 능력을 발휘한다. 우리는 감시의 주체이기도 하다. 감시 대상이 되는 데이터의 흔적들을 스스로 남기고, 스마트폰으로 주고받은 메시지나 사진, 검색기록 등을 통해 감시에 참여한다.‘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는 우리 일상 속 깊숙이 침투한 ‘감시(surveillance)’의 문제를 다룬 전시다.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 쉬빙, 터너상 후보에 오른 제인과 루이
연극 ‘킬 미 나우(Kill Me Now)’는 특별하지만 평범한 가족 이야기다. 나와 가족 그리고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이야기하며, 성性과 장애, 안락사 등 민감한 사회적 이슈도 다룬다. 선천적 지체장애로 아빠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이젠 독립을 꿈꾸는 17세 소년과 작가로서의 삶을 포기한 채 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2016년과 2017년 관객과 언론의 호평을 이끌며 웰메이드 연극으로 인정받은 킬 미 나우가 7월 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2013년 캐나다 초연
독일의 이론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근현대의 도시를 어지럽고 휘황찬란하게 돌아가는 판타스마고리아(Phantasmagoria·환등상)에 비유했다. 19세기 말 등장한 대도시 파리의 면면을 통해 근대 도시의 문화·정치·사상을 집대성한 그의 미완작 「아케이드 프로젝트(Arcades Project)」는 후대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빛과 색, 꿈과 신비, 소비욕망 충족 장소로서의 대도시에 대한 벤야민의 시적 서정과 환영적 시각이 담겨 있다.세화미술관에서 열리는 ‘팬텀시티 Phantom City’전은 도시를 테마로 하
이순신이 적을 붙잡아 효수梟首한 일이 많았던 건 맞습니다. 그러나 그는 부하들에게 전투 시에 적의 머리를 베는 것보다 적선을 깨뜨리는 데 집중하라고 당부했던 지휘관이었습니다. 당시 적의 수급首級, 이를테면 머리는 전공을 평가하는 근거였습니다. 그러나 이순신은 적의 머리를 베는 데만 골몰하는 원균을 비웃기도 하고, 자신이 확보한 수급을 중국 장수들에게 양보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밝힌 대로 이순신은 침략전이 아니라 방어전의 영웅이었습니다. 백성과 인명을 중시했으며, 전쟁터에서 공을 세우거나 부상당한 사람을 신분이나 지위에 따라 차별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