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는 극의 소재로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늙지도, 죽지도 않고 인간의 피를 빨아먹어야 하는 존재. 그래서 뱀파이어와 인간의 만남은 여러 장르에서 변주된다. 창작 뮤지컬 ‘배니싱’은 뱀파이어와 인간이 서로 다른 존재임을 인정해 가는 이야기다.‘배니싱(vanishing)’은 ‘사라지는’이란 의미다. 사라지지 않는, 사라지고 있는, 사라지기 두려운 인물들이 서로 얽히면서 영원과 소멸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1925년 경성을 배경으로 의학도 ‘의신’과 ‘명렬’이 뱀파이어 ‘케이’와 우연히 만나면서 영원의 삶과 순간의 삶에서 갈등을 그
마치 클럽에 온 듯 화려한 조명의 전시장 입구.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펑크ㆍ패션ㆍ대중문화ㆍ거리문화를 실험했던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클럽 57’ 모습을 재현했다. 1978년부터 다양한 계층과 인종ㆍ젠더의 예술가들이 이곳에 모여 새로운 예술을 갈망했다. 세계적 팝아티스트인 케니 샤프와 키스 해링, 장 미셸 바스키아의 모습이 보인다.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며 저항정신을 뽐내던 그들의 사진과 영상들은 지금 봐도 실험적이다.롯데뮤지엄은 팝아트의 거장 케니 샤프의 ‘슈퍼팝 유니버스’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젯스톤(Jetstone)
서애 유성룡은 “이순신은 무인이자 장수였지만 그 모습은 선비와 같다”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유성룡의 「징비록」의 내용을 다시 보실까요?舜臣爲人 寡言笑 容貌雅飭 순신위인 과언소 용모아칙 如修謹之士 而有中膽氣 여수근지사 이유중담기 “이순신의 사람됨은 말과 웃음이 적었다. 용모는 단아하고 곧아서 마치 근신하는 선비와 같았다. 그러나 그 마음속에는 담대한 기운이 있었다.”과거급제 동기 고상안도 유성룡과 비슷한 의견을 남겼습니다. “이순신 통제사는 나와 과거시험 동기였다. 그래서 여러 날 한 방에서 함께 지냈다. 그의 언변이나 지혜로 볼 때
오페라 ‘결혼 자금’은 작곡가 조아키니 로시니의 천재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로시나가 ‘결혼 어음’을 작곡했을 때 나이는 18세에 불과했다. 10대에, 그것도 처음 작곡한 이 오페라 교향곡은 1810년 베니스에서 초연한 이후 큰 인기를 누렸고, 로시니는 유명한 작곡가로 거듭났다.한가지 더 눈여겨봐야 할 점은 ‘결혼 어음’에서 선보인 교향곡의 하모니와 리듬이 로시니의 마지막 작품인 ‘윌리엄 텔’의 서곡에 그대로 쓰였다는 점이다. 그만큼 로시니는 18세의 나이에 완성도가 높은 오페라를 작곡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는 얘기다. 단막으로
지난 4월 27일 전세계의 눈이 한반도를 주시했다.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명록에 서명하던 그 자리에 김준권 작가의 ‘산운’이 걸려 있었다. 목판화로 ‘평화로운 대동세상大同世上’을 염원하는 작가의 뜻이 담겨 있었기에, 그 감동은 더욱 묵직했다. 조국의 산을 수묵판화 기법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은 역사적인 현장의 배경으로 충분했다.산운山韻 김준권 판화전이 10월 28일까지 롯데갤러리에서 개최된다. 한국 판화의 대가 김준권의 2007년 이후 10년간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순신의 고향은 한양, 오늘날의 서울입니다. 젊은 시절 충청도 아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고, 과거에 급제한 후에는 한반도의 북쪽 끝자락인 함경도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순신 하면 바다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우리 땅 남해 바다 전체가 그의 활동 무대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남해안엔 이순신의 숨결을 느낄 수 곳이 많습니다. 그 남해에 접한 우리 땅은 너무나 아름답습니 다. 이순신이 지켜낸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형제 자매이고, 친척이며, 친구이자 이웃입니다.이순신의 유적과 발자취는 지금까
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이 창작극 ‘그 개’를 선보였다. 틱 장애를 앓고 있는 16살 소녀 해일과 운전기사인 아빠 상근, 저택에 살고 있는 제약회사 회장인 장강, 해일이 살고 있는 빌라로 이사 온 미술강사 선영과 그의 남편 영수 그리고 아들 별이. 나이도 사는 환경도 전혀 다르지만 저마다 아픔을 안고 산다.해일은 틱 장애 때문에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 그녀와 아빠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지만 소용이 없다. 웹툰 작가를 꿈꾸는 해일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뒷산을 산책하는 일이다. 어느날 뒷산을 거닐던 해일에게 유기견 한마
알록달록 그림 속 가족의 모습이 평화롭다. 삶의 전경을 화려한 색채로 표현하는 작가 김덕기의 ‘가족-함께하는 시간’ 시리즈다. 소소한 일상을 그려낸 그의 작품은 늘 행복 에너지로 가득하다. 김덕기의 개인전 ‘Days of Paradise’가 10월 31일까지 아뜰리에 아키에서 열린다. 그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행복을 전달하는 화가로 알려졌다.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 역시 잔잔한 일상 속 혹은 특별한 여행지에서 그려진 가족들의 풍경을 그렸다. 특히 이번에는 가정의 범위 밖으로 나아가 도시 풍경들에 행복을 불어넣기 시작한
지상 31층의 삼일빌딩. 고층 아파트와 건물이 즐비한 지금에야 특별한 관심사가 아니겠지만, 1970년대엔 마천루의 상징이었다. 날렵하게 솟은 검은 유리 건물로 당시 종로구의 명물이 된 삼일빌딩은 여의도 63빌딩이 준공될 때까지 서울 시내 가장 높은 건물로 자리했다. 삼일빌딩의 설계를 맡은 건축가 김중업(1922~1988년)은 모더니즘과 한국의 전통성을 결합한 독창적 작품을 선보인 한국 현대건축 1세대 작가다.한국 현대건축의 거장 김중업을 조명하는 ‘김중업 다이얼로그’전이 12월 1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
윤석남은 1세대 페미니즘 작가로 불린다. 그는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진 여성들에 대한 억압과 개인적 서사를 ‘여성의 시각’에서 표현해 왔다. 아시아 페미니즘의 대모로서 평등을 위해 노력해온 작가 윤석남의 개인전이 10월 14일까지 학고재에서 열린다. 윤석남은 ‘어머니’라는 주제로 여성의 문제를 다뤄 왔다. 1982년 첫 개인전부터 지금까지 여성들의 불안한 내면세계를 성찰하며 여성이 가진 자애의 힘을 ‘어머니’를 통해 강조했다. 여성의 모성에 주목한 윤석남은 이매창ㆍ허난설헌을 비롯한 역사 속 인물부터 어머니ㆍ시어머니ㆍ친언니 등 다양한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각자전수동문회가 주최하는 전통 각자刻字 전시회가 12~18일 일주일간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2층 전시실 ‘결’에서 열린다. 올해는 회원 각자 자유 주제 작품 1점과 ‘한국전통각자의 21세기’라는 기획 주제에 맞게 전통각자를 활용한 문화상품 1점을 개발해 선보인다. 아파트‧주택‧사무실‧학교‧공공기관‧교통기관‧공항에서 활용‧전시‧장식‧판매할 수 있는 각자刻字작품 등을 고민해 현대인들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문화상품으로 제작해보자는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관람객들은 현장에서 전시품 자체나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저 너머 북녘땅이 보이는 도라산전망대, 분단이 낳은 장소 임진각. 파주 하면 DMZ(한반도비무장지대)로부터 이어지는 지리적 특성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파주는 예술가 마을이 자리하고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긴장과 경계의 장소인 최일선 지역에 가까우면서 동시에 일상 여가의 장소이기도 한 파주에는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공존한다.자연의 평화와 문화가 병존하는 이곳에 살아있는 나무를 품에 안고 지어진 미술관이 있다. 2013년에 개관한 블루메 미술관(BMOCA)은 현대미술의 현장을 해석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한 여장 남자가 벌거벗은 채 앉아 있다. 관객들이 다가와 옆자리에 앉기도 하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앉아 있는 그는 중국 최고의 행위예술가로 평가받는 마류밍馬六明. 퍼포먼스 연작 ‘펀 芬ㆍ마류밍’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가다. 중국 현대 미술의 대표 작가 마류밍의 개인전 ‘행위의 축적’이 9월 16일까지 학고재에서 열린다. 2014년 선보인 개인전 이후 4년 만이다.1998년부터 전 세계에서 여장 나체 퍼포먼스 ‘펀ㆍ마류밍’ 연작을 선보였던 마류밍은 2004년 이후 전공인 회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젊고 아름다운 분신 ‘펀ㆍ
책 읽기를 좋아하는 어린 소녀가 부모와 학교 교장의 부당함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뮤지컬 ‘마틸다’. 이 유쾌하고 따뜻한 뮤지컬은 139년 전통의 영국 최고 명문극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oyal Shakespeare CompanyㆍRSC)가 ‘레미제라블’ 이후 25년 만에 선보인 뮤지컬이다. RSC가 7년간의 연구와 개발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올린 ‘마틸다’는 2011년 웨스트엔드 캠브리지 씨어터에서 초연돼 현재까지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우리에게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친숙한 작가 로알드 달(Roal
단색화의 거장 윤형근의 작품은 깊고 간결해서 아름답다. 그는 ‘무심無心한’ 작품들을 통해 한국 전통 미학이 추구했던 수수하고 듬직한 ‘미덕’을 현대적 회화 언어로 풀어냈다. 스스로를 ‘천지문天地門’이라 명했던 윤형근은 하늘을 뜻하는 청색과 땅의 색인 암갈색을 섞어 ‘오묘한 검정’을 탄생시켰다. 그 거대하고 순수한 검정 앞에 관객은 ‘심연深淵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윤형근(1928~2007년)의 회고전이 12월 1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미공개작을 포함한 작품 40여점, 드로잉 40여점, 아
“나는 내 작품을 관객이 명료하게 이해해 주길 기대하지 않는다. 뒤죽박죽의 느낌, 애증의 양면성, 주저하거나 일관성 없는 것이 인간의 참모습에 가까우리라.” 요절한 천재 작가 박이소(1957~2004년)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모순적 반응을 통해 사고를 넓히는 ‘경계의 미술’을 보여줬다.작가이자 큐레이터ㆍ평론가로 활동한 박이소의 일생을 조명하는 ‘박이소: 기록과 기억’展이 12월 1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14년 작가의 유족이 기증한 아카이브와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작품 및 도큐먼트ㆍ드로잉ㆍ비디
장녹수는 요부妖婦일까 예인藝人일까. 정동극장의 2018년도 상설공연 ‘궁:장녹수전’은 그녀가 조선 최고의 예인이었다는 사실에 초첨을 둔다. 그간 문화 콘텐트 속에서 장녹수는 연산과의 관계를 통해 ‘조선의 악녀, 희대의 요부’로 그려졌다. 이번 공연은 그녀가 갖췄던 빼어난 기예를 중심으로 예인으로서의 면모를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궁:장녹수전’에는 장녹수와 연산의 관계 외 또다른 인물인 ‘제안대군’이 극의 한 축을 담당한다. 제안대군은 예종의 둘째 아들이자 왕위에 즉위하지 못한 왕자다. 기예를 아끼는 풍류객으로, 장녹수의 숨겨진 끼를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마르크 샤갈(1887~1985년)은 굴곡진 삶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고흐나 고갱 같은 고독한 천재 미술가와는 다른 생을 살았다. 샤갈이 이야기하는 색은 ‘사랑의 색’이다. 그는 아내 벨라뿐만 아니라 가족과 고향, 자연과 문학을 모두 사랑했다. 비록 러시아의 가난한 집안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삶을 사랑했다. 사랑을 통해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봤고 작품을 통해 생의 기쁨을 노래했다.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 ‘조아키노 안토니오 로시니’는 오페라 ‘세미라미데’를 5주 만에 완성했다. ‘세빌리아의 이발사’ ‘오리 백작’ 등 가벼운 희극을 주로 만들었던 로시니에겐 이례적인 시도였다. 짧은 시간에 만들었지만 작품의 완성도는 매우 높다. 오페라에 등장하는 음악은 웅장하고 경쾌하다. 멜로디는 독창적이고 아름답다. ‘세미라미데’가 로시니의 작품 중 소재나 음악적으로 가장 발전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오페라의 원작은 프랑스 철학자이자 작가 볼테르가 1748년 완성한 비극 「세미라미스」다. 1823년 2월 3일 이탈리
오페라 ‘세미라미데’는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가 작곡한 마지막 오페라 작품이다. 초연 당시 흥행에는 실패했다. 작품이 길고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평가를 바꾼 건 평론가들이다. 그들은 작품의 높은 가치에 후한 평가를 내렸고 이후 이탈리아 나폴리와 오스트리아 비엔나 공연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세미라미데’는 인기에 힘입어 소설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유명한 소설이 오페라 대본으로 활용되는 경우는 많지만 오페라가 소설로 만들어진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오페라 ‘세미라미데’가 얼마나 큰 인기를 끌었는지 짐작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