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클래식 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의 두번째 장이 열린다. 클래식 레볼루션은 특정 작곡가를 선정해 그들이 남긴 작품을 다채롭게 조명하는 클래식 공연이다. 열흘 동안 독주회부터 실내악, 협주곡, 교향곡 등 다양한 장르의 클래식 공연을 선보인다. 제1회 클래식 레볼루션의 막이 올랐던 지난해엔 독일 작곡가 베토벤이 주제였다. 올해의 주제는 탄생 100주년을 맞은 아르헨티나 작곡가 피아졸라와 낭만주의를 이끈 독일 작곡가 브람스다.‘탱고의 황제’라고 칭송받는 피아졸라는 정열적인 전통 탱고 음악에 클래식과 재즈를 접목한 ‘누에보(새로운) 탱
“단 한 줄로도 충분하다.” 더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미로에 갇히고, 자기 자신과는 멀어지는 시대. 시인이자 사진작가이자 혁명가인 박노해는 한줄의 문장과 사진으로 수많은 이들과 매일 아침을 시작한다. 그가 보내는 한통의 편지엔 응축된 문장 사이마다 영감이 깃들어 있고, 가슴을 울리는 서정이 가득해 새로운 나와 마주하게 만든다. 그렇게 연재해온 것이 2400여편에 이른다. 이를 엄선해 책 「걷는 독서」를 출간했고, 동명의 특별전시도 열고 있다.박노해는 자신을 키우고 지키고 밀어 올리는 건 생각하고 읽고 쓰는 ‘걷는 독서’라고 말
주로 물방울과 양귀비꽃을 화폭에 담아내는 화가 이영수는 한국의 손꼽히는 여류 구상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이런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예체능 감각이 뛰어났던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감성이 유달리 풍부했던 아버지는 집안의 예쁜 정원을 가꾸는 데 열정적이었고, 어머니는 어린 이영수에게 초등학교 시절 6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그림일기를 이어가도록 했다.정원 화분에 물을 주는 아빠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보았던 ‘나뭇가지에 매달린 물방울’, 아빠가 직접 꾸며놓은 연못 가장자리의 ‘야들야들한 양귀비꽃 몇 송이’. 이런 장면들이 성장한
숲은 다양성을 포용하는 하나의 생명체다. 서로 다른 생명체들이 서로에게 의존하며 숲에 모습을 드러낸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현대미술’ ‘동시대 미술’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작가의 작품 속에 생명력을 드러낸다. 다양한 세대·국적·예술관을 가진 작가들과 이색적인 작업을 이어온 아라리오갤러리가 아트바젤 홍콩과 프리즈 뉴욕 온라인 뷰잉룸(OVR)에 출품된 작가들을 중심으로 ‘숲 Foret’ 그룹전을 연다.한국 현대미술의 중심이 됐던 작가들의 1970년대 초기 작업부터 1980년대생의 감수성을 담은 작품, 일본과 독일 출신 작가의 작
굴뚝 위를 걷는 누누와 나나.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도 모른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어떻게 굴뚝에 올라왔는지 생각한다. 굴뚝 위에서 두 사람은 싸웠다가 화해했다가 반가워했다가 춤을 추기도 한다. 똑같이 반복되는 그들의 일상에 몇 사람이 찾아온다. 성자가 될 ‘청소’, 굴뚝을 청소하는 로봇 ‘미소’, 소녀 ‘이소’다. 극단 고래의 17번째 정기공연 ‘굴뚝을 기다리며’는 20세기 대표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한 연극이다. 베케트의 작품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오지 않는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한국 현대사의 주요 이슈들을 재치 있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조명해온 미술작가 주재환. 한국 신화를 기반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해석한 웹툰작가 주호민. 미술과 웹툰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부자父子 관계다. 이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호민과 재환’ 전시를 열고 있다.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는 아버지와 아들, 미술과 웹툰이라는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이 미술관이라는 한 공간에서 나누는 일종의 대화다. 두 사람이 상대의 작업을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이미지의 상상력을 어떻게 확장할 수
어두컴컴한 갱도 안. 쪼그려 앉아 동료의 헤드랜턴에 의지해 석탄가루가 내려앉은 도시락을 먹는다. 황재형 작가의 ‘식사(1985)’는 작가 자신의 경험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그는 태백, 삼척, 정선 등지에서 3년 동안 일하며 그 경험을 화폭에 담았다. 화단의 주목을 받던 1980년대 초반 “미술이 사회적 변화의 수단이 되려면 직접적인 경험이 토대가 돼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강원도에 정착해 광부로 살았다.건강상의 이유로 광부 생활을 3년 만에 접긴 했지만, 이후에도 그는 고단한 광부들의 삶을 대변하는 데 집중했다. 탄광촌의 폐품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 7명은 부부 동반으로 저녁 만찬을 즐긴다. 화기애애한 식사시간, 누군가 제안한 게임으로 상황은 순식간에 바뀐다. 게임은 바로 스마트폰 오픈하기. 저녁을 먹는 동안 스마트폰을 식탁 위에 올려두고 오는 연락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친구들은 내키지 않지만 ‘비밀이 없는 척’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게임에 동참하고, 하나둘씩 오는 연락을 통해 충격적인 비밀이 밝혀지면서 이들의 관계도 파국으로 향한다. 파올로 제노베제 감독의 동명의 이탈리아 영화 ‘완벽한 타인(2016년 작)’을 원작으로 한 연극 ‘완벽한 타인’이
오페라 ‘로엔그린’은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작품으로 3막으로 이뤄져 있다. 3막 전주곡으로 연주하는 ‘결혼 합창곡’은 가장 유명하다. 이 음악이 지금도 결혼식에서 들을 수 있는 ‘결혼행진곡’이다.♬ 1막 = 무대는 10세기 헝가리의 안트베르펜. 프레데릭 백작과 그의 아내 오르투르트는 엘자 브라반트가 자신의 남동생 코프리트 브라반트 후작을 죽였다고 의심한다. 엘자가 두 사람의 아버지 브라반트 백작이 남긴 재산과 작위를 독차지하려고 동생을 해쳤다는 것이다.프레데릭 백작은 이를 빌미로 엘자를 고발한다. 엘자만 사라지면 브라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의 맥스 달튼(Max Dalton)은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다. 1950년대 만화부터 애니메이션까지 섭렵한 그는 지난 20년 동안 대중문화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며 인상적인 작업을 이어왔다. 특유의 물 빠진 듯한 색감과 유머러스한 디테일이 무엇보다 인상적이다.그가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면서다.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인 「웨스 앤더슨 컬렉션」 「웨스 앤더슨 컬랙션 : 그랜드 부
서로 다른 영역의 예술가들이 바라본 도시는 어떨까. 세화미술관은 ‘도시’를 주제로 세번째 기획 전시를 선보인다. ‘솔리드시티SolidCity’전展은 2018년 ‘원더시티’, 2019년 ‘팬텀시티’에 이어 다양한 모습의 도시를 보여준다.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가, 건축사, 영화감독, 안무가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만든 도시를 주제로 삼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솔리드시티’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도시 공간의 내밀한 부분을 깊숙이 살핀다. 2017년 제14회 EBS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버블패밀리’의 감
제2차 세계대전, 독일 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한 시기. 파리시민들은 문화재를 약탈하는 히틀러를 피하기 위해 귀중한 예술품을 보관하는 비밀창고를 만들었다. 그런데 창고에는 예술품만 있는 게 아니다. 프랑스 장군의 손녀이자 레지스탕스인 ‘소피’가 숨어 있다.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던 가족이 모두 체포돼고, 소피 홀로 버티고 있는 것. 냉철하고 이성적인 성격의 소피는 불안한 상황에서도 조국 해방과 자유를 향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런 창고에 불청객이 찾아온다. 독일인 소년 ‘한스’다. 히틀러 유겐트(나치의 청소년 돌격대) 소속인 그는 마음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 전시회가 4월 2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다. 이 전시회는 오늘날 중요한 영상예술로 자리 잡은 애니메이션의 역사와 맥락을 조명하고, 20세기 초반 애니메이션 고전작품과 제작기법도 함께 살펴본다. 애니메이션은 여러 장의 화면을 연속으로 촬영하고, 이를 조작해서 화면 속 대상이 움직이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촬영기법을 말한다.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100년 이상으로 영화만큼이나 오래됐다. 그동안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왔다. 지금이야 컴퓨터그래픽으로 뚝딱뚝
‘한국무용ㆍ마셜아츠ㆍ현대무용이 결합된 혁신적인 안무’ ‘남성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역동적인 춤’ ‘음악과 춤의 아름다운 조화’….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세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안무가 겸 무용수 김재덕이 자신의 두 대표작으로 무대에 오른다.첫번째 공연은 김재덕이 이끄는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의 작품 ‘다크니스 품바’다. 다크니스 품바는 걸인들의 노래 ‘품바 타령’을 현대적인 음악과 힘 있는 안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품바 타령의 기본 멜로디는 유지한 채 현대적인 편곡과 남성 무용수들의 역동성을 더했다. 특히 질주하듯 펼쳐
비누 하나로 서양 고전 유물의 권위와 가치를 비틀어온 ‘비누 조각가’ 신미영 작가가 새로운 실험의 결과물을 선보였다. ‘앱스트랙트 매터스(Abstract Matters)’를 주제로 신작 50여점을 공개한 신미영 작가의 이번 개인전에는 ‘이색적이게도’ 비누향이 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누 조각가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이번 작품들 중엔 비누로 만든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비누 대신 전시장을 가득 채운 소재는 제스모나이트(Jesmonite)다. 제스모나이트는 인체에 유해한 레진의 대안으로 개발된 신소재로, 돌ㆍ금속ㆍ플라스틱 같은
코미디 오페라의 창시자 장 바티스타 륄리가 작곡한 오페라 ‘서민귀족(1670년 초연)’은 신분상승을 꿈꾸는 주인공 주르댕의 허영과 어리석음을 비웃고 있다.♬ 4막 = 주르댕의 자택. 연회장에서 성대한 파티가 시작된다. 그때 갑자기 주르댕 부인이 파티장에 나타난다. ‘남편이 도리멘 후작부인을 꼬시기 위해 파티를 열었다’는 주르댕과 도란트 백작의 계획을 엿들은 주르댕 부인은 남편을 비난하기 시작한다.하지만 도란트 백작이 나서 주르댕을 변호하고 파티가 계속되도록 유도한다. 사실 파티를 연 이유는 도란트 백작이 도리멘 후작부인을 유혹하기
여기 늙어가는 두 아버지가 있다. 한 명은 왕이고 다른 한 명은 신하다. 두 사람은 모두 자신을 사랑하는 자녀를 믿지 못하고 거부한다. 이들의 고집과 무지는 배신과 야망의 토네이도를 불러일으키고, 결국 인간으로서 가장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이 색다른 방식으로 찾아온다. 국립극장은 연극 리어왕을 ‘NT Live(National Theatre Live)’ 형식으로 선보인다. NT Live는 영국 국립극장이 2009년 처음 선보인 프로그램으로, 영미권 연극계 화제작을 촬영해 전 세계가 공연장과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는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발레를 활용했다. 오페라 ‘서민귀족’에는 이런 루이 14세를 비판하는 풍자가 숨어 있다. 주인공의 우스꽝스러움에 빗대 왕을 비판하고 있어서다.귀족이 되길 갈망하는 ‘졸부’ 주르댕은 귀족 문화를 배우기 위해 열을 올린다. 그가 귀족이 되려는 건 도리멘 후작 부인 때문이다. 그에게 환심을 사고 싶은 주르댕은 자신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도리멘 후작 부인에게 접근할 방법을 고민한다.♬ 3막 = 주르댕 부인은 남편과 도란트 백작이 자신을 집에서 내보내기 위해 계략을
5월 석가탄신일에 맞춰 코로나19 시기를 되짚는 특별전이 열린다. 우리가 저질렀던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앞으로 다가올 새 시대를 현명하게 준비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영국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와 한국의 설치작가 김승영이 공근혜갤러리에서 ‘Reflections 반영’전을 연다.한국을 선두로 첫선을 보이는 케나의 신작의 주제는 1987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일본, 라오스, 베트남,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전역에서 촬영한 다양한 불상이다.케나는 어린 시절 가톨릭 성직자가 돼 종교의 신비로움을 탐구하고 싶어 했던 기억을 잊지 않고 부
아티스트 왕열은 풍경이 아니라 산수를 그린다. 풍경화와 산수화가 자연의 특정 부분이나 배경을 감각적으로 경험하면서 회화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건 동일하지만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뿐만 아니라 대상을 구상하고 재현하는 방식은 상이하다.회화에서 풍경은 자연의 부분이 하나의 대상으로 묘사되지만, 산수는 자연에 내포되고 스며든 가치나 관념이 대상으로 표현된다. 풍경과 산수는 감각적 주체와 대상과의 관계도 다르다. 풍경은 객관적 거리 속에서 구성되는 데 반해, 산수는 대상을 경험하면서 느꼈던 감흥과 생각이 자연의 형상으로 드러난다. 이렇게 풍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