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오후 서울을 걷는다. 남대문시장은 추워도 활기차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줄었다곤 하지만 골목골목 정情이 넘친다. 숭례문이 언뜻 보인다. 화재의 아픔을 겪은 탓인지 더 든든해 보인다. 역시 국보1호답다. 김희민 일러스트레이터 annie3249@gmail.com | 더스쿠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사일런스’는 17세기 포르투갈 가톨릭 ‘제수이트(Jesuit)’교단의 선교사 크리스토바오 페레이라 신부(리암 니슨 역)의 실화를 다룬다. 일본으로 건너가 선교宣敎에 나섰던 그는 에도 시대 도쿠가와 막부 통치 하에 벌어졌던 천주교 박해의 공포와 참상을 온몸으로 겪는다. 페레이라 신부는 기독교의 역사에 ‘배교背敎’의 상징처럼 기록
소장품 300만점을 자랑하는 세계적 규모의 예르미타시박물관은 유럽미술 컬렉션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중 17세기에서 20세기 초 프랑스 미술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예르미타시박물관의 기초를 세운 이는 러시아 여제女帝 에카테리나 2세다. 그녀는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를 비롯한 동시대 저명인사들과 친분을 쌓으며 유럽 각지의 컬렉션을 구입했고, 이런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 원작을 각색한 문제작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The Last Temptation of Christ)’과 달라이 라마의 행적을 다룬 ‘쿤둔(Kundun)’을 통해 종교의 존재 의미에 천착했던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 감독은 영화 ‘사일런스(Silence)’에서 또 한번 종교적 믿음에 대
다큐멘터리 사진가 단체인 ‘온빛 다큐멘터리’가 1월 30일부터 온빛 기관지機關紙 ‘사진노트(PHOTO NOTE)’들을 서울 청운동 갤러리 류가헌 전시 1관에서 전시한다. 전시명은 ‘온빛 기관지전’이다. 온빛 다큐멘터리는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 활성화에 뜻이 있는 사진가들이 2011년 사진의 본질인 기록성을 다시 돌아보고, 사진을 통해 이 시대를 좀 더 깊이
놀런 감독의 ‘인셉션’을 딱히 하나의 ‘장르’로 분류하긴 어렵다. 공상과학 영화이면서, 범죄 스릴러물 같기도 하고, 액션이나 판타지 블록버스터인 듯하다가 심리추리극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잘 차려진 뷔페처럼 거의 모든 종류의 먹거리가 진열돼 있다. 때문에 영화의 ‘정체성’이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현시대는 사람들 대부분이 ‘다중 정체성(Multiple Iden
이름부터 쓸쓸한 폐역閉驛이 소박한 옷을 입고 있다. 화랑대역은 숲길을 안았고, 서울역은 문화를 담았다. 뭔가 단절된 것 같은 그곳은 아직 우리와 함께 있다. 김희민 일러스트레이터 annie3249@gmail.com | 더스쿠프
지구를 건강하게 지키는 원동력은 동물과 자연 사이의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종족이 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 세계는 입을 모아 우리와 지구를 공유하는 생물들의 존재가치와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내 사진전 사상 최대 관람 인원을 기록한 바 있는 ‘내셔널지오그래픽展’이 2년 만에 돌아왔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 Photo Ark: 동물들을 위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관객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다.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내면적 갈등과 죄의식이 영화의 하나의 축임에도 그를 괴롭히는 과거를 화면에 보여주지는 않는다. 결말도 관객의 몫으로 남겨놨다. 코브는 천신만고 끝에 두 아이를 만날 수 있게 됐지만 이 또한 꿈인지 현실인지 명확하지 않다. 영화 ‘인셉션’은 코브의 내적갈등과 죄의
주세페 베르디가 작곡한 ‘시칠리아섬의 저녁기도’에는 이탈리아가 통일되기 전 시칠리아섬이 겪은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이 작품의 밑바탕은 13세기 시칠리아를 정복하고 있던 프랑스 왕조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킨 ‘시칠리아섬의 만종’ 사건이다. 프랑스의 압제에 시달리던 시칠리아섬 팔레르모 지역의 주민은 1282년 3월 30일 부활절 저녁 기도 종소리를 신호로 반
베어브릭과 목각인형 컬렉션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알렉산더 지라드는 20세기 모더니즘 디자인을 대표하는 예술가다. 그는 디자이너이자 건축가로서 일했으며, 큐레이터, 전시디자이너, 디자인 스튜디오 기획자, 포크아트 수집가로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탁월한 색감과 구성을 바탕으로 한 그의 실내장식은 이전 시대의 문화적 배경과 맥락을 함께했다. 냉전시대를 기점
가장 자유로운 자들이 그 자유를 수갑처럼 찬 걸 보았지. 그때 내 마음에선 피가 흘렀단다. 자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법, 어찌 자유롭다 할까. 스스로를 졸라매는 사슬을 끊지 않는다면 사실, 자유라 부르는 것이 가장 강력한 사슬이란다. 그 고리들이 눈부시게 반짝일지라도 말이지. 그러니 자유롭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은 자기 안에서 찾아야
20세기 현대미술에서 ‘예술가 중의 예술가’로 찬사받는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그는 보이지 않는 세계, 인간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조각으로 표현한 위대한 예술가로서 그가 남긴 작품은 모더니즘 정신의 정수를 대표하는 불후의 명작으로 손꼽힌다. 전후 현대미술과 철학에 커다란 영향을 준 자코메티는 과거 수세기 동안 ‘보이는 세계’를 표현해 온 회화와 조각의
인터스텔라에서도 4차원의 공간 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재단하고 비틀었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인셉션’에서도 ‘시공’을 마음대로 넘나든다. 우리를 규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양대 축인 ‘시간과 공간’의 신비와 문제에 매료된 것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뿐이겠는가. 신이 존재한다면 ‘시공’이야말로 신이다. 인간 존재의 기본을 묻는다면 ‘시간’이 곧
서울 근교의 능내역과 구둔역. 개미 한마리 다니지 않는 폐역閉驛. 낡은 역사驛舍는 볼품을 잃었지만 열차시간표, 운임표, 나무벤치는 옛 모습 그대로다. “그래, 이곳은 예쁜 간이역이었지.” 오래전 기차여행을 했던 추억이 가물가물 떠올랐다. 순간, 사라진 역사가 예술이 됐다. 김희민 일러스트레이터 annie3249@gmail.com | 더스쿠프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고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소재로 한 두편의 창작뮤지컬이 나란히 초연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도스토옙스키가 1880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아들의 여자를 탐내는 패륜적인 아버지 표도르 카라마조프, 그를 죽이고 싶은 맏아들 드미트리의 수난이 내용의 중심축을 이룬다. 2017년 3월 7시간짜리 연극으로 선보일 정도로 방
“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내린다/ 내 마음 깊이 아로새기리/ 기쁨은 늘 고통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의 주인공 마리 로랑생(1883~1956년). 프랑스 대표 여성 화가인 그는 황홀한 색채로 파리의 여성들을 화폭에 담아냈다. 여성
타인의 무의식 세계에 잠입해 정보를 빼내는 ‘무의식의 해커’ 코브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쫓기는 신세다. 두 사람이 무의식 세계에서 만나는 기술을 아내에게 시연했던 게 화근이었다. 아이들도 만날 수 없는 수배자 신분을 벗기 위해 코브는 사이토의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인다.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타인의 무의식 세계에 잠입해 그의 머릿속의 모든 정보를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여성이 시각적 이미지로 재현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서면서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영화, 광고, 잡지 등 대중매체에 여성이 대거 등장했다. 이들은 ‘신여성’이라 불렸다. 신여성이라는 단어는 19세기 말 유럽과 미국을 시작으로 20세기 초 일본 등 아시아 국가로 퍼져나갔다. 국가마다 신여성에 대한 정의나 개념은 달랐지만
다른 이의 무의식 세계에 침입해 그의 가장 내밀한 비밀을 추출해내는 코브(Cobb•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아더(Arthurㆍ조셉 고든 레빗)는 말하자면 ‘산업 스파이’ 직군職群(공식적으로 그런 직종이 있는지 모르겠지만)에 해당한다. 요즘 한참 뜨는 직종인 ‘해커’의 일종인 셈인데, 코브 일당은 타인의 의식을 뚫고 들어가는 최첨단 미래형 해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