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골목길의 모습을 간직한 곳. 그렇지만 갈 때마다 예쁜 카페와 상점이 사라져 안타까운 곳. 그래서 꼭 스케치북에 담겠노라 다짐했던 곳. 난 지금 경리단길을 걷는다. 낙엽이 다 떨어지기 전에 마지막 가을을 담을 요량으로… 김희민 일러스트레이터 annie3249@gmail.com | 더스쿠프
일루션(Illusion)은 환각 또는 환상, 착각이란 의미로 사용된다. 같은 풍경과 사물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영길 사진작가의 작품은 이런 의미에서 일루션과 통한다. 작가는 공사용 가림막의 작은 그물코 사이로 세상을 들여다본다. 그 순간 매일 보던 익숙한 풍경은 낯선 가상현실의 세상으로 바
오페라 ‘박쥐’는 한마디로 ‘비엔나의 코미디’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오페레타(Operettaㆍ가벼운 음악극)로 당시 불황으로 우울했던 오스트리아의 분위기를 잠시나마 행복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왈츠의 왕’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더 완벽해진 왈츠를 작곡해 선보였다.♬프롤로그 = 공증인 팔케 박사는 친구이
인터넷 시대를 ‘정보 홍수시대’라고 하지만 케이블방송 시대는 가히 ‘영화의 홍수시대’다. 까마득한 옛날 일주일에 한번 방송사에서 엄선해서 보여주는 ‘주말의 명화’는 웬만큼 검증된 영화여서 어느 정도 믿고 보아도 무방했지만, 넘쳐나는 영화전문 채널들이 24시간 365일 틀어대는 영화의 홍수 속에서 ‘볼 만한’ 영화를 선택하기란 실로 지난한 일이다. 영화의 홍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은 탐욕만 좇은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였다. 탐욕은 언제나 더 큰 탐욕을 부르게 마련이다. 탐욕은 비극이다. 송정섭 작가 songsuv@naver.com│더스쿠프
‘멀다 그러나 가깝다.’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저서에 등장하는 문구다. 그는 이 말로써 ‘아우라’라는 개념을 설명했다. 예술작품에 있어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 무엇을 가리키는 아우라.독일의 현대 미술가 팀 아이텔(Tim Eitel)은 세상의 모든 사람과 사물에도 고유한 ‘아우라’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가까이 존재하지만 유심히 살
독일군을 피해 덩케르크 해변가에 모여든 영국군 사이에 프랑스 병사 ‘깁스’가 숨어든다. 그는 죽은 영국 병사의 인식표를 훔쳐 영국군으로 위장하고, 탈출을 꾀하지만 결국 프랑스군임이 들통난다. 분명 같은 동맹군이지만 영국군은 깁스를 침몰하는 배에 묶어둔 채 탈출한다. 영국과 프랑스가 서로의 과거를 이해하고 정리하지 못해 벌어진 비극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식물의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던 과학도 ‘재연(문근영)’은 후배에게 연구 아이템을 도둑맞고 사랑하는 사람마저 빼앗긴다. 충격에 빠진 그녀는 세상을 등지고 숲속 유리정원 안에 스스로를 고립시킨 채 충격적인 실험을 이어간다. 같은 시기 무명 소설가 ‘지훈(김태훈)’은 소설의 실패로 슬럼프를 겪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재연을 알게 된 후 그녀의 삶을
십수년만에 일출을 보러 간 양양의 남애항. 해가 막 떠오르고 난 뒤의 항구는 무척 분주하다. 작은 배들이 바다를 오가고, 활어를 담은 바구니가 곳곳에서 춤을 춘다. 남애항을 지나 7번 국도를 탄다. 휴휴암, 하조대, 낙산사를 지나 속초까지 아름다운 바다가 스친다. 동해와 어울리는 계절. 내 마음은 또다시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 김희민 일러스트레이터 anni
오페라 ‘메데아’는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시인 중 한명인 ‘에우리피데스’의 서사시 메데이아를 오페라로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설적인 오페라 디바 ‘마리아 칼라스’가 출연한 영화 ‘메데아(1969년)’가 만들어지면서 더 유명해졌다. 마리아 칼라스는 오페라의 여신으로 불린 성악가(소프라노)다. 그는 ‘빈첸초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를 통해 세기의 가
나무는 인간과 가장 닮은 재료다. 돌이나 금속과 달리 살아있는 자연의 재료이기 때문이다. 조각 행위의 본질이 ‘깎는 데(Carving)’ 있다면, 나무는 조각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재료이기도 하다. 정으로 치면 떨어져나가는 돌과 다르다. 나무는 휘고 갈라지는 본연의 저항성이 강하다. 그 자체의 생명력이 강해, 조각가를 압도하거나 조각가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
2차세계대전에서 처칠과 히틀러는 서로 다른 ‘영웅관’을 드러낸다. 처칠은 패잔병이나 다름 없는 덩케르크 철수 군인들을 ‘덩케르크 영웅’이라고 규정하고 치켜세웠다. 반면 히틀러는 용감한 독일시민과 병사들은 모두 ‘영웅적’으로 죽었다며, 전쟁 말미에 살아 남은 이들을 ‘쓰레기’로 규정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편집한 ‘덩케르크 철수작전’은 철수작전의 묘사보
그대는 어떤가요. 출퇴근길에 스마트폰만 응시하고 있진 않나요.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진 않나요. 그럼 물을 게요. 스마트폰에 넋을 잃은 그대 앞에서 입을 삐쭉대는 그녀가 보이나요? 스마트폰에 흠뻑 빠진 그대 위로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은 보이나요? 지금 그대는 어떤가요. 송정섭 작가 songsuv@naver.com│더스쿠프
영화속 덩케르크 철수작전은 감동적으로 그려지지만 사실 이는 출구 전략을 세우지 않은 처칠의 실책이다. 전략가 나폴레옹도 비슷한 우愚를 범했다. 러시아 원정을 떠난 나폴레옹은 ‘출구’를 확보하지 않은 전략으로 50만 군사를 잃었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문’을 열고 다시 나올 때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 40만 병력이 ‘덩케르크’라
감자칩이 선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하고 있다. 쭈글쭈글한 대추는 피부관리를 하겠다며 거울 앞에서 마스크팩을 붙인다. 그런가하면 땅콩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껍질 속 알맹이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미국 사진작가 테리 보더가 그의 재기발랄한 작품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그의 작품에선 빵, 과자, 계란, 과일, 수저, 손톱깎이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1896년 황해도 치하포, 20살의 조선인 청년(조진웅)이 일본인을 맨손으로 때려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숨기지 않았다. 되레 자신의 거주지와 이름까지 밝히고 조선인으로 위장한 일본 육군 중위를 죽였다는 포고문을 써붙인다. 재판장에서도 청년은 당당했다. 그는 자신이 국모의 원수를 갚았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명성황후의 시해범을 죽이
여름 끝자락. 그리고 이제 막 가을. 단언컨대, 강원도 양양의 해수욕장에는 ‘한적함’이 흐르리라. 그 때문인지 내 발은 그리도 ‘천천히’ 움직였을지 모른다. 헌데 이게 웬걸. 한적할 줄 알았던 그곳은 ‘서퍼(Surfer)’의 몸짓에 춤을 췄다. 풍경도 공연한 춤바람을 일으켰다. 해안가를 따라 길게 늘어선 이국적인 서핑숍과 서핑으로 에메랄드빛 바다의 짜릿함을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1805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안토니에타 프라폴리’라는 여인이 알제리의 해적에게 납치당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녀는 알제리의 총독인 무스타파 이브라힘에게 끌려갔다가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왔다.21살이었던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는 이 작품을 21일
“취업률 낮은 학과를 통폐합하라.” 어떻게 들리는가. 상아탑이 취업학원으로 전락한 건 오래 전 일이지만 좀 너무하지 않은가. 취업률 낮은 학과를 통폐합하라는 건 ‘취업에 필요한 학문’과 ‘취업에 불필요한 학문’을 나누라는 것과 다를 바 없어서다. 꿈을 잃은 우리네 청년들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송정섭 작가 songsuv@naver.com│더스쿠프
2차 세계대전 중 크고 작은 수많은 처절한 ‘전투’가 역사에 기록됐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스탈린그란드 전투, 유황도 전투 등은 ‘극단의 세기’ 혹은 ‘광기의 세기’로 불리는 20세기 전쟁의 난폭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에 비하면 ‘덩케르크 전투’는 2차 세계대전사에 변변히 명함도 내밀기 어렵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를 창고에서 꺼내어 먼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