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버스는 빌딩숲 홍콩 중심부를 곡예하듯 달린다. 흥미 진진, 스릴 만점이다. 때마침 오락가락하던 비가 그치고, 버스의 창문 밖으로 파란 하늘이 방긋댄다. 그렇게 도착한 스탠리의 아름다운 바다. 잠시 넋 놓고 달렸을 뿐인데…. 꽃집, 노천카페, 아이스크림차는 더없이 아름답고 더없이 달콤하다. 저 멀리 해변에선 사람들이 파란색 파라솔 안에서 맥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혹성탈출’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가족과 동료들을 무참히 잃게 된 유인원의 리더 시저와 인류의 존속을 위해 인간성마저 버려야 한다는 인간군 대령의 대립. 그리고 퇴화하는 인간과 진화한 유인원 사이에서 벌어진 종의 운명을 결정할 전쟁의 최후를 그렸다.과학 실험의 실패로 유인원들이 지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의 영화 ‘덩케르크(Dunkirkㆍ2017)’는 ‘덩케르크 철수작전’이라는 실화를 다룬다. 세계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투신은 찾아볼 수 없다. 자극적이지 않아 더 자극적이고, 잔인하지 않아 더 공포스럽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메멘토’ ‘인셉션’ ‘배트맨 다크나이트(시리즈)’ ‘인터스텔라’
고대 유대인들은 신의 이름인 ‘여호와(Yawhe)’를 감히 부르지 못했다. 그래서 불가피할 때에는 4글자 ‘YHWH’로 표기해 구현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조금만 특별해도 그에게 ‘갓(God)’를 붙여주거나 ‘~느님’이라고 부른다. 옛사람들에게 있던 ‘금기’가 사라져가는 우리사회의 단면이다. 신의 영역마저 넘보는 ‘교만한 인간’에게 남은
같은 것을 봐도 해석은 다를 수 있다. 그게 주관主觀이고 관점觀點이다. 한쪽 입장만 듣거나 반영하는 게 위험한 이유다. 다양성의 힘은 존중에서 나온다. 존중 없는 사회는 그래서 ‘편향적’이다.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떨까. 송정섭 작가 songsuv@naver.com│더스쿠프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동명의 소설(김영하 作)을 원작으로 한다. 하지만 소설과 영화는 엄연히 다르다. 재료는 같지만 표현하는 기호가 다르다. 감독은 ‘은희(김설현)’가 ‘병수(설경구)’를 찾아가는 것으로 소설의 열린 결말을 닫아버렸다.영화가 원작보다 낫기는 쉽지 않다. 원작이 주는
중국 작가 쑨쉰(오른쪽 사진)의 ‘망새의 눈물’이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선보인다. 중국의 젊은 작가 쑨쉰孙逊의 한국 첫 개인전이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6일부터 열린다. 쑨쉰은 중국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이후 출생자)’ 세대 선두 작가다. 항저우 중국미술대학교 판화과를 졸업한 그가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한 건 그리 오래되지
18년차 연기파 배우 문소리가 뜻밖의 데뷔작으로 관객을 찾아왔다. 2002년 영화 ‘오아시스’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신인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배우 문소리. 2017년 그녀의 명성은 예전 같지 않다. 하고 싶은 배역의 러브콜은 끊긴 지 오래. 일년에 작품 하나에 출연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연기파 여배우라는 수식어는 18년차 중견 여배우로 바뀌었다.
인공지능 데이비드는 인간을 멸종시켜야 할 ‘쓰레기’ 쯤으로 여긴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인간을 멸종시키려 하니, 어떤 슈퍼 히어로도 막을 수 없다. 현실에선 인간이 인간을 쓰레기로 부르는 걸 서슴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쓰레기로 치부하는 두려운 세상 역시, 어떤 슈퍼 히어로도 구제할 수 없다. 우주선 커버넌트호는 우주식민지 개척의 꿈을 싣고 미지의 행성을
계단에 앉아 있는 사람, 와인바에서 선 채로 지인들과 흥겹게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 서둘러 경사진 길을 오르는 사람….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에서 바라본 홍콩의 흔한 풍경이다. 어디 그뿐이랴. 침사추이의 한 호텔에서 바라본 창문 밖 풍경이 너무나 기차서 말문이 막힌다. 가끔씩 보이는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은 이 도시를 더 탐나게 한다. 매일 아침,
안토니오 살리에리는 고전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다. 그는 24세에 오스트리아 궁정 오페라 감독에 임명된 후 삶의 대부분을 궁정음악가로 활동했다. 교회음악부터 오페라까지 모든 장르의 곡을 작곡할 만큼 천부적인 음악성을 지녔다. 또한 음악을 잘 가르치기로도 유명했다. 살리에리의 제자로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 프란츠 슈베르트, 프란츠 리스트, 카를 체르니 등 이름
인간은 창조주가 아님에도 종종 ‘창조주 놀이’에 빠지곤 한다. 자신이 만들어낸 것을 보고 흡족해 하며, 기고만장한다. 데이비드도 새로운 족속의 창조를 꿈꾸며, 에일리언과 인간을 조합한 ‘네오모프’ 시제품을 만들고 흡족해한다. 네오모프는 괴기스럽고 조악하지만 데이비드 눈에만은 아름다울 뿐이다.우주 식민지 개척의 선발대로 떠난 ‘커버넌트(Covenant)호’는
‘천재 예술가’ 앞에는 흔히 ‘시대를 앞서 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네덜란드 출신의 예술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ㆍ1898~1972년)도 그런 예술가 중 한명이다. 오늘날 에셔의 작품은 20세기 이후 가장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보여줬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당대의 평단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그
정의, 윤리, 도덕은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하다하다 인간의 존엄성까지 ‘돈’으로 거래할 것 같은 ‘탐욕’이 세상을 비튼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서있는가. 황금에 눈이 멀어 자아自我를 팔고 있진 않은가. 송정섭 작가 songsuv@naver.com│더스쿠프
남들과 다르게 살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남들처럼 살아보려 했다. 그건 또 왜 그렇게 어려운 걸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너무도 평범하게 여겨지던 일이 대단한 일로 여겨지는 시대. ‘포기’는 어느덧 일상이 돼버렸다.선배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기창과 무역
융합과 통섭의 시대라면서 ‘순수’를 고집하는 건 아이러니하다. 문제는 순수와 파괴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순수를 추구하면 증오와 파괴가 따라온다는 거다. 웨인랜드 회장이 탄생시킨 순수하고 완벽한 인간 데이비드. 그는 순수하지 못한 모든 것을 파괴하고 말살한다. ‘프로메테우스’에 이은 리들리 스캇 감독의 ‘에일리언:커버넌트(Alien:Covenant)’는
리들리 스캇 감독이 영화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보여주는 거인 종족 엔지니어와 인간, 에일리언의 관계는 흥미롭다. 에일리언의 기원起源은 다소 불분명하게 그려진다. 아마도 에일리언은 엔지니어들이 궁극의 무기로 개발한 엔지니어의 피조물인 듯하다. 또한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이 창조한 인간을 멸종시킬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그려진다.미지의
바야흐로 SNS 시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손쉽게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 반대로 나쁜 마음을 먹으면 ‘마녀사냥’의 씨앗을 뿌릴 수도 있다. 악의적 의도를 품고 퍼뜨린 유언비어는 폭력이다. SNS를 넘나들고 천리를 달리는 ‘발 없는 말’, 어떻게 통제해야 할까. 무거운 숙제다.송정섭 작가 songsuv@naver.com│더스쿠프
1980년 5월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은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에 갔다. 통금 전 서울로 돌아오면 거금 10만원을 준다는 말에 영문도 모른 채 길을 나선다. 어렵게 광주에 도착하지만 광주의 상황은 심상치 않다. 만섭의 만류에도 피터는 광주의 실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만섭은홀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
상쾌한 초가을의 문을 열어줄 의미 있는 ‘문화전시회’가 곧 열린다.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각자전수동문회가 매년 선보이는 전통 각자刻字 전시회다. 올해로 10회째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정조의 봄꿈, 화성을 찾아가는 각자 여행’이다.수원 화성은 조선의 후반기를 찬란하게 수놓은 계몽 군주 정조대왕의 숨결이 곳곳에 스민 고도古都다. 용주사나 융건릉이 효행孝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