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이 고안해 낸 ‘교환의 법칙’은 대단히 유용하다. 동시에 머리 아픈 문제이기도 하다. 재화든 가치든 상호교환 없이는 살아갈 수 없고, 일상적으로 교환을 기본으로 살아가지만 적정하고 정당한 교환의 기준을 찾아내고 공유하기가 쉽지 않다. 은혜는 받은 만큼 돌려주려 하지 않고, 원한은 받은 것 이상으로 되돌려주려 한다. 또한 서로 교환돼서는 안 될 것을 교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내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 누구도 다른 이들이 만든 잣대에 자신의 삶을 맞춰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포토그래퍼 닉 나이트(Nick Knight)가 “나는 나 자신과 내가 하는 일을 믿어야만 한다”며 한 말이다. 패션계의 보편적인 시선에 도전하고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영화 ‘내부자들’에서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들의 뻔뻔스러움은 가히 충격적이다. 수틀리면 쇠톱으로 ‘팔모가지’를 썰어버리는 폭력도 일삼는다. 멀쩡한 사람을 잡아다 통닭구이를 하고 물고문을 하는 국가의 폭력은 이에 비하면 양호하게 보일 정도다. 더 충격적인 장면은 따로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김병옥)과 재벌 회장(김홍파)의 술자리 장면이다. 공무원 직제상
2012년 탈북한 화교 출신이자 서울시 공무원인 유우성씨가 간첩으로 내몰렸다. 국정원은 유씨 동생의 ‘자백’이 증언이라고 했다. 그런데 만약 그들의 말이 거짓이라면? 뭔가 미심쩍다고 생각한 한 언론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2015년 10월 대법원은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이다.
농부는 소소한 일상을 공책에 적었고, 시계 수리공은 100년이 넘은 망치를 두드린다. 대나무 곡자가 자꾸 갈라져 쇠로 된 것을 쓴다는 재단사와 60년을 했는데도 여전히 배우는 게 많다는 대장장이. 이들의 평균 나이는 78.8세다. 소외되는 노인들이 갈수록 늘어가는 고령화 시대에서 이들은 여전히 일한다.아프리카에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17세기에 들어서며 많은 메세나(Mecenatㆍ예술가들을 후원하던 그 당시 귀족을 지칭)는 합창보다 독창에 관심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는 모임으로 이어져 피렌체의 조반니 바르디(Giovanni Bardi) 백작의 저택에서 ‘카메라타 피오렌티나’라는 모임이 결성됐다. 이 모임에는 작곡가 빈첸조 갈릴레이(Vince nzo Gallilei), 야코포 페리(Jac
세상엔 많은 희귀병이 있다. 그중에서도 ‘레쉬-나이한 증후군(Lesch-Nyhan Syndrome)’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희귀병이다. 통증은 누구나 느끼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우리 몸이 보내는 일종의 경고다. 이를 자각하지 못한다면 치료의 기회도 없이 죽음으로 이어진다. ‘레쉬-나이한 증후군’이 몸의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희귀병이라면, 영화
백순을 바라보는 고령에도 여전히 엄마 등에 매달려 있는 화가. 이중섭의 친구이자 신新사실파 구성원 중 유일한 생존인물인 백영수 화백이 올 초까지 그린 드로잉과 콜라주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백영수 개인展’은 지난해 목욕탕에서 넘어진 후 거동이 불편한 와중에도 작업을 놓지 않았던 작가의 4년만의 개인전이라 더욱 반갑다.전시에는 40여점의 작품이 액자에
오페라의 거장 베르디(Verdi)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의 하나인 ‘오셀로(Othe llo)’를 작곡할 때까지 어떤 활동도 하지 않았다. 16년이라는 긴 침묵의 시간동안 베르디는 그동안 작품 활동을 반추하고, 오페라의 변화를 고민했다. 오랜 번민의 결론은 하나였다. 새 시대의 흐름에 맞춰야 한다는 것. 이 숙제를 이루기 위해 베르디는 대본작가 보이토(
흔히 국가의 권력은 정치ㆍ경제ㆍ문화ㆍ사회 분야를 장악하는 4개로 구성된다. 각 분야의 엘리트가 해당 분야의 권력을 장악하고, 4개의 권력이 결합해 국가의 권력을 장악하고 국가를 이끌어 나간다. 영화 ‘내부자들’에도 각 분야의 권력이 등장한다. ‘내부자들’의 신정당 대통령 후보 장필우(이경영)는 정치권력의 엘리트이며 ‘미래자동차 주식회사’ 오 회장(김홍파)은
테러, 자연재해, 전쟁 등 각종 사건사고를 방관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중에게 경각심을 던지는 사진전이 열렸다. 서울 통의동에 위치한 리안갤러리가 지난 8일부터 ‘화이트’ 사진작가 하태범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 전시회는 작가가 2008년 시작한 ‘화이트’ 시리즈의 연장선으로 전쟁과 재난에 관한 대중의 무감각한 태도를 흰색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작품을 선
“질곡의 한국 현대사를 미술가로서 표현하기 위해 고뇌한 흔적이 엿보인다.” 김용익 화백의 회고전을 준비한 일민미술관 함영준 책임큐레이터의 말이다. 지난 1일부터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용익 화백의 이번 전시는 일민미술관 1ㆍ2ㆍ3 전시실을 모두 사용하는 대규모 전시다. ‘가까이…더 가까이…’라는 타이틀로
영화 ‘내부자들’은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멍에를 지고도 700만 관객 고지까지 오르는 기록을 남겼다. 미국에서 성인영화 판정 기준이 된다는 욕설(language), 노출(nudity), 그리고 폭력(violence)라는 3박자를 완벽하게 갖추었는데도 말이다.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차진 욕설을 입에 달고 산다. 메이저 신문의 논설주간(백윤식)이나 대통령 후보
영화 ‘오션’ 시리즈를 통해 완벽한 호흡을 선보인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가 이번에는 긴장감 넘치는 인질극으로 다시 뭉쳤다. 여기에 할리우드 대표 지성파 배우인 조디 포스터가 연출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영화 ‘머니 몬스터’가 막바지 여름, 관객들과 만난다.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경제쇼 ‘머니 몬스터’는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명실상부 최고의
‘설국열차’의 지도부는 윌포드와 메이슨 총리로 대표된다. 지도부는 총부리를 앞세운 근위병들을 꼬리칸으로 보내 기차의 부품으로 사용할 ‘가장 작은 아이’를 차출한다. 체구가 가장 작은 아이를 둔 타냐와 앤드류는 당연히 극렬하게 저항한다. 그래 봤자 타냐가 할 수 있는 건 발버둥뿐이고, 앤드류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근위병들을 향해 신고 있던 구두짝을 투척하는
“그 누구든 같은 조건에서 같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내 카메라를 마주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의 민낯, 그 사람의 진심을 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치호 사진작가는 지난 1년여 간 ‘사람의 민낯’을 찍었다. 그게 누구든 ‘똑같은 옷’을 입히는 파격을 택했고, 차별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 ‘흑백’을 고집했다. 주름살 하나, 머리카락
영화 ‘설국열차’의 설정은 자못 흥미롭다. 열차가 ‘예카테리나 철교’를 통과하는 1월 1일을 기점으로 꼬리칸 ‘잉여인간’들의 봉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예카테리나(Ekaterina)가 누구던가. 1770년대 ‘귀족에게는 천국, 농노에게는 지옥’이라는 말로 압축되는 러시아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양극화 시대를 열었던 인물이다. 남편이던 표트르(Pyotr) 3세
“공간에서 모든 대상을 제거해 그 속에 대상이 없는 빈 공간을 상상할 수는 있지만 공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표상을 가질 수는 없다.” 독일 철학자 칸트의 공간표상 두번째 논증이다. 칸트는 여기서 공간은 경험으로부터 얻어지지 않은 ‘선험先驗적 표상’이면서 동시에 ‘필연적 표상’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공간은 단순히 보이는 표상이 아니라 개념과 경험을 통해 종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은 아동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이를 증명하듯 수많은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며 170여년 동안 영화ㆍ드라마ㆍ만화ㆍ발레 등 다양한 장르로 각색ㆍ변주돼 왔다. 2014년 1월에 개봉해 놀라운 신드롬을 일으키며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대표적인 예다. 전 세계를 사로잡아 온 ‘눈의 여왕’이 이번에는 한국적 정
마지막 인류를 태우고 17년째 쉬지 않고 무한정 지구를 도는 ‘설국열차’는 ‘노아의 방주’를 닮았다. ‘방주(Ark)’란 원래 ‘나무 궤짝’을 의미할 뿐 통상적인 배가 아니다. 노아의 방주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항해 장치를 갖추지 않은 ‘나무상자’에 지나지 않았듯 설국열차 또한 목적지 없이 육상을 맴도는 마지막 인류가 숨은 ‘철제상자’일 뿐이다.노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