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흥행기록이 경마 경주는 아니지만 김한민 감독의 2014년 작품 ‘명량’은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1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모든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지만 이 기록을 깬다는 것은 어쩐지 상식의 저항마저 불러일으킨다. 세계적인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가 자본주의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제도는 영원히 나올 수 없다
영화 ‘레버넌트’의 시대적 배경은 1875년께 제국주의 태동기다. 제국주의는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그 요체는 ‘시장경제’의 전 세계적인 확산이며, 생산을 위한 자원 확보, 생산된 상품을 독점하기 위한 서구열강의 경쟁이다. ‘레버넌트’의 서사 중심에는 미주리강의 설치동물 ‘비버’가 자리 잡고 있다. 주인공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찰나’라는 주제로 세 명(문호·송은영·조해영)의 작가가 다양한 시선과 사유가 담긴 자신만의 풍경을 찾아냈다. 우연히 지나면서 수집한 풍경들, 그 장소를 바라보던 찰나를 그림으로 재구성했다. 단순한 재현이 아닌 감각의 인식으로 사유한 작품들로 펼쳐지는 이번 ‘찰나(刹那)_Slice of Life展은 ‘시간’이 아닌 ‘시선’으로 변화하는 풍경을 마주하길 권한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는 연기력과 매력적인 외모를 모두 갖춘 흔치 않은 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휴 글래스)와 톰 하디(피츠 제랄드)라는 두 명의 걸출한 배우가 이끌어간다. 특징이라면 모두 공인받은 꽃미남 계열 배우라는 거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들의 수려한 외모를 찾을 수조차 없다. 철저히 망가지면서 오로지 연기력으로 승부한다. 이 영화의 또다른
오페라에서 다뤄지는 이야기 중 셰익스피어나 푸시킨, 괴테 같은 대문호의 작품들 외에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성서다. 대표적으로 ‘삼손과 데릴라’ ‘모세’ ‘살로메’ 등이 있다. 그중에서 삼손과 데릴라는 아리아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 열리고(데릴라가 삼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로 매우 유명하다. 흑심을 감추고 삼손을 유혹하는 데릴라는 메조
대중가수 조영남의 그림이 ‘사기냐, 미술계 관행이냐’의 문제로 시끄럽다. 작가들은 대부분 새로움과 신선함에 갈증을 느낀다. 새로운 모티브를 찾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가수 조영남의 소재는 신선했다. 그는 연예인이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고 작품도 성공적으로 판매했다. 하지만 조영남을 뒷바라지한 조수가
1984년 중국 오지의 산골마을. 어느 날 이곳에 한 남자가 부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라홍(여애뢰)’. 라홍은 다른 사람의 외양간에 멋대로 들어가 살면서 거지 취급을 당하지만 사나운 성격 탓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청년 ‘한총(왕쯔이)’이 아랫동네에 사는 과부 ‘친화’의 부탁으로 오소리를 잡기 위해 산에 덫을
한국의 현대미술은 한동안 편협된 양상을 보였다. 서양미술이 세계시장을 주도하자 우리 미술계에서는 동양화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낮아졌다. 동양문화 또한 시대적으로 뒤떨어진다는 인상을 남겼다. 이런 분위기는 우리의 전통미술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전통을 이어오던 많은 기법의 맥은 점점 사라지거나 남아 있다 해도 아주 미세하게 이어졌다. 공필화(비단채색화) 또한
1875년 ‘태평양 모피 회사’의 원정대는 미국 대륙 현재 미주리 주州 혹은 사우스다코다 주 어디쯤 해당하는 미개척 원시림 속에서 인디언들과 사투를 벌여가며 수달사냥과 모피 채취에 목숨을 건다. 당시 유럽의 신사들은 윤기 흐르는 수달 모피 신사모자(hat)에 열광했고, 그 바람에 애꿎은 미국 대륙의 수달들이 봉변을 당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이렇듯 인
요즘은 자연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없다. 예전에는 봄, 가을이면 소풍을 가거나 사생대회를 연다는 이유로 고궁이나 야외공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보는 이들도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자연을 관찰하고 즐기기보다는 하나의 과제처럼 여겨지는 듯하다. 잘된 작품을 컴퓨터로 미리 확
‘예프게니 오네긴(Eugenio Onegin)’은 오페라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원작은 1823~1830년 사이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이 쓴 소설. 소설은 전부 시의 형식으로 운율을 맞추고 있어서 외국의 번역가들이 번역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차이코프스키는 이를 오페라로 작곡했다.그의 음악은 밀리 발라키레프가 주도한 러시아 작곡가 5인방의
알레한드로 이냐리투(Alejandro Inarritu) 감독의 2015년 최신작 ‘레버넌트(The Revenant):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영화 포스터는 흥미롭다. 화면 가득 생존기의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Leonardo Dicaprio) 얼굴을 내세운다. ‘레버넌트’가 아카데미상에 맺힌 디카프리오의 평생의 한을 풀어준 영화로 화제를 모았으니 그
사람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의식주다. 이중 먹는 것(식)은 기본 중 으뜸이다. 한때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밥이 곧 생명처럼 느껴지던 시절도 있었다. 임영숙 작가는 흰 쌀밥을 흰 도자기에 담아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한민족의 얼이 서려 있는 하얀 천은 염색기술의 부족으로 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가장 찬란한 순간을 함께한 친구들, 언제나 내 편을 들어주는 가족, 그리고 밤잠 설치게 만든 첫사랑까지. ‘나의 소녀시대’는 학창시절의 순수하고 대책 없이 용감한 모습을 기록한 청춘 영화다. 지난해 여름 대만에서 개봉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 전역에서 흥행을 기록했다.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송운화와 왕대륙도 아시아가 주목하
열혈애국청년 염석진(이정재)의 변신은 실로 극적이다. 일제의 무단통치시절이던 1911년 데라우치 조선 총독의 목숨을 노리고 경성 손탁호텔에서 ‘쾌걸 조로’처럼 복면에 망토를 휘날리며 총질을 해대던 염석진은 한순간 일본 헌병대의 앞잡이로 변신한다. 일본 밀정 염석진이 약관의 나이에 임시정부의 경무대장직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온전히 그의 손탁호텔 습격의 신화
최근 아프리카 난민들은 자신이 살던 집을 버리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죽음의 행진을 하고 있다. 그리움이나 아련한 기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과 공포를 견디며 살기 위한 여정의 길을 떠난다. 자유를 찾아 떠나는 이들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난민으로 임시수용소 천막이 거처일지언정 죽음의 땅을 버리고 감행한 그들에겐 언젠가 돌아갈 꿈을 꿀 수 있는
영화 ‘암살’에는 비현실적인 설정이 많다. 그래서 간혹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극강’의 친일파 이강국(이경영)은 ‘극강’의 독립투사인 마누라와 한 이불 덮고 자는 부부 사이였다. 이강국은 20년 만에 찾은 쌍둥이 친딸 안옥윤(전지현)을 독립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말의 고뇌도 없이 사살한다. 안옥윤 역시 친일파 아버지를 제 손으로 처단하겠다고 장총
결혼 45주년을 맞이한 ‘케이트(샬롯 램플링)’와 ‘제프(톰 커트니)’. 부부는 며칠 후에 있을 결혼기념일 파티 준비로 분주하다. 그러던 어느 날, 제프의 앞에 편지 한통이 도착한다. 내용은 알프스 빙하의 틈에서 제프가 결혼 전 만났던 첫사랑 ‘카티야’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것이다.편지를 받은 뒤 제프는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한다. 옛날 사진도 꺼내
최동훈 감독의 ‘암살’은 1200만 관객을 동원, 역대 흥행순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흥행성공의 원인은 복합적이겠지만 교과서 문제, 독도, 위안부 문제 등으로 켜켜이 쌓인 ‘반일감정’의 정서적 호소도 빼놓을 수는 없을 듯하다.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 우리의 항일투사들은 친일파의 거두 강인국(이경영)을 죽인다. 아울러 간도사변에서 무고한 조선 민간인 300여
김정향 작가는 초기 연작에서 한국의 공중목욕탕을 배경으로 여탕ㆍ남탕으로 나뉜 나부裸婦의 모습을 드로잉으로 표현했다. 나부들은 타인을 의식하지 않은 채 자신의 몸을 씻고 남의 등을 밀어주기도 한다. 모르는 이의 등을 주거니 받거니 씻겨주는 품앗이 광경은 마치 서로가 서로를 위로해 주는 모습으로 비친다. 위로는 작가의 작품에 모티브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