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국어력」김범준 지음|포레스트북스 펴냄 ‘심심한 사과’라는 말을 두고 “사과가 심심했나”라고 하거나, ‘몰이해’를 두고 ‘뭘 이해’가 잘못 쓰인 걸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우리의 문해력과 어휘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는 “모두가 국어 실력을 점검하고, 키워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언어가 우리 삶의 기본 도구인 만큼 국어를 제대로 모르면 삶이 흐릿해지고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거다. 이 책은 정제된 텍스트로 자신을 세상에 내보이는 방법을 알려준다. 「미국이 길러낸 중국의 엘리트들」장융전 지음|글항아리 펴냄 중
하얀 몸통에 까만 머리의 볼펜. 가히 빠른 생산에 최적화한 듯한 디자인이다. 가장 본질적이고 실용적인 기능 외에 어떠한 장식이나 추가 옵션도 없다. 가격 또한 저렴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합리적이다.그런데 이 평범한 볼펜 앞엔 늘 ‘국민볼펜’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1963년 처음 출시해 지금까지 43억 자루가 팔린 한국 필기구계의 스테디셀러이자 산 역사라니 그럴 만도 하다. 한국인에게 ‘볼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상징적인 볼펜 ‘모나미 153’ 얘기다. 모나미는 1960년부터 ‘국민볼펜’과 함께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이탈리아로 가는 길」조귀동 지음|생각의힘 펴냄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미국’이나 ‘스웨덴’을 바람직한 모델로 꼽아왔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은 지금 ‘이탈리아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탈리아는 1960년대 기적적 성장을 이뤘고, 1980년대 경제 호시절을 맞았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지적돼 온 방만한 공공부문, 만성적 재정적자, 높은 경기부양 의존도 등을 바꾸지 못해 성장이 멈춰섰다. 이탈리아 정치는 개혁에 나설 추진력조차 잃고 말았다. 이탈리아를 통해 한국의 미래를 생각한다. 「곽재식의 역설사전」곽재식
대형병원에 간 환자라면 이런 불만을 한번쯤 가져봤을 거다. “오랜 대기 끝에 고작 몇분 진료받는 게 다라니.” ‘3분 진료’는 이같은 현실을 빗댄 말이다. 이뿐만 아니다. 진료에 필요하다며 받는 검사들은 어찌나 많은지. 이 검사 저 검사 받다 보면 어느새 불어난 검사비에 또 한번 불만이 튀어나온다. 진료에 할애해야 할 시간이 점점 줄면서 의사와 환자 관계가 무너진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의사를 대상으로 가져야 할 신뢰는 첨단 과학으로 무장한 기계와 시설이 들어와 차지해 버렸다. 그러다 보니 의사를 보고 병원에 가는 게 아니라 병원
「신비 섬 제주 유산」고진숙 지음|블랙피쉬 펴냄 “이 책을 읽다 보면 제주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제주의 2000년 역사를 담았다. 역사, 문화, 자연을 속속들이 담은 ‘제주 이해 완결판’이다. 한라산, 오름, 감귤, 해녀, 화산 등 제주의 단면은 알고 있지만, 그보다 더 깊은 지식을 원하던 사람들에겐 선물 같은 책이다.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사는 저자는 제주인과 비제주인을 통역하고 연결하는 유의미한 시도를 선보인다. 「거꾸로 가는 쿠바는 행복하다」배진희 지음|시대의창 펴냄 쿠바는 독
우린 대부분의 시간을 일을 하며 보낸다. 많은 이들이 일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구라 여기며, 일을 통해 세상과 관계를 맺고, 일에 매진해 삶의 기본적 요건을 구성해 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 헷갈릴 때가 있다. 일이 정말 우리 삶의 도구가 맞는 건지, 혹여 우리가 일의 도구인 건 아닌지 말이다. 일을 하는 이유와 방향성은 제각각 다르다. 어떤 이는 직업인으로서 일에 대한 가치관 형성을, 어떤 이는 사회에 기여함을 목표로 삼는다. 일이 그저 생계유지 수단인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일을 자신의 열정을 쏟거나 특기를 발휘하는 장으로 여기는
「다시, 시로 숨쉬고 싶은 그대에게」김기택 지음|다산책방 펴냄 1989년 등단한 김기택 시인의 첫번째 산문집이다. 20여년간 시쓰기와 직장생활을 병행해온 그는 밥벌이에 지치고 세상에 외면당하는 이 땅의 모든 존재에 귀기울여 왔다. 이번 책에도 소외된 것들을 향한 따듯한 시선과 날카로운 관찰력이 담겨 있다. “언제든지 부르면 다가와 잃어버린 것들을 채워주고, 고단한 시간을 위로해준 것들은 빈약하기 짝이 없는 유년시절의 기억이었다”는 그의 고백은 지리멸렬한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폴커 키츠 지음|
비대면, 재택, 원격, 화상…. 코로나 팬데믹으로 바뀌었던 업무 환경이 엔데믹 선언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좀 더 내 시간에 집중할 수 있고,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며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요즘에는 슬랙, 드롭박스, 구글 행아웃, 줌 등 다양한 공유 업무 도구가 있어서 모이지 않아도, 사무실이 없어도 일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눈에 띄는 건 이런 긍정적 요인들이 여성의 창업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출산과 육아로 퇴사를 결심한 ‘엄마’들과 경력 단절로 인해 취업이 어려운 여성들이 재
「가족각본」김지혜 지음|창비 펴냄 전작 「선량한 차별주의자」로 이름을 알린 김지혜 교수(강릉원주대 다문화학)의 두번째 책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가족 제도에 숨은 차별과 그로 인한 불평등을 추적한다. ‘가족이 어떤 작동기제로 움직이는지’ ‘우리는 왜 결혼과 출산을 필수라 여기는지’ ‘부모가 함께 양육하지 않는 아이는 왜 어쩔 수 없이 불행한지’ 등의 질문을 던진다. 가족이 우리의 삶을 세세히 규율하고, 궁극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고 차별을 생산하는 제도이자 구조라는 답에 이른다. 「세상 친절한 금리수업」조경엽‧노영우
뭔가 배제된다는 느낌, 차별받고 있단 생각, 불평등에 대한 반감…. 이런 부정적 감정들은 스스로를 좌절과 무기력으로 빠져들게 한다. 우려스러운 건 이들 대부분이 감정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려서 변화를 체념하거나, 불평등한 현실에 적응하거나, 혹은 나보다 못한 사람을 혐오하는 방식으로 분출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부정적 감정들이 과연 진일보한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차별하는 구조 차별받는 감정」은 차별을 당연시하고 영속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차별받는 감정을 재조명한다. 이 책은
# 소설을 담는 그릇의 변화는 소설의 형식도 바꿔놨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자 작은 화면을 통해 스크롤하며 읽는 소설들이 붐을 일으킨 거다. 웹소설은 사람들의 욕망을 빠르게 채워주는 걸 목표로 한다. 카카오, 네이버, 문피아 등 웹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다.# 부자가 되는 꿈은 누구나 꾼다. 당장 땅을 판다고 해도 10원짜리 하나 나오지 않지만 사람들은 ‘나에게 100억원이 있다면…’ ‘내가 재벌그룹 총수라면…’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 상상을 ‘대리 만족’해 줄 수 있는 3편의 웹소설을 소개한다. 「회귀로
# 당신이 생각하는 책은 무엇인가. 대부분 ‘신국판新菊版’ 사이즈(가로 152㎜×세로 225㎜)로 만들어진 문학지 혹은 교양서적을 떠올릴 거다. 그럼 여기 늘어놓은 책은 어떤가. 시집은 담뱃갑 모양이고, 좁은 띠 자체가 책이다. 심지어 ‘편집자’가 ‘편집’에 의문을 던지는 잡지도 있다. # 출판업계에선 이런 책들을 전통적 개념에서 벗어난 독립출판물이라고 말한다. 전통적 관점을 벗어난 책은 사실 이뿐만이 아니다. 웹진의 형태를 띤 출판물, SNS를 통한 소통의 기록들, 웹에서 연재하는 소설 등 출판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는 책은
「장미의 문화사」사이먼 몰리 지음|안그라픽스 펴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장미 인문학’이다. 미술가이자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장미를 지식의 장으로 불러들였다. 그는 “장미가 단순한 식물이 아닌 인류에게 예술적, 종교적 영감을 제공한 문화적 아이콘”이라고 강조한다. 문화, 회화, 종교, 정신분석학, 철학 등 모든 분야에서 장미와 관련한 이야기를 펼쳐 낸다. 장미가 인류사에 남긴 놀라운 역사를 알 수 있다. 「창조적 시선」김정운 지음|아르테 펴냄 “창조적 인간이 돼야 한다”고 흔히 말하지만 ‘창조’라는 개념이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하재영 지음|잠비 펴냄 2018년 출간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이 개정증보판으로 발행됐다. 이 책은 ‘오로지 나 자신’밖에 모르던 저자가 강아지 피피를 맡으면서 시작한다. 피피와 함께 살기 위해 ‘개’의 모든 걸 배우기 시작한 그는 ‘버려진 개에 대해’ ‘고통받는 존재에 대해’ 눈을 뜬다. 번식장, 경매장, 보호소, 개농장, 도살장을 다니며 번식업자, 육견업자, 동물보호소 운영자 등을 직접 만났다. 개를 향한 애정과 관심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로 확산한다. 「이주하는 인류」샘 밀러
“광고만 하면 되냐? 솔직히 눈에 띄어? 사람들은 관심 없다고!”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은 20년 전 펴낸 저서 「보랏빛 소가 온다(Purple Cow)」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웬만해선 눈에 띌 수 없을 만큼 비슷한 상품과 서비스가 많아진 시대다. 이젠 엄청난 비용을 투입한 광고 공세가 아니라 ‘리마커블(remarkable)’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2003년 출간해 누적 판매 300만부를 기록하며 비즈니스 명저로 불려온 「보랏빛 소가 온다」가 20주년 기념 에디션으로 재출간됐다. 이 책은 혁
「생물다양성 경영」최남수 지음|새빛 펴냄‘생물다양성’이란 동물‧식물 등 생명체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생명체가 자리 잡고 있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생물다양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분별한 개발, 벌채와 남획 등으로 자연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지금 ESG 경영의 핵심으로 떠오른 기후변화에 이어 생물다양성 문제가 다음 이슈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 책은 기업들이 생물다양성 문제를 어떻게 경영에 반영할 수 있을지 소개한다.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최현숙 지음|문학동네 펴냄 ‘구술생애사’. 동시대를 사는 타인의 이야
많은 이들이 노동소득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불안해한다. 가만히 있으면 남들에게 뒤처질까 봐, ‘벼락거지’가 되지 않기 위해 부동산이나 재테크에 열을 올린다. 각자도생에 나선 사람들은 “로또밖에 답이 없다”며 월급만으론 이 나라에서 먹고살기 힘들다고 한탄한다. 순자산 10억원이 목표인 사회, 명품가방 두세개와 외제차 정도는 타야 중산층이라 얘기할 수 있는 사회, 돈이나 돈으로 환산 가능한 가치가 중요한 사회…. 우린 지금 수치로 자산을 점검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들과 자신이 가진 숫자를 비교
「저 바다에 고래가 있어」다지마 유코 지음|북트리거 펴냄 일본 해안가엔 하루가 멀다 하고 고래가 떠밀려온다. 연간 300여건에 달할 정도다. 그렇게 떠밀려온 고래 중 대부분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다. 저자는 고래 등 해양 포유류의 사체를 부검해 사인을 밝히고, 박물관 표본으로 보존하는 일을 해왔다. 이 책은 그의 일상을 통해 해양 포유류 사체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밝힌다. 고래를 동경했던 이들에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심해의 비밀을 알려준다.「라 프론테라」김희순 지음|앨피 펴냄미국과 멕시코는 3100㎞에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서 열린 미래투자 포럼에서 아랍의 한 젊은 왕자가 무대에 올라 초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5000억 달러 규모의 ‘네옴(NEOM) 시티’ 건설 계획이었다. 홍해 인근 사막에 들어설 이 도시는 기후를 제어할 AI 기술과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친환경 시스템, 주민 숫자보다 많은 로봇을 갖춘 ‘꿈꾸는 이들’을 위한 도시라고 그는 설명했다. 야심 차게 계획을 밝힌 이는 베일에 싸여 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였다. 당시 32세였던 그는 사우디뿐만 아니라 나아가 중동 전체를 재조직하
「일상의 발명」미셸 드 세르토 지음|문학동네 펴냄 삶은 일상의 연속이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타인과 낯선 환경을 맞닥뜨려도 다양한 각자의 방식으로 헤쳐 나간다. 때로는 각자가 가진 것으로 무언가를 꾸며내거나 새로운 것을 조작해내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를 ‘대중의 전술’이라고 말한다. 자본주의 소비사회에서 대중이 어떤 방식으로 저항하는지 흥미롭게 설명한다. 「기후 책」그레타 툰베리 지음|김영사 펴냄 어떤 수식어도 달리지 않은 이 책은 ‘기후 책’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