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취향이 있는데…, 벽지가 영 거슬려…. 세입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공감할 거다. 입주해 살려고 보니 취향이 아니어서 당황스러운 상황. 그렇다고 자신의 감성대로 바꿀 수도 없다. 소유하지 않은 공간에서 지내는 한시적 거주여서다.이시내의 개인전 ‘버블의 때’는 전셋집 내부공간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사람과 집 사이의 심리적 거리에 주목한다. 타인의 흔적과 세입자의 취향이 어색하게 공존하는 집 내부의 풍경과 거기서 생성되는 긴장 상태를 묘사한다. 이시내는 유휴공간이나 폐허 혹은 재개발을 앞둔, 규정되지 않은 도시의 공간을 주로 다뤄
1892년 여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도시 폴 리버. 보든가家의 부유한 사업가이자 구두쇠로 소문난 앤드류와 부인 에비가 집안에서 도끼로 잔인하게 살해된다. 친부와 계모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둘째 딸 리지가 체포되고, 세기의 재판이 열린다. 리지, 그녀의 언니 엠마, 리지의 친구 앨리스, 보든가의 메이드 브리짓. 법정에 선 4명의 여인을 통해 보든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지, 그 진실들이 서서히 드러난다. 미국 역사상 가장 미스터리한 미제 살인사건이 록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뮤지컬 ‘리지(LIZZIE)
최승희(1911~1969년)는 격동의 시대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천재 무용가였다. 음악ㆍ미술ㆍ문학 등 여러 분야에서 다뤄질 만큼 그의 예술적 영향력은 지대했다. 남화연도 그에게 주목했다. 남화연은 한정적으로 남아있는 최승희의 기록들을 수집해 작업의 기반으로 삼아왔다. 남화연의 개인전 ‘마음의 흐름’은 수년간 진행해 온 최승희 연구 과정을 바탕으로 한다. 영상 작업을 비롯해 설치ㆍ아카이브 자료ㆍ퍼포먼스 등 작품들을 소개한다. 남화연은 최승희 관련 자료 속 정지된 이미지엔 없는 시간과 움직임에 개입해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작품명은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1860년대 러시아의 한 소도시에서 일어난 존속살해사건을 중심으로 신과 종교, 인간을 통찰한 작품이다. 극중 인물들 간에 벌어지는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통해 인간 내면의 욕망과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가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극중 인물인 이반의 논문이자 인간의 순수성과 악마성을 묻는 서사시 ‘대심문관’을 재해석해 드라마틱하게 집약했다. 초연 당시 호평을 이끌어냈던 오세혁 연출이 다시
성낙희는 회화적 요소를 사용해 음악적 리듬이 느껴지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회화의 기본 요소인 점ㆍ선ㆍ면을 사용해 화면 안에서 음악적 리듬과 운율을 만들어낸다. 그의 작품은 미끄러지듯 흐르는 색의 운동감이나 형태를 보여 왔다.최근 그의 작품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시도가 엿보인다. 2018년 ‘Transpose’ 연작에서 시작된 변화는 최근 작업한 ‘Sequence’ 연작에 잘 나타난다. 이 연작은 차분하고 정적이어서 운동감보다는 공간감이 먼저 전달된다.성낙희의 개인전 ‘Modulate’는 작가가 새로운 실험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깨춤이 절로 나는 ‘흥바람’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앙코르 공연으로 찾아왔다. 젊고 독창적인 신진 크리에이터들이 우리의 국악과 시조에 힙합과 랩의 요소를 가미해 스웨그 넘치는 무대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작품의 배경은 시조를 국가이념으로 하는 가상의 조선시대다. 삶의 고됨도 역경도 시조 한 자락에 담아 털어버렸던 백성들은 역모로 인해 시조가 금지되면서 자유와 행복도 빼앗긴다. 하지만 그들은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불평등한 세상을 향해 통쾌한 외침을 이어간다.지난해 6월 선보였던 초연은 공연장 안에서의 이례적 ‘떼창
북한산을 조사하던 권도연 작가는 유기견이 된 개들과 마주하게 된다. 인간과 소통하던 ‘개’들은 어느샌가 북한산에 융화돼 ‘들개’로 변모하고 있었다. ‘북한산’ 시리즈는 권도연이 집 근처 북한산의 현장 조사를 시작하면서 발견한 들개들을 촬영한 작품이다. 작가는 개들과 인간의 관계에 주목하며 기억을 탐색한다.권도연의 개인전 ‘시옷(Siot)’이 개최된다. 일우스페이스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신작 ‘북한산’ 시리즈와 ‘고고학’ ‘섬광기억’ 시리즈 등 다양한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북한산 들개를 대상으로 한 ‘북한산’ 시리즈는 자
마니아층을 형성한 장준환 감독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가 연극 무대에 오른다. 2016년, 2017년에 이은 세번째 공연이다. 2003년 영화 개봉 당시엔 흥행에 실패했지만 공연 무대에선 수년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동명의 연극 ‘지구를 지켜라’는 원작을 충실히 따른다. 등장인물들 간 심리게임 구도를 그대로 가져와 영화적 미스터리한 긴장감을 연극 무대에서도 끝까지 이어간다. 주인공 병구는 수상한 청년이다. 천재인지 돌아이인지 구분이 안 간다. 그는 이 세상 모든 부조리와 자신을 둘러싼 불행이 외계인의 소행이라고 믿고 있다. 병구가
예술가의 일은 창작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창작을 위한 노동행위의 가치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예술노동의 과정과 이를 둘러싼 환경이 가시적이지 않은 데다 예술의 가치를 쉽게 수치화할 수 없어서다. 사람들은 재화를 생산해내는 일처럼 물질적 가치에 집착하느라 비물질적 가치를 창출하는 예술의 노동행위를 등한시한다. 세화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아티스트로 살아가기’전展은 안정적인 직업 대신 ‘부침 많은 예술가’를 선택한 2030세대 아티스트들의 실제 삶의 모습과 작업 현장을 담아낸 기획전이다. 예술가로서 본격적 삶에 진입하는 젊은 작가들의
마리 퀴리는 방사성 원소인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해 여성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손꼽히는 그녀의 삶을 그린 뮤지컬 ‘마리 퀴리’가 무대에 오른다. 2018년에 이어 재연되는 이번 공연은 마리 퀴리 캐릭터를 기반으로 장소·사건·인물 등을 상상해 재구성한 팩션 뮤지컬이다. 여성·이민자라는 사회적 편견 속에서 역경을 이겨내며 세상과 맞선 여성 과학자의 성장 이야기를 담았다. 위대한 업적 이면에 자신의 연구가 초래한 비극에 고뇌하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감동을 자아낸다.초연 당시 100분이
2010년 초연 이후 10년간 흥행의 아이콘으로 자리해 온 창작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가 여섯 번째 시즌 공연을 시작한다. 이번 무대는 10주년을 기념해 오리지널 캐스트와 뉴캐스트의 조화로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마마, 돈크라이는 사랑을 얻고 싶은 프로페서V와 죽음을 갈망하는 드라큘라 백작의 감정 묘사가 돋보이는 2인극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피의 거래도 마다하지 않는 인간과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을 이용하는 뱀파이어의 서사가 긴장감 넘치게 펼쳐진다. 극적 재미를 증폭시키는 사운드와 중
4개의 엘리베이터 공간. 관람객은 거울일 거라 생각한 면에서 타인을 마주하고, 이내 익숙한 공간에서의 낯섦을 경험한다. 이번엔 건물의 중정을 연상시키는 정원. 창문을 통해 들여다본 관람객은 맞은편 창문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간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아르헨티나의 설치 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거울 등을 이용한 시각적 착시를 작품에 적용한다. 탈의실·정원·엘리베이터 등 일상 속 익숙한 공간 혹은 건축적 요소를 활용해 보는 이로 하여금 관습적 지각과 인식의 동요를 체험하게 한다. 그의 작품은 눈으로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오페라 ‘부활’은 이탈리아 작곡가 프랑코 알파노가 1904년 작곡한 작품이다. 그는 1902년 파리에서 발레를 작곡하던 중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을 연극으로 각색한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해 알파노는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을 오페라로 만들기 시작했다. 1막과 2막은 프랑스 파리, 3막은 독일 베를린, 마지막 4막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작곡한다.이 작품은 1904년 11월 30일 토리노에서 초연돼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초연의 성공에 힘입어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무대에도 올랐다. 하지만 평론가들은 지아
신혜선의 작품 제목들은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사색 종이가방(Paper Bag of Thoughts)’으로 불린다. 흰색 위에 또 다른 흰색이 중첩된 듯한 그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종이가방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하지만 가까이 마주하면 단순한 단색조 회화가 아님을 알게 된다. 캔버스 위에 펼쳐진 모노톤의 컬러는 여러 색감과 기운을 발산하며 빛의 위치에 따라, 바라보는 방향과 눈높이에 따라 다양한 톤의 색채를 발산한다.신혜선의 ‘사색 종이가방 : 마음을 담다’展이 열린다. 그의 작업은 우리가 그림을 볼 때 일차적으로 느끼는 회화
SF 창작 뮤지컬 ‘어나더어스’가 트라이아웃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어나더어스는 2019년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뮤지컬’ 공모사업을 통해 리딩공연으로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였다. 이번 트라이아웃 공연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으로 제작됐다. 인류의 구원이라는 획기적인 소재에 SF 감성을 가미한 무대와 연출, 그리고 실력파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래사회가 배경이지만 그 속엔 삶과 죽음, 평등과 불평등, 자유와 억압 등 다양한 문제들이 담겨 있다. 2098년 지구에 원인불명의 바이러스가 등장해 수많은 사람들의
1950년 봄, 쓸쓸해 보이는 한 집안에 내일이면 환갑을 맞는 ‘김씨’가 있다. 흩어져 살고 있던 사람들이 김씨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한다. 세 딸과 두 며느리, 고모, 집안일을 돌봐주는 할매, 그리고 그가 거둬 키운 홍다리댁까지, 아홉 여인이 모이자 집안은 어느새 대화와 온기로 가득하다.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듣던 김씨가 갑자기 환갑잔치 대신 화전놀이를 제안한다. “요맘때 봄, 차려입고 나가가, 꽃도 보고 노래도 하는기다.” 평범하지만 왠지 모를 먹먹한 하룻밤 이야기가 시작된다.국립극단의 창단 70주년 기념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에 시달리며 한탕을 꿈꾸는 출입국 관리소 공무원 태영(정우성 분), 술집 지배인으로 일하지만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연희(전도연 분), 가업이던 횟집이 망한 후 사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중만(배성우 분), 사채업자 두만(정만식 분), 빚 때문에 가정이 무너진 미란(신현빈 분), 가족의 생계가 먼저인 영선(진경 분), 치매에 걸린 중만의 어머니 순자(윤여정 분), 불법체류자 진태(정가람 분)까지. 각자의 사연으로 벼랑 끝에 몰린 8명 앞에 거액의 돈 가방이 나타난다. 지푸라기
핀란드의 사진작가 펜티 사말라티(Pentti Sammallahti)의 작품에는 대부분 동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인 듯 사람들의 역할을 대신한다. 사말라티는 동물들끼리 혹은 동물과 사람 사이에 의사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사진에 담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연출된 장면이 아니어서 더 놀랍다. 그는 수많은 시간과 직감을 동원해 오랜 기다림 속에 순간을 포착해냈다.펜티 사말라티의 개인전 ‘Beyond the wind’가 열린다. 올해 70세가 된 사말라티는 핀란드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사진 예술 전반에
세계 문화계가 특유의 정서가 담긴 한국 예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국내 미술계도 우리만의 정체성에 국제적 시야를 접목하려는 노력을 쏟고 있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건데, 이는 서구미술에선 볼 수 없는 독창적 깊이를 내재한다. 한국화가 김선두는 전통 장지壯紙 기법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한국화의 새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수묵과 채색을 접목한 그의 작업은 동양화 기법에 뿌리를 두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갖추고 있다.이런 김선두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학고재에서 개최하는 ‘김선두’展은 그의
홍콩 누아르 영화가 풍미한 1980년대 후반, 단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은 주윤발·장국영 주연의 ‘영웅본색’이다. 비극적인 영웅들의 이야기를 현란한 총격전, 슬로모션, 분위기 있는 음악 등으로 그려내 국내에 홍콩 누아르 열풍을 일으켰다.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영웅본색’은 역동적인 구성과 강렬한 선율, 환상적 캐스팅으로 원작 영화의 가치를 이어간다. 배신과 증오, 의리가 뒤섞인 홍콩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자호·자걸·마크 세사람의 서사를 통해 우정과 가족애를 다룬다. 원작의 스토리 라인을 유지하면서 영화 1·2편의 내용을 적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