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흉년이 들고 도적이 들끓는 세상,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민심은 흉흉해졌다. 그러던 어느날 한 마을의 산속에 용마龍馬가 나타나 울어댄다. 용마는 아기장수를 따라 태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영웅의 출생은 잠재적인 반역자의 출현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아기장수가 태어난 것을 두려워한 관가에선 마을의 남자를 모두 동원해 용마와 아기장수를 잡아들이는 데 혈안이 된다.때마침 마을에는 얼마 전 아이를 낳은 부부가 있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태어난 아기장수는 몸에 비늘과 날개가 붙어있고, 태어나자마자 걷는다는 얘길 들은 부부는 자신의
2000년을 맞은 사람들은 변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설렘과 함께 두려움도 많았다. 미술계도 변화를 꾀했다. 관습을 허물며 다양화를 통해 반경을 확장하고자 했다. 21세기의 출발점에서 20년이 또 흘렀다. ‘학고재 소장품: 21.2세기’는 21세기의 두번째 장을 넘기며 저마다의 내일을 향해 도약하는 예술가들의 세계를 조명한다. 백남준을 비롯한 11인 작가들의 조각ㆍ회화ㆍ영상ㆍ드로잉ㆍ콜라주ㆍ판화 등 26점이 소개된다.가장 먼저 백남준의 ‘로봇(라디오 맨, 요셉 보이스)’이 관람객을 맞는다. 로봇의 상단 모니터에는 ‘굿모닝
팝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이 출연한 영화 ‘보디가드’는 전 세계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1990년대 화제작이다. 특히 ‘I Will Always Love You’가 수록된 OST는 당시 팝 음악 시작을 뒤흔들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 보디가드가 2016년 초연 이후 3년 만에 최강의 캐스팅 라인업으로 돌아왔다.제작사 CJ ENM이 뮤지컬 ‘킹키부츠’에 이어 두번째로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으로 참여한 작품이다. 쇼 뮤지컬답게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화려한 퍼포먼스는 세대를 뛰어넘어 즐거
예술가들이 작품에 담아내는 ‘찰나’는 특별하다. 단순히 순간을 포착해 보존하기 위함이 아니다. 어떤 상황과 순간의 감각이 기억으로 만들어지는 찰나를 작가 특유의 표현기법으로 재현해 색다른 순간으로 만든다.일우스페이스에서 개최하는 ‘눈 깜짝할 새(In a Flash)’전은 다섯 명의 젊은 예술가를 초대해 우리 주변의 모습들과 참신한 발상이 더해진 미적 순간들을 살펴본다. 참여 작가들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여러 순간들을 회화ㆍ드로잉ㆍ조각ㆍ웹이미지 등을 활용해 담아낸다. 다양한 매체의 증가로 현재를 기억하고 포착하기 위한 표현 방식
캐나다 브로크빌의 한 병원,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두고 의사 ‘로렌스’가 사라졌다. 유일한 단서는 그가 마지막으로 만난 환자 ‘마이클’의 증언뿐이다. 병원장 ‘그린버그’는 로렌스의 행방을 찾기 위해 마이클을 찾아 데려오지만, 마이클은 수간호사 ‘피터슨’을 경계하며 알 수 없는 코끼리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연극 ‘엘리펀트 송’은 자유와 사랑에 대한 갈망을 매혹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치밀하게 엇갈리는 세 사람의 대화가 가리키는 진실을 좇아간다. 엘리펀트 송은 캐나다 작가 니콜라스 빌런의 데뷔작이다. 2004년 캐나다 초연 이후 미
오페라 ‘해적’은 이탈리아 작곡가 빈센초 벨리니의 초기 작품이다. 시칠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34세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몽유병의 여인’ ‘노르마’ ‘텐다의 바아트리체’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1827년 10월 27일)한 ‘해적’은 큰 인기를 누렸다.해적은 벨리니의 작품 중 공연시간이 가장 긴 오페라로도 유명하다. 이 작품은 연인의 사랑 이야기다. 뜻밖에도 결말은 비극적인데, 이는 벨리니의 의중이 담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언제나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청중에게 탄식과
해가 바뀌었다. 몇날의 연속된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새로운 한해의 시작은 이전의 세상과는 다른 변화를 꿈꾸게 한다. 30대 여성작가들이 불안정한 시간과 변해온 것, 변하지 않은 것, 변해야 할 것을 이야기한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밤이 낮으로 변할 때’展은 시간을 포착하는 방법과 도래할 시간을 향한 변화의 바람을 다룬다. 식물ㆍ사진ㆍ영상ㆍ조각ㆍ회화 등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표현된 작품들이지만, 모두가 여성 중심 서사라는 공통점을 품고 있다. 5명의 참여 작가들은 여성을 왜곡하는 인식에 저항하거나 여성을 화자로 삼는다이혜인은
한국형 송구영신送舊迎新 공연 ‘춘풍이 온다’가 1년 만에 관객을 찾아온다. 국립극장이 ‘심청이 온다(2014·2017)’ ‘춘향이 온다(2015)’ ‘놀보가 온다(2016)’ ‘춘풍이 온다(2018)’로 선보여온 마당놀이 시리즈는 대표 겨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공연은 2018년 초연 당시 연일 매진으로 성원을 보내준 관객의 호응에 화답하고자 40회 장기공연으로 마련됐다. 내용은 판소리계 소설 「이춘풍전」을 바탕으로 한다. 기생 추월의 유혹에 넘어가 가산을 모두 탕진한 한량 ‘춘풍’을 어머니 김씨 부인과 몸종 ‘오목이’가
김택상은 캔버스에 빛과 색을 담는다. 숨 쉬듯 살아 있는 빛과 단색톤의 색상 층위를 은은히 쌓아 회화를 완성한다. 그래서 한국 단색화의 전통을 잇고 있는 후세대 대표작가로 꼽힌다. 고유한 실현 양식과 미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김택상의 개인전 ‘Between color and light’이 열린다. 빛과 색을 담는 회화인 ‘Breathing Light’ 연작으로 구성됐다.김택상의 회화는 살아 있는 빛과 색을 구현하는 것이다. 본래 색이 없는 물을 이용해 빛을 산란시키는 물빛을 표현하고자 했다. 생명이 없는 사물인 캔
‘강박’은 현대사회에 만연해 있는 심리적 현상이다. 우리 일상을 이미 잠식했음에도 강박을 사회제도적 측면에서 타개하려는 움직임은 미미했다. 대부분 개인문제로 치부해 왔을 뿐이다. 이젠 현대인의 강박을 개인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우리를 사로잡는 심리적 강박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강박²’는 동시대 만연한 현상인 강박을 ‘반복’이라는 일상적 개념을 통해 조명한다. 강박은 ‘내적인 강제에 의해 실행하지 않을 수 없는 반복적 행동의 형태’를 뜻한다. 전시는 이런
공주병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최서희’는 뭐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자신의 인생이 한심하기만 하다. 한 대학교 인근에서 하숙업을 하는 그녀는 3개월 기한으로 마지막 하숙생을 받는다. 예측불허 사고뭉치인 70대 ‘이여자’다. 흥이 넘쳐 노래와 춤을 멈출 줄 모르는 이여자는 최서희와 그의 가족을 바꾸기 시작한다. 대체 이 하숙생 할머니의 정체는 누구일까.사연 있는 여인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가 찾아온다. 연극 ‘여자만세2’는 예술의전당의 연극 육성 프로젝트 ‘창작키움프로젝트’의 두번째 작품이다. 2013년 한국희곡작가협회 희곡상을
1885년 11월 30일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한 ‘르 시드’는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오페라에 담긴 아름다운 선율과 시적 정서가 관중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주인공 로드리고는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여인 히메나의 부친과 결투를 벌인다. 그는 결투에서 승리하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만다. 히메나 역시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로드리고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사람은 연인에서 원수가 된다.♬ 3막 = 히메나의 집. 집사 엘비라와 둘이 있게 된 히메나는 그에게 아버지를 죽인 로드리고를 여전히 사
김연진이 표현하는 신체는 실제의 몸이 아니라 하나의 기호에 가깝다. 그는 “설명된 물체보다는 함축적 텍스트에서 진정성을 느끼고 그것들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한다. 몸을 객체화해 설명하기보다 함축적ㆍ기하학적인 형상으로 기호화해 작품에 나타낸다.연진 ‘FLOATING’전이 갤러리 도스 신관에서 개최된다. 작가는 물질화ㆍ기계화ㆍ정보화된 현대사회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출할 것인지 고민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주변의 친숙한 형태와 물질들이 지닌 상징과 기능을 해체해 확대하는 실험을 시도한다. 물질의 해
오페라 ‘르 시드(Le Cid)’는 프랑스 극작가 피에르 코르네유가 쓴 희극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르 시드는 코르네유가 쓴 작품 중 가장 뛰어난 희극으로,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당대 최고의 극작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르 시드는 중세 에스파냐의 명장 로드리고 디아스를 부르는 말이다. 르 시드는 아랍어로 경(Sir)을 뜻하는 단어다. 로드리고는 아랍의 침략으로부터 스페인을 구한 영웅이다. 그는 적군인 아랍인에게조차 존경을 받아 르 시드라는 호칭을 헌정 받았다고 한다.프랑스 작곡가 쥘 마네스는 르 시드를 4막의 오페라로 작곡해
미술가이자 영화감독인 임흥순은 사회ㆍ정치ㆍ자본적 이데올로기의 주변부에 있는 집단의 문제의식을 꾸준히 다뤄왔다. 4ㆍ3 제주 학살의 희생자들(비념), 옛 구로공단 시절부터 오늘날까지의 여성 노동자들(위로공단), 베트남 전쟁ㆍ빨치산 등 역사적 사건에 고통 받던 여성(할머니)들(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이데올로기와 매스컴에 가려진 여성 탈북자들(려행) 등 국가적 학살의 피해자, 여성노동자, 탈북자에 이르는 이야기에 주목했다. 잊혀선 안될 이들의 기억에 귀 기울이고 아픈 과거를 애도하는 그의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임흥순의 개인전 ‘고
“내 그림을 위해 내 생명을 건다(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중).” 세기의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권총 자살로 37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림을 그렸던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약 2000여 점의 수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살아 생전 단 한 작품밖에 팔지 못한 채 가난과 외로움 속에 살았다. 그러나 그는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도 가치 있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가난했지만 누구보다 강한 열정으로 그림에 인생을 걸었다. 고흐의 일생을 논할 때 평생 지원자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동생 테오 반 고흐와의 형제애는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1930년대 당대 최고 문인들의 예술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 ‘팬레터’가 2년 만에 돌아왔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웰메이드 창작뮤지컬로 2016년 초연부터 매 시즌 매진 신화를 쓴 작품이다. 이번 공연 역시 개막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달성했다.매력적인 스토리와 캐릭터, 서정적인 선율의 넘버, 실제 문학 작품을 인용한 아름다운 대사들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작품은 1930년대 자유를 억압하던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문인들인 이상과 김유정의 에피소드를 모티브로 삼았다.역사적 사실과 상상을 더해 만들어진 모던 팩션
한해의 끝에 서면 사람들은 비로소 자신을 돌아본다. 앞만 보고 내달리느라 챙기지 못했던 나 자신이 보이고, 그런 자신에게 ‘애썼다’며 위로하고 싶어 한다. 이안아트스페이스에서 개최하는 ‘FOR YOU’전은 한해 동안 수고한 우리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건네는 전시다.참여작가인 장경린, 장시울, 조재, 한정은은 회화ㆍ조각ㆍ도예ㆍ가구ㆍ오브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리듬감 있는 색과 형태로 힐링과 위로, 위트와 재치, 추억과 상상을 선사한다.네 작가는 각각의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재해석한다. 작품의 감상을 위해선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환상적인 사건들이 하룻밤에 벌어지는 이야기 ‘한여름 밤의 꿈’이 무대에 오른다.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작가의 기묘한 상상력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요괴·귀족·서민을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가 어우러져 연극뿐만 아니라 영화·클래식·발레 등 여러 장르에서 재해석하고 있다. 작품은 엇갈린 연인들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다. 사각 관계인 네명의 젊은이들은 숲에서 잠든 사이 우연히 마법에 빠지고, 연극을 준비하던 노동자는 초자연적 존재들을 만난다. 몽환적인 요소가 가득해 현대 판타지 소설의 원형으로 손꼽힌다. 이는 국
같은 장소나 풍경을 오래도록 관찰하다 보면, 분명 같은 곳인데도 다르게 느껴지는 낯섦이 보인다. 시간에 따라 예민하게 변화하는 순간들처럼, 우리의 일상에도 ‘당연히 그러하다’고 단언할 만한 것은 없다. 사소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들은 분명 사소하지 않고, 변화하지 않을 거라 당연시되는 것들도 자세히 보면 똑같지 않다.이가영의 ‘해와 달 사이’전이 신한갤러리 광화문에서 개최된다. 이가영은 ‘내가 경험하는 순간의 풍경들을 작업으로 옮기고 있다’는 자신의 말처럼 오랜 관찰에 의해 같은 곳이 다르게 보이는 생경함을 작품에 담아냈다. 이 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