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도시가 소설가를 만났을 때 6인 테마소설집 "나, 거기 살아"
지방 도시가 소설가를 만났을 때 6인 테마소설집 "나, 거기 살아"
  • 송진아 기자
  • 승인 2019.10.23 04:58
  • 댓글 0
  • 조회수 1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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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도서출판 문학나무의 《나무소설가선》시리즈에서 테마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집의 테마는 소설가가 태어나 살았거나, 머물렀거나, 현재 살고 있는 도시에 관한 것이다. 


테마소설집과 앤솔리니가 봇물처럼 출판되고 있는 이 시점에, 이 테마집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흔히 도시에 관한 테마로 소설을 쓸 경우,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 인근이 대부분이다. 인구가 서울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지만, 많은 작품 속 서울의 모습은 균일한 경우가 많다.
 
강이라, 고요한, 문서정, 박지음, 이서안, 정정화 소설가는 서로 다른 도시에 거주하는 작가들이다. 이 소설집에는 서울, 진안, 경주, 진도, 울산, 포항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강이라는 문래동 예술가들의 사랑이야기인 <웰컴, 문래>를 들려준다. 문래동 골목으로 하나, 둘 모여 든 예술가들은 묻는다. 왜 사랑은 단 한 명과 해야 하지? 셋이 손을 맞잡으면 더 따뜻해질 수 있잖아! 지방에 거주하는 소설가가 서울을 동경할 때, 찾아가고픈 공간을 위트 있게 그렸다. 

고요한은 진안의 도시 풍경과 마이산 돌탑을 그린다. 진안은 고요한 작가의 고향이며 성장한 지역이다. 독자들이 진안으로 떠날 때, 이 소설은 마이산을 배경으로 한편의 로맨스를 들려줄 것이다. <오래된 크리스마스>에서 화자는 마이산 돌탑에 첫사랑을 내려놓고, 두 번째 사랑을 올려놓는다. 

문서정은 경주의 보리사와 강남의 학원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문서정 작가가 다루는 경주는 작가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기른 도시이다. 작가의 애정이 담긴 묘사로 경주와 보리사의 풍경을 읽고나면, 그곳으로 떠나고 싶을 것이다. 이 소설 속에는 거짓 학력으로 학원 강사를 하는 레이나라는 여자가 등장한다. 그녀는 치골에 검은 새 문신을 한 여자이다. 레아나의 실종을 미스테리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어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레이나의 새>를 읽으면서 꽃이 흐드러지게 핀 보리사와 삭막한 학원가에 숨어서 날고 있는 검은 새를 찾아볼 수 있다. 

박지음의 소설 배경은 진도 영등바닷길과 시애틀이다. 진도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박지음 작가는 이 소설에서 진도를 희망의 섬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박지음 작가는 죽은 친구의 실화를 모티프로 팽목항을 언급한다. 팽목항의 기다림을 친구의 죽음과 엮어 감동을 주는 소설이 <영등>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 아름다운 진도의 풍경이, 기다림의 서사와 함께 눈에 그려진다. 시애틀에서 엄마, 아빠의 사랑을 찾아온 리아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진도는, 아픔의 섬만은 아니다. 리아는 죽음을 찾아온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희망과 위로를 얻으러 온 것이다. 

이서안의 소설 배경은 울산의 태화강이다. 이서안 작가는 울산에 거주하는 작가이다. 작가는 태화강을 전혀 다른 화자를 등장시켜 묘사한다. 강 옆에 지어진 고급빌라의 시점으로 사채에 쫓기는 여자를 관찰한다. 우리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하우젠이 말하다>를 읽으면 알게 된다. 

강이라, 고요한, 문서정, 박지음, 이서안, 정정화
강이라, 고요한, 문서정, 박지음, 이서안, 정정화

 

정정화의 배경은 포항의 바닷가이다. 정정화 작가 또한 포항에 거주하는 작가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영일만은 어떤 모습일까. 이 소설은 그 바닷가에서 버스킹을 하는 가수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가수와 사랑에 빠진 소설가의 이야기가 <스윈의 노래>이다. 사랑에 빠진 소설가의 눈으로 본 베트남 소녀 스윈. 베트남 사파에서 어린 나이에 시집온 스윈은 가수를 꿈꾼다. 작가는 과연 스윈에게 어떤 노래를 부르게 할 것인가. 

작가들은 흔히 중앙작가와 지방작가로 나뉘어 활동해 왔다. 지금은 소셜네트워크로 인해 국경이 사라지는 시대이다. 중앙작가와 지방작가의 경계도 소셜네트워크로 무너지고 있다. 지방작가의 유입은 작품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지방에 사는 사람이 그곳을 가장 잘 안다. 이 책은 광범위하게 여러 지방을 다루고 있지 않다. 그저 소설가가 나고, 배우고, 걷고, 자라온 만큼 보여준다. 소설가는 작은 이야기를 다루는 사람이다. 세상이 소셜네트워크로 한없이 넓어져도, 결국 사람으로 연결된다. 

독자가 이 가을, 국내의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면 이 책을 읽고 떠나길 권한다. 책 한권으로 문학적 성취를 이루기는 어렵다. 그러나 소소한 이야기로 독자의 생활에 파고드는 것. 이것이 책이 팔리지 않는 이 시대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 테마집은 집안 서재에 모셔두는 책이 아니다. 손에 들고 그 도시를 향해 떠나게 하는 안내서이다. 티맵과 네이버 검색으로 원하는 모든 곳에 갈 수 있는 시대이지만, 감성이 없는 여행은 의미가 없다. 이 소설은 독자의 감성의 폭을 넓혀줄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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