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미씽아카이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미씽아카이브는 작가이자 기획자인 송한별의 개인 브랜드로, SF, 판타지, 미스터리 같은 장르 소설을 기획하여 제작하고 있습니다. 단편소설을 중철본으로 제작하는 중철본 시리즈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지구권 SF 연작 단편집 <궤도 엘리베이터 주식회사> 같은 단행본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이따금씩 다른 작가와의 협업 작업을 통해 작품집을 기획, 출간하기도 합니다.
![텍스트 아케이드에 참여한 송한별 작가 [사진 = 이민우 기자]](/news/photo/201912/71790_43211_4323.jpg)
2. 미씽아카이브는 무엇을 목적으로 하나요? 미씽아카이브는 어떤 방식으로 컨텐츠를 만들었나요?
미씽아카이브는 뚜렷한 지향점을 가지고 활동을 전개하지는 않습니다. 현재로서는 쓰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고, 그에 어울리는 형태를 갖추어 유통하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만 가급적 많은 작업을 내부에서 소화하고자 합니다. 다른 작가와의 협업 작업이 아닌 경우, 원고 집필부터 디자인, 홍보, 제작까지 모든 작업을 내부에서 해결합니다. 장르 소설 전문 편집자로서 일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콘텐츠를 만드는 부분에서 큰 고민은 없었습니다.
3. 미씽아카이브의 구성원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나요? 또한 어떻게 구성원들이 모이게 되었나요? 그간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미씽아카이브를 구성하는 구성원은 저 한 명입니다. 앞으로도 인원을 늘려 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미씽아카이브와 협업했거나 하고 있는 작가는 약 서른 명가량입니다. 그중 다수는 장르 소설 업계에서 업무 관련으로 알게 되었거나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경우입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작가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으며, 미씽아카이브 활동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작가들도 있습니다. 특히 2019년 상반기에 ‘소녀와 나비, 상승’ 세 가지 소재를 주제로 한 공동 단편집 <fly like a butterfly>를 기획하면서 공개적으로 작가 모집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기존에 미씽아카이브와 인연이 없던 작가들이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하여 공동 단편집에 합류했습니다. 미씽아카이브는 현재 ‘용에 대한 모든 이야기’라는 소재로 공동 단편집 <drag_on>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이번에도 처음 만난 작가 다수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fly like a butterfly>에 이어 두 번째 공동 작업을 하는 작가도 있습니다.
미씽아카이브의 구성원 개념은 또렷하지 않습니다. 흔히들 생각하는 독립 출판 커뮤니티의 공동체적 구조보다는 일반적인 출판사의 편집자-작가 구조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뚜렷한 이유가 없으면 작가와 개인적인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 것이 미씽아카이브의 방침이기도 합니다. 미씽아카이브는 이런 적당한 거리감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건전한 관계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 미씽아카이브가 생존을 위한 최소 자본은 어디서 얻고 있나요?
미씽아카이브의 예산은 모두 개인 저축에서 나옵니다. 책을 만들고 유통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조달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미씽아카이브 활동으로 생활에 필요한 비용까지 충당할 수는 없으므로 별개의 경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미씽아카이브는 출판사,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개인 브랜드이기 때문에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 자체는 거의 들지 않습니다. 처음 조직을 기획할 때부터 최저한도의 유지 비용이 필요하게끔 설계했습니다.

5.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한다면 어떤 방식이 좋겠나요?
두 가지 지원 방식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가 텍스트 아케이드와 같은 판매전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입니다. 개최 주기는 매월 혹은 격월이 적합하겠습니다. 언리미티드에디션 같은 독립출판물 전문 행사가 매년 개최되고 있기는 하나 이미 많은 한계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아트북 중심의 행사이기 때문에 소설, 시, 비평 같은 문학 출판물은 주목 받기 어렵다는 점, 책보다는 엽서나 뱃지, 포스터 등의 부가 상품이 주력인 행사로 변질되었다는 점, 개최 시기가 짧고 공간이 비좁아 충분히 많은 창작자가 원활히 참가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그 예입니다. 만약 문예위가 판매전 행사를 지원한다면 다양한 창작자가 용이하게 참가할 수 있도록 정기적이고 자주 개최되는 행사를 기획해 주었으면 합니다. 세종문화예술회관의 소소마켓, 홍대 놀이터의 플리마켓 등이 그 예가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문예위에서 독립출판물을 종합해서 유통하는 유통 센터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많은 독립출판 창작자들이 어렵게 책을 만들어 낸 이후 유통 단계에서 난관에 부딪힙니다. 서점 입고에 대한 지식이 없는 데다 분산되어 있는 독립서점에 개별적으로 입고하는 것은 대단히 번거롭고 신경 쓰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문예위에서 일괄적으로 독립출판물을 입고 받고, 전국 각지의 독립서점으로 배본한다면 개인 혹은 소규모 창작자들이 대답히 큰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문예위의 유통센터가 독립출판인들을 대신해 ISBN을 발급 받고 상업 서점으로도 책을 유통해 준다면 보다 큰 단계로 나아갈 잠재력이 있는 창작자들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편 지원사업에 신청한 창작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원고료나 제작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은 좋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출판 창작자들은 독립출판이라는 이름으로 엮여 있기는 하나 다들 여건도, 목적도, 상황도 다릅니다. 다만 독립출판 창작자들은 만들고 싶은 것이 있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실험합니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물리적/비물리적 공간, 즉 플랫폼입니다.
6. 지금의 등단제도와 출판자본의 문예지 시스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장르 소설 편집자로 경력을 쌓은 입장에서 등단이라는 제도는 사실 조금 규모가 큰 공모전처럼 보입니다. 이 공모전을 위해 길게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몇 년씩 매진하는 현상이 건강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대다수의 작가는 등단하지 못하며, 등단하더라도 전업 작가로 생존하는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작품으로 전업하지 못하는 작가는 문예창작학과의 강단으로 돌아가 등단을 꿈꾸는 문창과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저는 이 현상이 윗돌 빼어 아랫돌 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예지에 대해서는 길게 할 말이 없습니다. 어떤 문예지는 팔리고, 어떤 문예지는 팔리지 않습니다. 일정 이상 팔리지 않으면 사라지고 맙니다. 장래가 불투명한 문예지에 공적 자금이 지원되어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대중 문예지라고 할 만한 지면이 하나도 없다는 현상이 조금 더 이상합니다.
단행본 초판 2,000권 시대가 되었습니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전국의 도서관과 문창과 학생 수를 더하면 2,000에서 위아래로 큰 차이가 날 것 같지 않습니다. 엄정하고도 엄격한 등단 제도가 배출한 등단 작가의 첫 작품집의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암담합니다. 정가 15,000원에 인세 10%를 잡으면 인세로 총 300만 원을 받는 셈입니다. 등단 제도의 현실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일장-문창과-등단으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은 등단을 실재보다 너무 크게 받아들이게끔 만듭니다. 그리고 문단 외부의 문학을 상상할 수 없게 합니다. 탈 문단을 선언하고도 문단 문학의 미덕들을 추구해 나가는 작가를 만나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비등단/미등단 선언은 등단 제도에서 벗어남을 설명하기 위해 등단을 언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등단과 단단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문단 문학 외부의 세계를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단 문학이 일종의 장르로 받아들여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7. 미씽아카이브가 독자를 만나기 위해 하고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책을 만들고 판매전에 나갑니다. 재미있는 기획을 하고,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어 냅니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결국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미씽아카이브의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기발해 보여도 결과물이 부실하면 다시 찾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8. 텍스트 아케이드에 참여해보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지금까지 참가한 독립출판물 판매전 중에서 가장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참가한 팀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팀의 창작물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좋은 환경이었고, 알음알음 인사하고 선물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관람객이 적기는 했지만 덕분에 천천히 접객할 수 있었습니다. 연례 행사보다는 월례 행사에 어울리는, 아담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9. 추가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적어주세요.
특별히 드리고 싶은 말씀은 더 없습니다.
기사가 발행되기 이전에 내용을 받아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