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고교생 웹소설 공모전 장원작품] 편집자 권한 대행 일부
[1회 고교생 웹소설 공모전 장원작품] 편집자 권한 대행 일부
  • 이민우
  • 승인 2022.01.20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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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권환 대행 

에피소드01

차원 이동자(1)

 

"현운 씨, 아까부터 왜 이렇게 졸아요? 한 시간도 못 잤어?""

"아, 죄송합니다.... 어제 제가 집을 못 갔거든요.""누가 보면 우리가 먼저 야근하라고 시킨 줄 알겠네. 가서 커피라도 좀 마시고 오세요. 계속 이렇게 놔뒀다간 회의하러 오신 편집장님이 여긴 웬 좀비가 있냐고 놀라실 거 같아."

지난 밤 사이 쌓인 피로가 고스란히 밀려오기라도 하는 건지, 원고를 보낸 다음 날은 정말 하루 종일 졸음이 쏟아졌다. 심지어 작가들의 개인 정보가 적힌 종이를 파쇄기에 넣는 와중에도 꾸벅꾸벅 졸아 서류 대신 내 손가락을 갈 뻔했으니, 이런 나를 못마땅하단 눈으로 바라보는 박 팀장의 마음도 얼추 이해가 갔다. 뭐, 조금만 참으세요. 한 달 후 나는 툭하면 그쪽한테 꾸중이나 듣는 팀 말단이 아니라, 커피는 입에 맞으시냐며 굽신거리는 그쪽에게 어깨를 으쓱여 줄 갑 오브 갑이 될 거니까. 시답잖은 공상을 하며 낮게 실실대던 나는 뒤통수를 향해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서둘러 내 자리로 돌아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쓴 커피를 홀짝였다.

안 되겠다. 딱 삼십 분만 자자.

온통 적막하기만 한 사무실 구석에서 어언 두 시간째 키보드를 두드리자, 쓰디쓴 아메리카노로 겨우겨우 버텼던 눈꺼풀이 슬슬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나는 삼삼오오 모여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가는 동료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대로 얼굴에 자켓을 덮었다. 아, 진짜 편하다. 팔짱을 끼고, 몸을 뒤로 젖혀 나만의 베스트 포즈를 완성한 뒤 줄곧 감겨오던 눈을 감는다. 그래, 이거지. 누군가 내게 본인이 근무 중인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일말의 고민 없이 이 의자라고 답할 것이다. 이 의자 덕분에 내 수면의 질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이상하게도 점심시간에 청하는 잠은 유난히 달콤했다. 뭐...... 어차피 같이 먹을 사람도 없겠다, 차라리 지금 푹 자 둔 뒤 저녁을 맛있는 걸로 먹는 게나았기도 했고, 그렇게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밀려드는 수마에게 흐릿한 정신을 내어 주었다.

그래.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금 몇 시지? 고작 한 시간 잠들었다 깬 거라고 생각하기엔, 전신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내가 피로가 전부 풀릴 만큼 푹 자고 일어났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언제나 뻐근하던 어깨도 가볍고, 찌뿌둥한 목도 잘만 돌아가고, 렌즈 없이는 마이너스를 찍던 시력마저 갑자기 확 좋아진 것 같은..

무언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 이 기이하고도 꺼림칙한 기시감, 그리고 그 중간중간 묘하게 느껴지는 이질감. 나는 황급히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미친, 이게 다 뭐야? 그제서야 내 시야에 들어오는 낯선 풍경에 약 오 초 간 얼어붙어있다, 징, 하는 소리와 함께 울리는 핸드폰을 보며 퍼뜩 어깨를 움찔거렸다.

[마원혁. 지금 어디야? 아까 같이 저녁 먹기로 했잖아.] 17:32[설마 또 까먹은 건 아니지? 설아 누나가 더 한 번만 더 그러면 그냥 절연하래.] 17:35

어?

야, 왜 이래. 내가 왜 마원혁이야. 마원혁은, 그러니까, 그....... 주인공 친구잖아. 어, 그래. 그 공부는 잘하는데 특성은 없는 일반인. 주인공이 가족 다음으로 아끼던 소꿉친구였던 거로 기억하는데, 마지막 화 가서야 다시 등장하는.......

아니지. 그건 수정 전 이야기고, 내가 고친 후의 마원혁은, 아마........

이건 분명 꿈일 거다. 꿈이 아닐 리가 없다. 잠깐 잠들었다. 눈을 떠 보니까, 글쎄. 내가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 되어 있었다니! 흔히 책 빙의라고 불리는 현대 판타지 소설 장르에서나 나올 법한 스토리잖아! 게다가 나 때문에 죽게 된 엑스트라로 - 그것도 주인공의 각성을 위한 소모용 죽음이고 빙의하게 됐다니, 운명의 장난도 이런 장난이 있을 수가 없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킨 후, 핸드폰을 켜 나를 '마원혁'이라 지칭해 문자를 보냈던 이가 누군지 확인했다. 사실 굳이 확인 안 해 봐도 알 수 있었지만, 친구라고는 마원혁밖에 없는 주인공과는 달리 이쪽 인간 관계는 꽤나 넓고 좋은 편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역시 그럴 리가 없지. 나는 '성휘새끼'라고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를 뚫어져라 바라보다, 쿼티 키보드를 천지인으로 바꾼 다음 대충 답장을 보냈다.

[ㅈㅅ 나 오늘 좀 아픔.... 내일 보는 거 ㅇㄷ?] 17:42

곧바로 사라지는 1을 보며, 나는 핸드폰을 끄고 누군가의 집무실처럼 생긴 방의 내부를 살폈다. 작중에서 마원혁이 뭐하는 놈이었지? 마지막으로 읽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그새 살짝 가물가물해진 기억을 되짚으며, 나는 내가 평생 벌어도 깔 수 없을 만큼 번지르르한 대리석 바닥 위를 걸었다. 아, 맞아. 마원혁은 무슨 기업 본부장이랬지. 친구 둘이 아주 그냥 쌍으로 금수저구나. 좋겠다, 새끼들아.

[너 혹시 혹시 몬스터한테 공격당한 거야? 갑자기 왜 저런 되도 않는 말투를....... 지금 집무실이지? 기다려, 내가 우리팀 소속 힐러 선생님이랑 같이 갈게. 오늘 강남구 근처에는 던전 안 터진 거로 알고 있는데, 어쩌다 그렇게 된 거야. 애초에 네 핸드폰은 네 홍채랑 지문 인식 없이는 열리지 않으니 널 둔갑한 게 틀림없잖아. 사람을 따라하는 몬스터는 현재 부산이랑 대구에서만 생성된다고 들었어. 혹시 더 저번에 다녀온 출장이 그쪽인가?] 17:44

이야, 타자 엄청 빠르네. 나는 갑작스레 화면을 가득 메우는 채팅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 한번 참 리얼하다는 생각에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분명 처음에는 당장이라도 울고 싶고, 차라리 저 창을 깨고 뛰어내려 깔끔하게 죽을까란 생각밖에 안 들었는데........ 왜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을까. 그냥 전부 꿈인 것처럼 느껴져서 그런가? 난 우리 회사 사무실에 있던 것보다 약 열 배는 더 비싸 보이는 의자에 앉아 마원혁의 핸드폰 앨범에 들어갔다. 음, 고양이 사진, 음식 사진, 여자 아이돌 사진. 맞아, 이 친구 예쁘지. 그리고 또....... 이건 뭐지?

"마원혁! 문 열어 봐!"

쾅, 쾅. 당장이라도 문을 부술 것마냥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화들짝 놀라, 폰을 떨어뜨리고야 말았다. 아, 얘는 진짜 이문 부술 수 있겠구나. 난 느릿느릿 걸음을 옮겨 문 앞에 다가가고는, 복잡하게 설계된 출입 버튼을 삼 초 동안 노려보았다. 뭐야, 이거. 어떻게 여는 거야. 큼, 가볍게 헛기침을 한 뒤 이것저것 삑삑 눌러 대자, 얼마 지나지 않아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며 그 사이로 나보다 반 뼘 정도 작은 남자애가 얼굴을 비췄다.

II "너 누구야. 마원혁 맞아?""그럼 내가 마원혁이 아니고 누구겠냐. 갑자기 이렇게 들이닥치지 마. 내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이 뭐야.""말랑이랑 콩떡이.""우리 어머니가 제일 잘하는 음식은?""참치 넣은 김치찌개?"

""너만 아는 내 스킬, 말해 봐.""법칙 파괴자."

휴, 다행이다. 남자는 답지 않게 퍽 순수한 건지, 전부 책에서 나온 내용만을 물었다. 이에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대답하며 뒷목을 살살 문질렀다. 그제서야 표정을 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남자를 보며,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남자가 바로 그 먼치킨 주인공 채성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성휘야, 너 그거 아니. 네가 이렇게 헐레벌떡 만나러 온 친구는 약 이틀 정도 있다 끔찍하게 살해당한단다.

"힐러 팀 괜히 불렀잖아. 몸 안 좋다는 것도 거짓말이지?""진짠데? 눈 휑한 거 안 보이냐. 어제 밤 샜더니 피곤해.""웃기고 있네. 속일 사람을 속여, 멍청아."

얘네 원래부터 이렇게 서로 막 딜 넣는 사이였나? 나는 책에서 얼마 나오지 않았던 마원혁이란 인물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든 떠올려 내다, 내게 포장된 초콜릿을 내미는 채성휘를 향해 눈썹을 까딱였다.

"이거 설아 누나가 너 가져다 주래. 대학원 졸업하는 거 축하한다고.""줄 거면 직업 와서 주지, 왜 널 통해서 준대.""설아 누나 바쁘시잖아.""아무렴 세계 랭킹 1위 헌터보다 바쁠까."

예지 관련 스킬을 지닌 S급 헌터, 마설아. 그는 현재 내가 빙의해 있는 마원혁의 친누나이자 채성휘의 가장 오래된 동료였다. 가만 보면 이렇게 셋이서 자주 놀았더랬지. 나는 채성휘가 내민 초콜릿을 받아 들고는, 단정하게 정리된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분명 아무것도 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씁쓸한 맛이 입안을 맴돌았다.

모든 종말의 근원이라 볼 수 있는 던전 과부하는, 마설아가 그를 시기하던 S급 헌터의 계략으로 숨을 거둠으로써 시작된다. 그리고 지금, 앞으로 본인에게 일어날 일에 대해 조금도 알지 못하는 불쌍한 주인공은 던전 과부하와 동시에 명을다하는 둘과 함께할 휴일을 손수 계획하고 있었다.

이제 슬슬 깰 때도 된 거 아닌가? 건너편에 앉아 피가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를 썰어 대던 채성휘와, 내 앞에 놓인 접시를 번갈아 바라보다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이상의 불행을 직접 경험하고 싶진 않은데. 무엇보다 지금의 날 가장 힘들게 한 건,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사랑한 모든 것을 잃고 복수만을 생각하게 될 채성휘를 아무것도 모르는 척지켜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불멸의 영웅, 그리고,대적자.

다시 말해, 던전 과부하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거대 던전 '멸망'의 핵을 뽑고, 이 절망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자. 지금껏 불멸의 영웅이란 특성만을 갖고 있던 채성휘는, 던전 과부하가 시작되며 대적자라는 특성을 발현했다. 그는 오로지채성휘를 위해 창조된 특성으로, 본작의 주인공을 먼치킨으로 만드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일등공신이기도 했다.

비록 그를 갖는다는 것이 채성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그의 속내를 온전하게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영원히 알 수없는 일이지만.

뭐, 어찌 됐든 간에. 이제 이 구닥다리 현판 소설 같은 꿈은 그만둘 때도 됐다. 나는 뭐가 그리도 신난 건지 주말에 한강 공원에서 보드를 타자는 채성휘에게 건성건성 고개를 끄덕여 주다, 나이프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포크를 꽉 쥐었

다. 아무리 그래도 84층 스카이 라운지에서 투신하는 건 조금 무서우니까, 이걸로 대체하자. 가볍게 심호흡을 한 뒤, 포크를 들어 내 허벅지에 찔러 넣었다.

이제 이걸로 된 것이다. 나는 꿈에서 깨고, 이 꿈에서 깨고 나면 분홍빛 미래만이 날 기다릴.......

그 순간, 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너 미쳤냐는 채성휘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어,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잠시만. 이거 다 꿈이잖아. 꿈속에선 아플 리가 없는데.

주의, 새로운 특성이 발현되었습니다.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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