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 코로나 특집 05] 이소연 시인, 비대면 소통 한대면 접촉으로는 해소 안 돼’
[문학인 코로나 특집 05] 이소연 시인, 비대면 소통 한대면 접촉으로는 해소 안 돼’
  • 이민우
  • 승인 2022.02.25 12:43
  • 댓글 0
  • 조회수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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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페이퍼 db 이소연 시인
사진= 뉴스페이퍼 db 이소연 시인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감소하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확진자의 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1월 27일 0시 기준 코로나 바이러스 신규 확진자가 1만 4518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인한 것인데, 확진자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방역 대책이 이어짐에 따라 코로나로 인한 침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상황이 이어짐에 따라 문학인들의 고충 또한 쉬이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사한 '2021 문학 실태'에 따르면 문학인의 60% 이상이 경제적 요인으로 창작 활동에 지장이 생겼다고 응답했다. 겸업 비율이 높아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보는 영향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외부 활동에도 지장이 생겼기 때문이다. 강연, 작가와의 만남 등의 활동이 방역으로 인해 축소 및 취소됨에 따라 수익은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다.

외부 활동의 축소는 경제적인 문제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작가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2014년 한국경제 신춘문예로 데뷔한 이소연 시인은 데뷔 이전부터 다양한 활동을 해오며 독자들과 소통해왔다. 시인의 첫 시집인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는 20년 2월 출간되기도 했기에 책 출간의 시점이 코로나 사태와 맞물리는 셈이다. 뉴스페이퍼는 이소연 시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예술가로서 작품 활동 소홀... ‘예스맨’이 되어야 했던 상황

사람들은 으레 문학인들이 작품을 통해 수입을 얻는다고 여긴다. 책을 써 출판하고 인세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작가는 작품으로 수입을 내지 못한다. ‘2021 문학 실태’에 따르면 문학 관련 월 평균 수입이 100만 원 이하라고 답한 작가의 수는 84.2%에 불과하다.

문학인들의 수입은 실질적으로 교수나 강사, 편집자 등 다른 직업이거나 강연회를 비롯한 외부 활동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여파는 문학인들에게도 직격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조사에서 코로나 상황이 수입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은 82.6%에 달했다.

이소연 시인은 코로나 상황에서 ‘예스맨’이 되어야만 했다고 이야기했다. 수익이 줄어듦에 따라 불안감이 커졌고 결국 어떤 조건에도 ‘오케이’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상황을 따져볼 여유가 없이 제안되는 것들에 모두 동의하다 보니 스스로가 ‘수입 없이 너무 많이 노출되고야 말았다’고 밝힌 이소연 시인은 “보수 없이 사회를 보거나 일한 일도 있었다.”며 “물론 어떤 행사는 기쁘게 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주변에서 스스로를 너무 많이 소비하고 있지 않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소연 시인은 이런 문제로 예술가로서 작품 활동에 집중해야 하는 것마저 소홀히 하게 되었다며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 비대면 소통의 시대 ‘소소한 만남은 좋아’

코로나 이전에 작가와 독자 간의 접촉은 사인회나 강연, 작가와의 만남 행사 등을 통해 이뤄졌다. 출판사나 서점, 공공도서관을 비롯한 지자체 등이 행사를 열면 행사장에서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식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방역 대책이 강화됨에 따라 이러한 행사는 대부분 없어지고야 말았다. 일부에서는 대면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코로나 이전만큼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소위 ‘언택트 시대’에 접어들며 대폭 늘어난 비대면 행사는 소수의 행사 진행자들이 모여 행사를 진행하고, 독자나 참가자는 화상을 통해 접하게 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지난해 9월 교보문고가 개최한 ‘한강 작가 랜선 팬사인회’는 유튜브를 통해 진행됐다. 한강 작가가 책을 구매한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인 된 책은 추후 배송되는 방식이었다. 이밖에도 시 낭독회나 강연 또한 화상을 통해 진행된다.

코로나 이후의 실질적인 변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소연 시인은 “멀리 안 나가도 되는 건 좋다. 체력이 안 받쳐주는 시인은 화상으로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라며 소탈하게 웃어 보였다. 현재 온라인을 통해 시 쓰기 수업을 진행 중인 이소연 시인은 비대면 화상 수업이 오프라인 참여가 어려운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포용할 수 있게 된 점을 먼저 언급했다. 

이소연 시인은 “화상 수업을 하는 사람들은 많은 부분에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면 아이를 안고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며 “아이를 재워야 한다거나 울음소리가 들리는 정황 속에서 페미니즘 시 읽기를 해보았다.”고 말했다. 당사자는 아이가 운다거나 보채는 등으로 인해 미안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오히려 화상 수업이기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소연 시인은 “코로나로 인해 다양한 강의가 화상으로 열리며 오프라인 참여가 어려운 사람들이 화상을 통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며 “오프라인 현장으로 나올 수 없는 사람들의 사정을 화상 수업이 효율적으로 마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간헐적으로 진행되는 대면 행사 또한 규모가 축소되면서 좋은 점도 생겼다. 모객 부담이 줄어든다거나 만남에 강제성이 줄어들었다거나 하는 것이다. 이소연 시인은 시 창작 행사의 경우 20명까지 가는 강좌가 있기도 했는데, 서로의 시를 성의있게 읽고 합평해주기에는 코로나 거리두기 인원수가 더 좋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 대면 행사에서는 원하지 않더라도 의무적으로 참석하거나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그런 것들이 없어지면서 친근한 사람들끼리 소소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된 부분은 좋다고 밝혔다.

- 비대면 소통 한계 명확.. ‘만남에 대한 갈증 비대면 접촉으로는 해소 안 돼’

그러나 비대면 소통에는 어디까지나 명확한 한계가 있다. 당장 참여자가 화상 프로그램이나 기계 사용이 미숙한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거나 오프라인보다 시간을 더 많이 써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참가자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어렵다는 것이다.

“강연을 하다 보면 시간이 너무 안 가는 것 같다.”는 이소연 시인은 “참여자들의 호흡이나 말도 느껴지지 않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혼자 말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며 비대면 접촉은 소통에 있어서 명확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소연 시인은 만남에 대한 갈증은 비대면 접촉으로는 결코 해소되지 않는 것이라 강조했다. 자신이 참여했던 김현 시인 낭독회를 예시로 들었는데, 저녁 10시에 시작된 낭독회는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붙잡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한 명도 자리를 뜨지 않는 모습에서 이소연 시인은 “시에는 적극적으로 자기가 좋아서 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주변 사람들과 화상 접촉을 아무리 오래 해도 “(마지막에는) ‘우리 서울에서, 인사동에서, 다 같이 만납시다’로 끝나게 된다.”고 말한 이소연 시인은 “만남에 대한 갈증이 모두에게 있다. 화상으로만 계속 봐야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끔찍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통하는 공간이 없어졌다는 사람들의 아쉬움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이소연 시인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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