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창비(대표 강일우)가 2월 21일 도서의 제작/판매/인세지급 현황을 저자(화가, 역자)가 직접 조회할 수 있는 저자조회 사이트(http://writers.changbi.com)를 오픈했다.
출판계 최초로 저자들이 본인 책의 쇄별 발행부수, 매월 실출고부수, 쇄별 인세 지급 내역 전부를 조회할 수 있는 웹사이트이다. 현재는 베타버전 상태로 2020년 이후 신간을 발간한 저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PC 및 모바일 버전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앞으로 대상 저자와 조회 범위를 확장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장강명 작가가 공론화한 “판매량 불투명 사태”이후 나온 출판사의 첫 개별 사례이다.
판매량 불투명 사태는 장강명 작가가 출판사들의 판매내역 보고를 누락하고 인세를 미지급 하는 문제를 공론화한 사건이다. 출판계를 대표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이 문제를 예외적 일탈이라고 주장하여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2020년 뉴스페이퍼가 실시된 문학 분야 불공정 관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문학 창작자의 52.9%가 인세와 판매량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으며, 36.5%는 인세를 현금이 아닌 기타 물건으로 지급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논란 이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도 출판유통정보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하 통전망)’과 대한출판문화협회를 중심으로 ‘도서판매정보 공유시스템’을 도입하였지만, 두 시스템 모두 출판사가 자발적으로 가입을 한 경우에만 작가들이 확인을 할 수 있으며 그 마저도 시스템에 가입한 출판사가 작가에게 확인을 할 수 있게 허락해야만 판매량을 볼 수 있다.
KOBIS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의 경우 관람객의 수와 영화의 순위 등이 영화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투명하게 공개된다.
출판계는 투명한 판매량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출판사와 작가의 사적 계약이기에 정부의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하며, 이에 따라 공개를 할 경우 검열의 도구로도 사용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별 출판사가 회사 차원에서 시스템을 마련한 것은 처음이기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창비의 저자조회 사이트는 단순 판매정보 뿐 아니라 한 도서의 모든 판본의 발행내역과 출고내역을 언제든지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조회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시스템이다. 같은 작품이라도 다양한 판본으로 제작되는 최근의 출판 트렌드와 디지털 인쇄 활성화로 소량의 도서 발행이 가능한 출판 환경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그간 창비는 발행 내역을 서면으로 제공하여 저자들에게 본인 도서의 발행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자 노력해왔는데, 이번에 개발된 프로그램을 베타버전으로 사용해본 저자들에 따르면 정보의 접근성과 투명성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는 평가다.
앞으로도 창비는 저자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함으로써 상호 신뢰관계가 구축되어 저자가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출판계의 불투명한 정보 공개 관행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창비 경영지원본부 이순화 본부장은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창비의 시스템은 “로그인 한 사람이 저자가 맞는지 정도의 최소한의 확인”만 하고 있다며 자유로운 판매량 확인을 보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KOBIS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처럼 외부에 정보를 공개하진 않을 예정이다.
또한 한국의 복잡한 유통망 때문에 생기는 반품 서적이나 서점 내 재고들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고 부수를 월 단위로 조회하고 반품되는 수치까지 확인해 매출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창비 내부에서 매출을 확인하는 것과 동일한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기에 작가들이 더욱 신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역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