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민주화 시대의 비평. 2022 요즘비평포럼 1차 포럼 열려
비판, 민주화 시대의 비평. 2022 요즘비평포럼 1차 포럼 열려
  • 이민우
  • 승인 2022.05.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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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요즘비평포럼 1차 포럼
사진= 요즘비평포럼
사진= 요즘비평포럼

 

지난 4월 28일, 서교동에 위치한 진부책방스튜디오에서 2022년 첫 ‘요즘비평포럼’이 개최됐다. 요즘비평포럼은 2018년 3월에 첫 활동을 시작하여 매년 오늘날 한국문학 비평의 장에서 주목을 요하는 주제와 작가, 비평가를 독자에게 소개하고 함께 토론하는 자리를 가져왔다. ‘2022 요즘비평포럼’은 메타비평적 기획이며, 그 중 첫 번째 포럼인 이번 행사는 “비판, 민주화 시대의 비평”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패널들이 미리 준비해 온 발제문을 읽고 토의하는 좌담회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김지윤이 사회를 맡아 발의를 이끌어나갔고, 패널은 문학평론가인 김보경, 류수연, 김요섭, 진기환으로 꾸려졌다. 이날 포럼은 ‘비판 민주화 시대의 비평’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비평의 위기’라는 말이 새삼스러울 만큼 비평을 향한 자성적 시선이 분주하고, 비평의 조건과 비평장의 모습도 과거와는 달라진 상황에서 비평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해보기 위한 자리였다. 


 포럼 기획팀의 일원이기도 한 김지윤 사회자는 시민독자의 직접행동이 문학장의 대응보다 앞서 전개되는 경우를 목도하게 된 최근의 사건들을 언급하고 이를 두고 ‘비평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보는 평가가 있는 반면, 이것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하는 일련의 흐름들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시민-독자를 전면에 내세운 비평 민주화 시대가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현상을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됨으로 인해 이번 포럼이 기획되었다고 밝혔다. 비평 민주화 시대가 아닌, ‘비판’ 민주화 시대’에 비평의 갱신 가능성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기 위한 자리로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패널들은 지금 문학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독자들의 위상 변화와 창작/비평 환경의 변화에 대해 공통적으로 동의하면서, 서로 다른 관점에서 그것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펼쳤다. 


우선 류수연 평론가는 “트랜스미디어 시대와 웹-문학의 담론장 형성”이라는 제목의 발표에 달린 부제와 같이, ‘댓글은 비판적 주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프로슈머’가 된 독자의 위상이 달라지고 독자주체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고 웹플랫폼 안에서 비평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고찰해보기 위한 발표였다. 류수연은 상업화되는 자본의 시장 속에서 유통과정의 변화는 창작과정에도 변화를 끼치고 시스템이 관계를 전환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안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존재로 부상한 독자와 그들이 남기는 ‘댓글’로 표상되는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은 집단지성으로서의 어떤 가능성을 보여준 면도 있지만 댓글의 특성상 휘발성이 높고 파편적으로 축적되어 취향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이 비판적 관점의 고찰을 저해하는 면이 있으며 댓글을 통해 평가되어 여론을 형성하는 'PC(정치적 올바름)’ 역시 비평을 대체할 수 없다고 보았다. 류수연은 웹 플랫폼에서 길을 잃어버린 비평의 현재를 넘어서기 위해 웹소설이 오늘날 대중문화 속에서 갖는 진정한 가치를 다시 짚어보며 텍스트를 넘어 독자들에 의해 진행되는 트랜스미디어적 향유 방식을 고찰해보는 일이 시급히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요즘 비평 포럼
사진= 요즘 비평 포럼

 


 김보경 평론가는 “비평의 사사화와 전문화 사이 페미니스트 비평가의 자리”라는 제목으로 페미니즘 비평을 중심으로 비평의 현주소를 진단해보았다. 김보경은 정치적 기획이나 미학적 담론 전환의 대안체로서 여성이 활용되는 방식을 비판하고, 소위 “새로운 여성”이라는 상상된 여성이 그 내부의 상징성과 가능성을 포획하여 페미니즘 문학을 주변화시키고 있다고 보았다. 김보경은 또한 비평이 주관적 해석 공동체로 전락했다고 여겨지며 문학의 공적기능에 대한 무심함을 드러내는 현상을 ‘비평의 사사화’라고 명명하고 이와 동시에 비평에서의 전문가주의의 문제도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김보경은 전문화된 지식과 주변화된 지식의 젠더화된 구도 속에서 페미니스트 비평가의 자리를 질문하며,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의 페미니즘비평에 정당한 평가나 역사적 분석이 이루어져야 하고 비평이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요섭 평론가는 이 포럼의 제목과 같은 “‘비판’ 민주화 시대의 비평”이라는 발표에서 새로운 비평 주체로 주목받았던 시민-독자의 위상과 그들을 전면에 내세운 독자중심주의라는 문학적 갱신의 좌표가 ‘소비자-독자’라는 층위로 재편되었음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젠더 이퀄리즘’을 통해 드러났듯 디지털 매체는 구조와 사회적 맥락들을 지우는 탈맥락화 특성을 갖기 때문에 비평의 기존 역할을 제한하는 점이 있다고 보았다. 김요섭은 비평은 역사적, 사회적, 제도적 맥락을 부여하고 논의를 만드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디지털 매체의 탈맥락화 현상은 문학비평의 “관리자”로서의 기능, 제도 운영의 기능을 분산시키지만 체계를 만들지 않으므로 새로운 제도, 규범이 발생하지 않고 정착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시민-독자가 기대했던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하고 새로운 규범 대신 소비자적 주체로 그 주체성이 제한되거나 소비자-독자 방식으로만 가시화되었다는 것이다. 김요섭은 또한 민주화 비평 시대의 비평적 발화는 SNS를 비롯해 블로그와 커뮤니티 등에서 오랜 시간 형성되어 왔던 고유한 발화의 형식을 통해서 전개되어 왔고 그로 인해 종이 잡지 시대의 비평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논리 정합적인 비평의 언어가 아니라 대상에 대한 독자의 정동에 기반한 표현의 방식이 확산되며 비평의 체계가 그동안 형성해왔던 문법과 전개 방식 뿐 아니라 목적과도 상이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평의 조건 자체를 바꾸는 매체환경과 “정동적-커뮤니케이션”이 등장한 가운데 어떻게 새로운 비평적 감각을 만들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려 했던 시민-독자의 상상력으로부터 멀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기환 평론가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 -‘윤리’와 ‘근대문학의 종언’에 대해”라는 발표에서 90년대와 연속적인 맥락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전제 하에 90년대의 비평적 맥락과 2000년대 이후 우리 비평의 궤도를 점검해보았다. ‘포스트진정성 시대의 끝’을 말하며 역사는 종언되었는가? 근대문학은 종언되었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졌지만 90년대의 탈근대적 비평담론들은 진정한 근대가 도래하기도 전에 근대, 탈근대를 말한 것일 수 있고, 근대성을 반성, 극복하여 ‘포스트시대’를 이루어내지도 못한 채 그저 축소하거나 일원화한 것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진기환은 90년대에 문학의 위축을 돌파하기 위한 방법적 모색으로 80년대적 집단주체의 ‘이념’과 대립되는 개별 주체의 ‘윤리’가 창안되고 호명되었으나 오히려 종언을 공고하게 한 점이 있다고 보며, 87년 이후 문학이 더 이상 거대한 것을 다룰 수 없고 미시적이고 개인적인 것을 다룰 수밖에 없다고 보았던 기존 관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2000년대 실재의 윤리’를 이야기하면서 기존에 ‘윤리’들이 놓치고 있던 여성과 소수자문제를 제기하고 소수자의 근대는 아직 제대로 조망되지 않았고, 그러한 의미에서 근대 문학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면서 다양한 정체성들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이야말로 ‘근대문학’을 다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요즘비평포럼 행사는 비평 민주화 시대가 아닌, ‘비판’ 민주화 시대’에 비평에 대한 대중적 인식의 관점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검토하고, 인터넷 매체를 통한 수행성, 비평의 공위기와 전통적 비평 내부의 한계를 극복할 방안, 비평의 갱신 가능성은 무엇인가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리였으며 질문과 답변도 활발하고 예리하게 이루어진 의미 있는 자리였다. 다음 요즘비평포럼은 6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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