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의 다변화와 등단 시스템의 재등장. 문학계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문단의 다변화와 등단 시스템의 재등장. 문학계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 이민우
  • 승인 2022.05.1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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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페이퍼
사진=복귀 기자회견 사진

 

신경숙이 돌아왔다. 21년 3월 장편 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를 열면서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신경숙 사태는 단순한 개인의 표절 문제가 아니었다. 문학권력 논쟁의 기표이며 새로운 문학 지형도를 그리게 된 일종의 빅뱅 같은 것이었다. 

지금까지 문학계에서 표절과 관련한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지만, 신경숙 사태를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문학권력이라는 거대한 구조와 연계되어있었기 때문이다. 2016년 백낙청 교수는 창비 창간 50주년 축하 모임에서 “2015년 한 해 동안 창비의 성취 중 하나는 지난해 6월부터 우리 문단과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표절 논란과 이른바 문학권력 시비를 견디고 이겨낸 일입니다.”라고 발언하여 표절을 옹호했음은 물론이고 논란 자체를 단순한 ‘시비’로 일축한 바 있다.

신경숙 작가는 이번 기자 간담회가 2015년 표절 논란 이후 첫 공식적인 자리임을 주지하고 “젊은 날의 제가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스스로 발에 찍힌 쇠스랑을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지냈다.”라고 하며 “다시 한번 부주의함에 사과드리고 모든 논란을 책임지고 앞으로 작품을 써나가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사건의 본질인 표절에 대한 확실한 인정과 진심 어린 사과는 없었다. 표절이라는 어휘를 사용하지 않고 “2015년 이슈”나 “그 일”이라고 이야기하거나, 표절을 단순한 '부주의함'으로 표현하는 등 지난 사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또한, 표절의 대상이 된 작품과 작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 특히 다시 창비를 통해 복귀하면서 문학권력 논쟁을 개인의 실수나 부주의함으로 표현하여 문학권력 논쟁에 대한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해석하였다는 점에서 6년 만의 공식적인 자리가 무색해지는 상황이었다. 

현재 문학계는 전북일보 신춘문예 사태, 달구벌 백일장의 가사 표절 사태로 더 이상 표절을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타인의 작품으로 무려 5개가 넘는 문학상을 수상한 손창현 사태가 벌어지는 등 표절 사태는 멈추지 않고 있다. 또한, 이상문학상과 미당문학상, 그리고 대산대학문학상은 심사의 공정성에 의심을 받았으며, 문학권력의 중심에 있는 창비는 모든 것이 미해결된 상태에서 신경숙의 복귀를 함께했다.

이처럼 표절을 마치 개인의 실수인 것처럼 표현하며, 서로 인내심을 가지자고 말하는 신경숙의 복귀 기자회견은 아직도 문학권력 논쟁이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깨어진 신뢰 

신경숙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불공정은 문단문학 생태계의 상호신뢰를 깨 버렸다. 특정 문예지 출신 혹은 관계자들이 명확한 표절을 부정하고 신경숙을 옹호했기 때문이다.  전봉관, 이원재, 김병준은 「문예지를 매개로 한 한국 소설가들의 사회적 지평: 1994~2014」라는 논문을 통해 문학권력 비판론들에 대해 다섯 가지 명제로 정의하고 있다. 

1) 문단 내에는 패거리를 이루어 문학 외적 힘을 행사하는 문예지, 출판사, 비평가들이 존재한다.
2) 출판사별로 자사 문예지에 게재되거나 자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작품만 자사 문예지 평론이나 시평에서 높이 평가하고, 타사 문예지에 게재되거나 타사에서 출간된 작품은 자사 문예지에서 다루지 않는다. 
3) 유력한 문예지, 출판사, 비평가들이 문학계를 비정상적으로 지배한다. 
4) 소수 엘리트의 배타적 지배가 횡행하고 있다. 
5) 문학 장에서 부당하게 배제당하고 차별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인식은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고발 운동으로 만연하게 되었다. 청탁권과 등단 및 수상 심사 등을 운영하는 문학권력자들이 다수의 지망생과 문인들을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지며, 문학권력논쟁은 이제 단순히 문단 내부의 권력 논쟁을 넘어서 범죄 행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뉴스페이퍼는 2020년 5월부터 8월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의뢰에 따라 문학 분야 불공정 관행 연구를 진행했다. 9개의 문예지, 12명의 창작가, 1,532명의 유효 표본을 대상으로 하여 심층 면접으로 진행된 이 조사에서 문인의 68.8%가 ‘민간영역의 문예지와 문학출판에서 특정한 작가를 배제하거나 특혜를 준다’라고 답변했다.

현재 작가는 과거와 달리 자신을 노동자로 인지하고 있었다. 설문참가 작가의 64.9%가 자신에 대해 노동자로 인지하고 있었다. 자신의 예술관과 문학관조차 지켜질 수 없는 불공정한 환경 속에서 노동자로서 공정한 대가를 바라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문학계는 지금까지 문단문학이라는 ‘등단제도’와 ‘청탁’, ‘문학상제도’라는 3개의 축으로 돌아갔다. 등단제도는 이전의 추천제도와는 달리 공정한 심사를 한다는 문단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등단지의 권위에 따라 등단은 계급처럼 나뉘었다. 이것 역시 등단제도가 좋은 문학을 감별하고 작가의 실력을 공정하게 평가한다는 믿음에 비롯된다. 이것은 마치 학벌 제도를 떠올리게 한다. 

데뷔 이후에도 이는 바뀌지 않는다. 문예지 편집위원 체제에서 소수의 작가가 문인들을 감별하고 청탁을 한다. 이를 통해 글을 모아 책을 엮는데, 이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게이트키퍼들이 작동한다. 문예지에 글을 청탁받고 상을 받는 것까지 모두 교수 임용 시 점수로 환원된다. 이런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공정한 심사와 감별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문제는 작가들이 이 공정함을 지속적으로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이다.문학계에서 부조리는 만연하다. 문예지 원고 게재의 경우 청탁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공정 관행이 가장 두드러졌다. 전체 응답자 중 구두 청탁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는 56.6%로 절반을 넘겼으며, 25.1%가 구두 청탁 때문에 발표 시기를 놓친 경험이 있었다. 이와 함께 편집위원의 인맥에 의존하는 청탁 시스템의 한계와 비합리성, 원고청탁서에서 원고료 액수 및 지급일 미기재 등이 지적됐다. 

부조리= 문학계 부조리
부조리= 문학계 부조리

 

또한, 전체 응답자의 35.8%는 원고료를 못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72.6%는 원고료를 못 받더라도 추후 청탁이 끊길 것이 염려되어 문예지에 요청하지 못했다. 원고료를 현금이 아닌 물건으로 받거나 기금납부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항목과 문예지 작품 게재를 명목으로 문예지 구입 등을 강요당한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항목은 각각 68.6%, 25.4%의 응답자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청탁 부조리로 구두 청탁을 받은 경우는 56.6%가 넘었으며 원고료와 마찬가지로 인세 또한 제대로 지급과 판매량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전체의 53.n%가 보고를 받지 못했으며 인세를 현금이 아닌 기타 물건으로 받은 경험도 36.5%에 달했다. 이밖에 무리한 집필 일정 강요(24.1%), 출판사 임의로 원고 내용 수정(15.2%), 차기 작품 조건(11.2%), 자신의 책 다량 구매(15.9%) 등의 불공정 사례가 수집되었다.

이러한 부조리에 대한 경험은 연령이 높고, 문학단체에 소속되었으며, 시인일수록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즉 문단 시스템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더 많은 부조리를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던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작가에게 체화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작가들을 넘어 지망생들에게까지 번져가고 있다. 

2021년 뉴스페이퍼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요청으로 820명의 데뷔(등단) 희망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명 중 1명은 기존의 등단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데뷔(등단)하기를 원했다. 
이들의 중앙일간지(신춘문예지 등) 기피 이유를 조사해보니 심사자 및 운영자에 대한 불신(44.1%), 공정성 미약(18.9%), 독자들과의 연결 미약(14.4%) 등이 주된 문제로 지적되었다. 

사진= 등단 추이의 변화
사진= 등단 추이의 변화

 

이들의 대표적인 데뷔방식으로는 독립문예지와 웹진 메일링 서비스 등이 있다. 가장 두각을 나타낸 것은 독립문예지다. 2019년 한국 문예지 100주년 공동 심포지엄에서 공병훈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문예지에 바란다’ 설문에 참여한 249명 중 92.9%는 문학 창작자로, 기존 문예지의 독자가 대부분 창작자임을 밝혔다. 리뉴얼 문예지 등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었지만, 결론적으로 새로운 독자의 유입은 실패한 것이다. 

출판문화의 변화, 문단문학의 왜소화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대형출판사  문예지들의 색이 비슷해졌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담론을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족한 담론을 담는 것이 독립문예지들의 역할이었다. 기존 문예지에서 다루지 않았던, 여성주의, 젠트리피케이션, 패션 등의 이야기를 담는다. 여기서 작가들은 자신이 동의하는 담론 혹은 관심이 있는 이야기를 하는 독립문예지에 글을 투고한다. 혹은 자신이 글을 모아서 발표하기도 한다. 이러한 독립문예지는 지속가능성보다는 그 주제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이들은 정규출판사를 만들고 isbn을 받는 전통적 출판 방식보단 텀블벅, 자가 출판 등 다양한 방식을 취한다. 또한 동인 단위의 활동을 한다는 것 역시 다른 점이다. SNS로 자신의 책을 구매할 이들과 상호소통을 한다는 특징도 있다. 

자신만의 웹진과 메일링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는 더 이상 시스템과  문단의 게이트키퍼를 거치지 않고 직접 독자를 만난다. 때론 무료로 혹은 매달 2천 원에서 1만 원까지 금액을 받고 메일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보내기도 한다. 이들 역시 출판이라는 기존 틀 자체를 벗어나 메일과 게시물을 통해 독자와 직접 소통하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변화의 주요 내용은 더 이상 출판사 혹은 편집위원들을 통하지 않고, 직접 독자를 만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이들의 활동은 전통적 출판시장의 작가보다는 크리에이터에 가깝다.

크리에이터란 인터넷 동영상‧SNS 등을 기반으로 개인이 이용자의 취향에 맞춘 차별화된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용자와의 소통‧공유‧참여 등 상호작용을 통해 경제‧사회‧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신개념 미디어 창작자를 뜻한다. 기존의 단방향 정보 전달 방식에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여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가 참여하는 ‘쌍방향 소통’ 방식으로 변화했다. 출신‧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1인 창작자로 활동 중이며, 1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도 확대되는 추세다. 
즉 이들은 상호신뢰가 무너진 기존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고 다변화된 환경 속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존의 문예지들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런 뉴미디어적 소통 시스템의 도입을 강하게 요청받고 있다. 

문예지 100주년 공병훈 교수의 조사에서도 독자와 창작자 관점 모두에서 소통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기존 문예지들이 독자 참여와 소통에 소극적이라는 의견이 59.1%를 기록했으며,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76.5%에 달했다. 마찬가지로 창작자 참여와 소통에 소극적이라는 의견이 54.5%,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69.4%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현재의 문예지가 가진 한계를 드러냄과 동시에 앞으로 개선해야 할 방향을 조망하고 있다. 

상세 방안으로 웹진 형태의 출간 및 스마트폰 앱 활성화에 관한 안이 제기됐다. 원활한 상호작용을 위한 더욱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동과 더불어 독자초청강연회, 독자평가모임 등에 대한 요구도 높았다. 창작자와의 소통 부재와 관련해서는 ‘창작자 개방 편집위원’ 제도가 언급돼, 문예지 편집 과정에 창작자가 참여 가능한 개방적 통로 구축의 필요성이 재고됐다. 즉 기존의 출판시스템을 벗어나 공리적이고 창조적인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5명 중 1명이 기존등단 방식을 벗어난 등단을 한다는 것은 기존의 문학 시스템 내에서 데뷔를 꿈꾸는 이들에 한정된 것이다. 애초에 상호신뢰가 깨진 문단 시스템을 신경 쓰지 않고 활동하려는 이들이 늘어남을 생각했을 때, 데뷔(등단)라는 시스템 자체의 한계 역시 살필 수 있다. 

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출판시스템의 외형 변화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의 「2020년 출판산업 실태조사」결과 보고서를 보면 기존 출판사업체의 매출액 증감은 ‘거의 비슷함’이 44.3%, ‘감소함’이 35.6%로, 제자리에 머물거나 더욱 축소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오프라인 서점 역시 매출액이 감소했다는 곳이 56.0%로 가장 많았으며, 온라인 서점의 경우 72.5%가 ‘거의 비슷함’ 23.5%가 ‘감소함’의 순서로 응답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간한 1991년~2019년 출판연감에 따르면 1991년 출판물의 종수는 22,769종이었는데 2019년 65,432종이 발간되었다 책의 종수는 늘어났으나 발행 부수는 1991년 종당 5,912권에서 2019년에는 종당 1,525권이 발행되었다. 즉 출판사 수와 발행 종수는 늘어났으나 발행 부수는 줄어들었다. 출판사의 총 매출 역시 유의미하게 커지지 못했다. 종이책 출판계는 통계적으로 기울고 있다.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의 「2020년 출판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모집단 중 유일하게 매출액 증가 추이를 보인 곳은 전자책 유통사다.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곳이 64.3%, 거의 비슷함이 21.4%, 감소함이 14.3%로 앞선 통계에 비해 큰 차이가 난다.

상승세는 특히 웹소설 부문에서 두드러졌는데, 웹소설을 제외한 전자책 유통사업체 매출액이 38.6%, 일반 분야가 21.7% 증가하였고, 웹소설 분야에서는 무려 78.7%가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총매출액은 2,420억3,800만 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웹소설 시장 규모는 6,000억 원으로 추산되며, 이는 2018년 4,000억 원에서 꾸준히 성장한 결과다.

디지털 매체 친화적인 전자책과 웹소설의 성장은 당연한 일이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웹소설 시장의 확대다. 국내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전자책의  PDF 방식과 epub 방식은 모두 기존의 종이책을 디지털화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웹소설은 그 문법과 시장 자체가 다르다. 문피아로 대표되는 플랫폼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출판사와 상관없이 웹소설을 출판할 수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기존 출판시장보다는 독자들과 능동적으로 소통한다. 독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 타 플랫폼에서 유료 연재가 되기도 한다, 기존의 출판시장과는 다르게 그간 뉴미디어로 요구되고 있는 지점을 충족한다. 더욱이 도서정가제에 벗어나 있어, 다양한 결제 시스템과 할인으로 네트워크에 연결된 독자를 유입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존 종이책 출판계에서는 작가와 출판사 간의 오랜 파트너십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 5월 1일 아작출판사가 장강명 작가에게 판매명세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인세 지금 등 계약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사태가 일어났다. 문체부는 이 문제를 표준계약서와 출판 유통 통합전산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발표했다. 그러자 대한 출판협회가 반박 발표문을 통해 "이번 사건은 아작 출판사 한 곳에서 벌어진 일이지, 모든 출판사에서 관행처럼 벌어지는 일은 아닙니다."라고 하면서,  장강명 작가에게 "문학동네, 창비, 한겨레, 민음사, 은행나무 등의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였으나 아작과 같은 계약 위반은 없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사건을 축소시켰다. 

하지만 추후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문을 발표하기 전에 장강명 작가와 소통해 아작 외 다른 출판사들에 부조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부조리가 없었다고 거짓성명서를 작성한 것이 알려져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 사태’를 계기로 출판사가 저작물 이용 권한 일체를 가져가는 ‘매절 계약’ 등의 불공정 계약을 막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제정했다. 

2021년 6월부터 출판계와 작가단체들의 자문회의를 거쳐 2022년 1월 26일,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출판계는 구름빵 사태를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며 이보다 앞선 1월 15일, 자신들만의 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를 제정하여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계약서는 2차적 저작물에 대한 수익 비율을 명시하지 않았으며, 출판권 및 배타적 발행권의 유효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래서 어린이책작가연대를 비롯한 작가단체들은  “출판사의 이익을 우선시한 출판계 통합 계약서”라는 비판과 함께 이를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작가들은 이와 함께 자신의 책 판매량을 알 수 있는 출판판매량에 대한 공개를 요구하였으나 이 역시도 출판계의 큰 반발을 받고 있다. 즉 작가들의 동반자라 여겼던 출판사들이 작가들과 끊임없이 불화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도서정가제 이슈가 엉켜있다. 지역 서점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도서정가제는 그 취지와는 무색하게 서점이 책을 공급받는 공급률을 통일하지 못했기에, 할인을 제안하는 방식은 독자들의 후생만을 낮출 뿐이고 지역 서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가장 큰 독자 유입 수단인 할인과 다양한 프로모션이 불가능해져서 종이책 시장 자체가 경직되고 있다. 반대로 할인이 가능한 전자책 및 웹소설 시장이 풍선효과를 얻고 있다는 점 역시 기존 출판시장의 큰 변화다. 

이런 가운데 유명작가들이 독립적으로 출판사를 차리거나 텀블벅(크라우드펀딩)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이란 투자, 후원 등을 목적으로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기금을 모으는 행위다. 협성대학교 공병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1~3월에만 총 354건의 출판 프로젝트가 제안됐으며, 펀딩으로 모인 금액은 총 11억여 원, 후원 인원도 약 4만2,752명이었다. 이 중 크라우드펀딩 출판에서 문학 분야가 42%로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생각했을 때, 크라우드펀딩이 출판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책이 나오기 전에 그 책의 가치를 설명하여 미리 돈을 투자받고 이후 책을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는 독립출판물, 독립문예지, 동인집 등 기존 문단 시스템에서 벗어난 출판물 활동이 가능하게 해주었다. 

공병훈 교수는 출판학회 라운드테이블에서 「출판생태계의 미래와 크라우드펀딩」이라는 발표를 통해서 크라우드펀딩이 집단지성과 개방적 혁신구조를 가지게 했다고 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와 네트워크 확산을 통해 집단적 판단을 이뤄진다고 진단했다. 

즉 기존 문단 시스템의 상호신뢰 파괴, 그리고 기존 출판사와 작가들의 갈등, 종이출판의 외연 축소와 새로운 뉴미디어 시스템(웹 출판과 텀블벅)과 같은 다양한 변화 속에서 작가들의 인식변화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문학 생태계 지형도가 다각적으로 바뀌고 있다. 

좋은 문학이 무엇인지 스스로 증명해야  

문학계는 몸으로 쓰는 시, 머리로 쓰는 시 등 80년대 문학 담론 논쟁을 지나 포스트모더니즘과 미래파의 등장 등 끊임없이 좋은 문학이 무엇인가를 감별해나가면서 담론을 이끌어나갔다. 이것은 때로는 세대론이기도 했으며, 각 문예지의 색이기도 했다. 하지만 상기하듯 이런 담론들을 이끄는 기존 시스템은 더 이상 신뢰를 잃었다.

이는 그간 쌓여 있던 출판계 및 문학계의 곪아온 면이 터진 결과일 수도 있고 혹은 시대의 변화를 따라오지 못해 생긴 부작용일 수도 있다. 이런 와중에서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어떤 문학을 할 것인가. 그리고 좋은 문학은 무엇인가. 오히려 소수의 사람이 이끌던 담론장이 힘을 잃자 수많은 담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낭독회 표지
낭독회 표지

 

누군가는 에코페미니즘을 표방하며 “쓰레기낭독회”를 열고, 또 어디선가는 춤과 시가 합쳐진 아방가르드 예술을 표방한다. 이데올로기를 다시 한번 외치기도 한다. 코로나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문단의  많은 이들이 다 같이 모여 술을 마시던 문화가 크게 줄어든 것을 피부로 느낀다. 거대한 시스템 아래 모여있기보다는 모두가 제각기 자신들의 문학을 하는 시기가 왔다. 

이들은 혼자서 혹은 동인 단위로 활동을 한다. 그 기반이 웹진일 수도 구독 서비스일 수도 있지만, 핵심은 하나다. 최소단위의 동인 시스템이 재등장한 것이다. 시스템적으로도, 기술환경적으로도 자신만의 색을 드러내기 쉬운 환경이 도래하였다. 출판사의 허락 없이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어 내보일 수 있게 되었고, 독자들 역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출판계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문학계는 크게 두 가지 분류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윤곽이 뚜렷해졌다. 하나는 대형출판사에서 주도하여 제작되는 출판물이고, 다른 하나는 동인 시스템 내에서 만들어지는 독립출판물들이다. 이들은 동물권, 페미니즘부터 건축, 패션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동인 단위 행위로 설명해왔던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작가들의 크리에이티비티가 창발하고 출판사들은 출판사보다는 소속사로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이제 책은 이제 고독한 작가의 산물이기보다는 플랫폼에서 쌍방소통에 따른 미디엄(Medium)이자 콘텐츠로서 지위를 가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문학을 통해 최소한의 협업 공동체로써 “동인”이 대두 되고 있다. 사상 행위 목표 혹은 프로젝트 단위로 필요에 따라 협업을 통한 “동인”은 일종의 활동의 “문단” 단위이자 아티클로 필요 여하에 따라 합쳐졌다 흩어지는 모듈성을 지닌다. 

나와 공동의 목표를 가진 이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동인 체재는 기존의 문단이 해왔던 역할을 나누어 가지게 된다.  


정체성 정치로 주목받던 이가 한순간 재현의 윤리로 무너지기도 하고, 한때 문학의 최전선에 있었던 이들이 성범죄자가 되어 사라지고 있다.혼란스러운 지금의 문학장에서는 나의 문학 활동이 남들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한 달에 수십 편의 시와 서정시와 미래파 시를 표방하는 시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서 나의 시는 이들과 무엇이 다른지 스스로 설명하고, 여기서 멈추지 않고 어떤 활동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기존 시스템이 변화한다고 해서 문학계가 침몰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기존의 세계가 무너지는 것일 뿐, 문학은 마치 물처럼 새로운 그릇에 담겨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 형태와 방식이 다양화할 뿐 근본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어디에 서 있을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큰 변화 속에서 어디에 서 있을지,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만이 남았을 뿐이다.

*본 기사의 일부는 뉴스페이퍼의 기존 내용들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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