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SF소설을 SF소설답게 만드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서울국제도서전 SF소설을 SF소설답게 만드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 박민호
  • 승인 2022.06.16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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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의 도서전, 서울국제도서전(이하 SIBF)이 지난 6월 1일부터 5일까지 서울특별시 강남구에 소재한 코엑스에서 개최되었다. 다양한 전시회와 강연이 진행되는 가운데, SF소설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과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세미나 또한 진행되었다.

2022년 6월 3일, <SF소설을 소설답게 만드는 것들>을 주제로 열린 강연에는 정소연, 해도연작가, 그리고 영화 <승리호>의 유강서애, 윤승민 작가가 연사를 맡았으며, 사회자석에는 문화평론가 이지용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윤승민 : SF라는 장르의 발전사

옛날에는 SF라고 한다면 마이너한 장르였다. 주로 너드(Nerd)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르였는데, 미래를 그리는 SF 영화에 영감을 받은 이들이 실리콘 밸리에 들어가고, IT 산업이 부흥하며 그 비전을 현실로 옮기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여러분들이 쓰고 있는 스마트폰도 그러하다.

1차,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는데, 살상하기 위한 기술들은 과학기술 발전에 많은 영향을 준다. 군사과학기술, 우주과학 기술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 대표적으로 스타워즈다.

그러한 스타워즈의 대중적인 흥행에 힘입어, 할리우드에선 인디펜던스데이, 쥬라기 공원 등 SF영화가 연속 흥행이 되며, 90년대 후반~2000년대 우리나라에도 초반 SF라는 장르가 유행했다. 영화가 발전하며 CG기술도 발전하니, 그에 영향을 받은 곳은 게임이었는데, 이것이 우리에게도 익숙한 스타크래프트다. 이러한 영상, 게임을 원작 콘텐츠로 삼은 팬픽 소설들도 많이 출판되었다.

이제 SF미디어에서는 메타버스에 대해서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아직 메타버스에는 실체가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우리가 했었던 온라인 게임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반문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런 담론들이 모여서 하나의 어떤 형태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정소연 작가 : SF세계관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SF의 세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혹은 ‘세계관이 너무 어렵다.’ 그런 질문들을 하는 분들이 있다.

사실 SF작품을 만들 때 우리는 개념적으로 단순한 방법을 사용한다. 빅 섬 오브젝트(Big Some Object)라는 방법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를 모티프로 가상의 세계를 구축해서, 그 세계와 관계없는 어떤 거대한 것이 세계관 속에 존재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가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아서 클라크의 <라마와의 랑데부>가 이런 방식으로 씌여졌다. 지구 가까이에 거대한 우주선이 왔다, 라는 가정에서 시작하거나, 사람이 굉장히 오래 살게 되었다, 라는 가정에서 시작하는 방식이다.

SF 작품을 만들 때, 예전에는 이러한 고민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 오신 네분 중 두 분이 영상 매체를 만드는 쪽에서 오셨는데, 영상과 소설은 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SF장르의 영상을 만들 땐,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한가, 예산에 맞출 수 있는가를 생각하지만 글을 쓸 때는 그렇지 않으니까. 하지만 영상화 시장이 커지고, 게임과 같은 다른 미디어로 확장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글을 쓰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다.

2차 판권 이야기도 해보겠다. 작가들 사이에선, 글을 쓰면서 이것이 영상 등으로 구현이 가능할지를 생각하지 말자, 그건 그쪽의 사정이니까. 라고 생각하며 글을 쓰는 것이 팁이라며 농담처럼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만일 내가, 다른 미디어로의 확장성이 높지 않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 때, 이것을 웹 소설과 같은 호흡으로 어떻게 풀어나갈까가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요즘 웹소설의 웹툰화가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은가. 이것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같다.

 

유강서애 : SF의 영상화를 이야기하다

우리가 승리호를 쓰고 난 이후로, 영화 제작사들에서 SF웹툰이나 소설을 각색하는 작업을 했다. 시나리오는 A4지 종이 매체다. 소설처럼 종이 위에 씌여져 있는 문자로써의 언어인데, 아무래도 시나리오 작가들은 문자 언어와 영상 언어를 머릿속에서 동시에 굴리면서 쓸 수밖에 없다.

그냥 문자가 아니라, 한 컷, 한 시퀀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훈련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제작비다.

처음 제작사에서는 제작비 신경쓰지 말고 펼칠 수 있는 것 다 펼치라고 했다. 그 초고를 가장 사랑하는데, 막상 쓰고 나니 다음 원고를 쓸 때에는 제작비를 좀 생각하라고 하더라. 제출한 원고대로 찍으면 500억이 넘는데, 그건 자기네들이 감당할 비용이 아니라고.

처음에는 사기당한 기분 같아서 이게 뭔가, 싶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250억을 생각하면서 쓰게 되더라. 웹툰도 이와 비슷하다. 이 바닥은 영화화, 드라마화, 혹은 웹툰화가 되어서 네이버나 카카오같은 플랫폼에서 연재가 되지 않으면, 사실 이 작품들은 소설 원작과는 다르게 그냥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제가 낸 결론은, 미디어 매체마다 SF라는 장르 하나로 묶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저마다 제작방식이 다르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 회의감이 들기도 하였다.


해도윤 : SF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소설은 기본적으로 다 허구의 이야기다.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이야기다.
그러나 SF는 다른 소설들과 구분되는 점이 있는데,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실존하지 않는 세상, 또는 대상이나 법칙을 바라볼 때 과학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그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법칙들이 일관적으로 작용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첫 번째, 과학적 태도라는 것은 과학자들이 말하는 학문적 의미로써의 과학이 아니라, 어떤 대상을 바라보면서 그 대상이 어떻게 저런 현상, 모습을 갖출 수 있는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이렇게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과학적 태도를 말한다.

아까 정수현 작가님이 잠시 예시를 들어 주셨는데, <라마와의 랑데부>에서는 태양 궤도 근처에 우주선이 나타난다. 과학자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연구하고,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전반적인 스토리다. 이것을 과학적인 태도로, 일관적인 태도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그러나 여기서 등장하는 과학의 법칙들은 실존하지 않는다.

어떠한 현상에 대해서 철저하게 탐구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 그 서사의 중심이 되면, SF적인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신비로운 존재 그대로만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고 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일관성이라는 것은 나에게 적용되는 법칙과, 존재하지 않았던 대상에게 적용디는 법칙이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야기로 풀어나가고자 하는 특정 대상에만 적용되어서는 안되고 모든 대상에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 강연자 소개
- 윤승민 : 영화감독, 시나리오·드라마 작가. 2012년 <사랑의 묘약> 연출 데뷔. 영화 승리호(2020) 각본.
- 정소연 : 한국 과학소설작가연대 소속 작가, 번역가. 단편 <우주류>, <옆집의 영희 씨>, <개화> 등 다수 저작.
- 유강서애 : 시나리오·드라마 작가. <아빠니까 괜찮아>(2017), 영화 <승리호>(2020) 각본.
- 해도연 : 한국 과학소설작가연대 소속 작가. 작품집 <위대한 침묵>, <베르티아> 등 다수 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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