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출판학회 노병성 한국출판학회회장을 만나다. 종이출판의 위기 속 창간호의 의미
[인터뷰] 한국출판학회 노병성 한국출판학회회장을 만나다. 종이출판의 위기 속 창간호의 의미
  • 이민우
  • 승인 2022.07.08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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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2월 14일은 인류에게 중요한 날이다.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 61억 킬로미터 밖에서 지구를 촬영했기 때문이다. 보이저가 찍어온 사진에서 지구는 거대한 우주 속 작은 푸른 점에 불과했다.  이 사진에서 지구의 크기는 0.12화소에 불과했다. 촬영 당시 보이저 1호는 태양 공전면에서 32도 위를 지나가고 있었었다. 작은 점 처럼 보이는 지구를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이라고 불렀다. 

창백하고 푸른점
창백하고 푸른점

 


인류는 전진하고 나아갔다. 쉴틈도 없이 싸우고 점령한 것이다. 우주탐사 역시 일종의 경쟁적 제국주의 경쟁적 달리기에 가까웠다. 보이저호는 더 멀리 나아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 시절 칼 세이건은 잠시 보이저 1호를 멈추고 카메라를 지구로 향하게 하자고 이야기 했다.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것에 대다수의 이들이 반대했다. 하지만 비로소 뒤를 돌아볼때 우리는 우주의 창백한 푸른점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으며 인류는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칼 세이건은 그날의 사건을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 라고 밝혔다.

매체의 변화는 곧 컨텐츠의 변화다. 2022년의 출판은 그 어느때보다 변화를 요구 받고 있다.  블록체인과 NFT 그리고 디지털 웹출판 방식의 보편화로 종이잡지의 시대는 마치 끝난 것 처럼 느껴진다. 특히 2000년도 후반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등장한 웹소설은 콘텐츠의 성향 그 자체를 바꾸고있다. 짧은 단문과 아티클 단위의 콘텐츠의 보급되고 2차 창작물들이 OTT 시스템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모두 미래를 향해 한걸음에 뛰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랗게 색이 변한 종이 잡지를 꺼내든 행사가 있었다. 지난 5월 28일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한국출판학회가 한국잡지 120년, 시대정신을 말하다 행사를 연 것 이다. 

한국종이잡지를 2022년 다시 되돌아 본다는 것은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보는 행위다.  한국인에 의한 최초의 근대잡지는 1896년 2월 15일 대조선인 일본유학생친목회에서 창간한 <친목회회보>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1908년 최남선이 창간한 <소년>을 종합 잡지의 효시로 보고 있다. 그 뒤로 한국 잡지는 다양하고도 올곧은 시대정신을 담아내며 120년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부길만 동원대 명예교수는 왕조사관이나 경제사관과는 전혀 다른 '출판문화사관'으로 역사를 바라보자고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김진두 서일대 교수는 '1930년대 잡지 '삼천리' 여성관 연구'이라는 발표를 통해 "100년 전 여성들의 사회적 요구가 오늘날에도 실현되지 않았음을 이야기" 하고 김희주 한국출판학회 이사는 1940년대부터 1990년까지의 교육잡지 창간호 22종을 살펴 연도별로 교육 가치관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정리한다.

사진= 이민우 촬영
사진= 이민우 촬영


뉴스페이퍼는 한국출판학회 노병성 한국출판학회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노병성 회장은 "잡지 창간호는 시대정신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창간 당시의 인간 감정구조를 포함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Q 한국출판학회의 ‘한국잡지 120년, 시대정신을 말하다’에서 창간호를 다루는 이유가 있나
“창간호의 의미나 가치에 대해 다룬 학술적인 논문이 거의 없다. 이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Q 창간호의 의미나 가치가 따로 있다는 건가.
“창간호라는 건 창간 당시의 시대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발간서, 발간사 등으로 표현되는 창간사는 당시 시대 상황과 발행인의 의도가 응축되어 있다. 그러니까 중요한 거다. 또 다른 가치도 있다. 감정이다.”

Q 잡지에 감정이 담긴다는 뜻인가. 
“개인이 아닌 사회적인 감정 구조다. 우리는 보통 감정이라는 걸 말할 때 문자 매체를 잘 안 쓴다. 감정은 영상 매체에서 주로 다뤄진다. 하지만 창간호는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었는지를 담아낸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창간한 잡지를 보면 그렇다. 1980년대 창간한 잡지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다소 억압적인 시절을 경험하지 않았나. 창간호의 행간에는 그 시대 사람들의 감정 구조가 숨어있다. 그리고 우리 출판학회나 역사학자들이 그런 감정 구조를 드러내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감정 구조를 드러내는 게 출판계와 관련해 어떤 의미가 있나. 
“콘텐츠의 감정 구조와 독자의 감정 구조가 맞아 떨어질 때 그 잡지가 널리 읽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의미도 있다. 독자 관점에서 봐야 한다.”

Q 독자 관점에서 보면 창간호는 어떤 의미가 있나. 
“잡지 창간이라고 하는 건 새로운 인간의 창조를 말하는 거다. 잡지를 통해서 우리는 표준 독자를 가정하는데 그 표준 독자는 기존 독자와는 다른 사람이다.” 

Q 종합하면 창간호는 그 자체로 역사적인 가치가 있고 또 시대를 반영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건가.
“귀중한 역사적 자료로서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한 시대의 심층적인 모습을 읽을 수 있고,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는 그 자체로 문화유산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또 다른 역할도 생겼다.”

Q 현 시점의 창간호에 특별한 점이 있다는 건가.
“창간 방식부터 이미 과거와 다르다. 시민 후원으로 창간을 한다든지 크라우드 펀딩으로 창간을 한다든지, 시민 기자단을 통해 창간을 한다거나 SNS를 통해 사람들끼리 협업해 창간호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우리 세계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서 새로운 문화 현상을 창출하는 거다. 1인 출판사에서도 창간호가 나오는 시대다.” 


Q 새로운 방식으로 창간호가 나온다는 것 외에 다른 현대적 의미는 없나. 
“창간호는 세상을 어떻게 편집하는가를 보여준다. 창간호는 발행인과 편집인과 기자들이 세상에 있는 많은 사건 중 나름의 시각으로 편집을 해서 내놓는다. 선택과 공표다. 세상을 어떻게 편집하느냐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다양한 시각을 조합하고 편집한다는 의미에서 창간호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정치 문화가 풍부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Q 잡지의 다양성이 풍부한 문화를 보장한다는 것인가. 
"잡지는 대중을 향해 만들기도 하지만 특수한 취미나 기호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다 같이 참여하는 브로드캐스트 성격보다는 좁은 내로우 캐스트적 성격이 있다는 거다. 일종의 분중을 형성한다. 우리 사회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형성하는 분중을 만드는데 기여한다. 세상 모든 것이 잡지의 주제가 될 수 있다. 방송으로 치면 케이블이다. 잡지 창간은 세상의 모든 것이 주제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세상에 없는 것도 잡지 창간의 주제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잡지의 세계는 우리 정신의 무한함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Q 이번 행사는 가천문화재단과 함께 되었는데 왜 같이 하게 됐나. 
“가천문화재단은 가장 체계적으로 잡지를 모아놓고 관리할 수 있는 공간을 설치했다. 또 국내에서 가장 많은 창간호를 가지고 있다.”

Q 가지고 있는 창간호도 가천문화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맞아. 나도 사실 창간호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세상이 올 줄 모르고 많은 창간호와 창간 신문을, 이사 다니면서 꽤 버렸다. 지금 돌아보니 후회스럽다. 그래서 아직 남아 있는 창간호를, 가천 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내가 잘 보관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이런 공적인 기관에 맡기면 그게 후대에 전달될 것 아닌가.”

Q 결국 박물관에 찾아와야 후대에게 전달이 될 것 아닌가.
“박물관은 진화하고 팽창한다. 그냥 묵혀져 있지 않는다. 창간물을 통해 세대 간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는 거다.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박물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서 영상에 익숙한 MZ세대에 맞게 창간호 잡지나 박물관 유물을 전달해주면 좋을 것 같다. 페이스북 같은 SNS에 페이지를 개설해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고. 또 요새는 AI라는 게 일반화 되어 있으니까, VR 등의 메타버스를 활용해서 박물관의 콘텐츠를 거기에 실을 수도 있다.”

Q 종이 매체가 아닌 방식으로 잡지를 알린다는 건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종이책은 이제 제작 비용이 비싸다. 그래서 웹진이 필요하다. ‘창간호’라는 제호로 웹진을 만들어서 우리 유물 중에 창간호를 소개하고 그게 어떤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지 소개한다면 좋을 것 같다.”

Q 잡지가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종이잡지 형태가 아니더라도 무한히 나올 것이라고 본다." 

Q 다른 형태라면 어떤 게 있다고 보나. 
“앞서 언급한 웹진도 있을 테지만 새로운 개념도 있다. 확신은 없지만 새로운 기술 중 NFT라는 게 있다. 진짜와 가짜가 구별이 안 되는 것이 디지털 세상인데, 그렇게 하면서 원본의 가치를 우리가 아우라라고 부른다. 아우라가 상실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NFT는 디지털 세상에서 아우라를 살려내는 기술이다. 이걸 통해서 앞으로 창간호를 수집할 수 있다. 그 창간호는 사이버 박물관을 통해서 전시할 수도 있다. 관람객 눈높이에 맞는 문화해설사도 맞춤형으로 도입할 수 있다. 

Q 이번 행사의 의미를 정리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나. 
”창간호의 시대 정신과 감정 구조를 현재화하는 게 일단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화해서 거기에서 과거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 자체가 출판 연구와 연구의 새로운 장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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