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은 아동판매업에 불과하다."그 여자는 화가 난다" 출판 기자간담회 열려
해외입양은 아동판매업에 불과하다."그 여자는 화가 난다" 출판 기자간담회 열려
  • 이민우
  • 승인 2022.07.08 01:26
  • 댓글 0
  • 조회수 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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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의 한 장면
영화 브로커의 한 장면

영화 ‘브로커’는 아이를 판매하는 "아기 판매 브로커"에 대한 영화다. 이 영화에서 아이는 중고나라에서 판매되는 하나의 상품처럼 거래 대상이다. 영화는 아이를 판매하기 위한 거래의 여정을 그려낸다. 아이를 출산한 여성, 나이를 먹어 상품 가치를 잃은 아이, 가정이 해체된 아버지, 고아원에서 성장해 어른이 된 이가 아이를 판매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영화에서는 아이가 판매되기 전 일련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거래가 무산된다. 그 과정에서 아이를 출산한 여성은 엄마로 성장을 하게 된다. 영화는 아이를 출산한 여성이 어떻게 어머니가 되는 지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아이가 판매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나의 상품으로서 거래된 아이의 삶은 어땠을까. 여기 자신이 해외에 수출됐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시인 마야 리 랑그바드다. 

시인은 국가 간 입양이 비서구권 국가의 아이들을 상품화해 서구의 부유한 가정으로 수출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가정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을 모국 밖으로 유통해 부모가 되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 즉 입양아 상품화가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고발이다. 

사회를 보고 있는 김민정 시인
사회를 보고 있는 김민정 시인

 


7월 7일 홍대에서 책 “그 여자는 화가 난다” 출간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민정 시인이 책임 편집을 맡은 이 책에서 작중 화자이자 저자 본인인 마야 리 랑그바드는 덴마크에 입양된 한국계 입양아인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간 입양의 허상을 그려낸다. 

저자는 화자이자 본인인 ‘여자’를 통해 국가 간 입양이 아이와 친가족, 양가족에게 모두 이로운 일이며 입양되지 못했다면 “배고픔에 허덕이는 삶을 면치 못했을 것”이고 레즈비언인 ‘여자’가 덴마크로 입양된 것은 “행운”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는 이것을 모두 거부한다. 

작가 마야 리 랑그바드 사진
작가 마야 리 랑그바드 사진

그는 국내 입양보다 국가 간 입양으로 입양기관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며 한국의 입양기관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입양을 성사시킬 경우 한국 정부에서 기준으로 제시하는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일종의 사업으로 ‘아이 수출’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은 1958년 이후 약 16만7000여 명을 해외에 입양보냈다.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입양과 해외 입양의 비중은 54.5%, 45.5%로 해외 입양 비중은 줄었지만 아직도 많은 입양아가 해외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이런 ‘해외 입양’을 과거 식민주의, 제국주의의 잔재로 보고 서구 사람들에게 아동을 공급하기 위해 비서구 국가 여성이 자녀를 직접 기를 수 있는 권리를 착취하고 약탈하는 행위라고 고발한다. 이런 ‘여자’의 고발은 국가와 인종, 사회적 계급 간 힘의 불균형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낱낱이 보여준다. 

사진=마야 리
사진=마야 리
여자는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에 화가 난다.
여자는 자신이 한국계 입양인인 동시에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에 화가 난다. 한국계 입양인이나 레즈비언 둘 중에 하나만으로도 충분치 않았던 것일까.
여자는 자신이 한국계 입양인이나 레즈비언 둘 중의 하나였다면 삶이 더 쉬웠을 것이라고 믿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다. 정말 그럴까. 그것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일이다. 여자는 자신이 레즈비언이기에 덴마크로 입양된 것이 행운이라는 말을 듣는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203쪽


“여자”의 분노는 모순적이며 자기비판적이다. 분노의 확실한 대상을 찾기 위한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분노는 사회의 일반적 사고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이들에게 향했다. 다음은 그들에게 화를 내는 여자 자신에게 향한다. 여자를 화나게 한 이들 역시 사회가 요구하는 사고방식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여자는 자신을 탓하는 자기 자신에게도 분노한다. 다시 방향을 잡은 여자의 화는 처음처럼 개개인에게 향하기보다는 일반적 사고 그 자체와 그 사고를 조장한 구조로 향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입양이 필요한 가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입양 자체가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작가는 “어떤 문제를 개선하기 전에 문제의 근원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사회와 국가가 입양 전에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고민해보자”고 제안했다. 특히 “가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다”며 “어머니와 살았지만 충족감을 느끼며 살았기에 가부장제를 해체하고 대안 체제를 찾자”고 말했다. 다양하고 여러 형태의 가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여자는 화가 난다”는 2014년 덴마크에서 출간됐을 때 국제 간 입양을 처음으로 비판하고 나선 책으로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을 읽고 입양을 재고하거나 철회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덴마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물론 작가에 대한 비판 역시 있었다. 작가에게 높은 수위의 비판을 적은 편지가 오기도 했따. 이 책이 국내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작가 마야 리 랑그바드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거주하는 작가이자 번역가로 1980년 한국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앙됐다. 2003년 덴마크창작문학아카데미를 졸업했고 2006년 “덴마크인 홀게르씨를 찾아라”라는 개념시 모음집을 출간해 데뷔했다. 국내에서는 김혜순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 번역을 함께 하기도 했다. 책에 대한 번역은 손화수 번역가가 했다. 손화수 번역가는 2002년부터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문학을 번역했으며 2012년에는 노르웨이번역인협회 회원이 됐다. 2012년과 2014년에는 노르웨이문학번역원에서 번역하는 번역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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