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교과서에 실려야 할 옛 시조 30편(7)-개혁주의자 정도전의 사상
이승하 시인의 교과서에 실려야 할 옛 시조 30편(7)-개혁주의자 정도전의 사상
  • 이승하
  • 승인 2022.12.07 14:56
  • 댓글 0
  • 조회수 6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개혁주의자 정도전의 사상

 

仙人橋 ᄂᆞ린 물이 紫霞洞에 흘러들어

半千年 王業이 물소이로다

兒㝆, 故國 興亡을 물어 무ᄉᆞᆷᄒᆞ리요

 

(선인교 내린 물이 자하동에 흘러들어

반천년 왕업이 물소리일 뿐이로다

아이야, 고국의 흥망 물어서 무엇하리오)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 1342~1398)의 생애는 워낙 파란만장하여 대충이라도 얘기하다 보면 밤을 새울 것 같다. 이성계를 도와 조선왕조가 성립되는 과정에서 큰 공을 세웠고 유교철학과 왕도정치를 조화시켜 조선의 문물제도를 확립하였다. 하지만 방석을 세자로 책봉케 하는 데 힘을 썼기에 방원에 의해 살해됨으로써 자신의 이상을 다 펴지 못하고 꿈을 접게 된다.

선인교는 개성의 송악산 기슭에 있는 자하동에 놓여 있는 다리다. 다리 위에서 들어보니 물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고려조가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한 나라는 망했고 한 나라를 이제 막 일어섰다. 삼봉은 원천석처럼 회고지정에 사로잡혀 나라에서 불러도 가지 않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옛 왕조를 못 잊어 새 나라에 비협조적인 원천석의 태도를 정도전은 용납할 수 없다. 이 시조는 옛 조국은 망하고 말았으니 다 잊어버리고 새 조국을 건설하는 일에 협조하자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아희(兒㝆)어즈버처럼 감탄사에 지나지 않는다. 삼봉은 과거의 영광에 너무 오래 집착하지도 말고 미래에 대한 헛된 꿈에 지나치게 가슴 설렐 것도 없다고 말하는데, 그만큼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다. 원천석의 시와는 그런 점에서 대조적이라 같이 가르치면 좋을 작품이다,

역사에 가정법이란 것은 있을 수 없지만 정도전이 실각하여 처형되지 않았더라면 조선의 역사는 꽤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이 시조를 고등학교 고전문학 시간에 가르치는 선생님은 원천석의 시조와 대비해 설명하면서 보수와 진보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정도전의 개혁과 좌절을 예로 들면서 조봉암의 진보당사건에 대해서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고시조 공부가 현대사 공부와 이어지면 학생들이 조금은 재미있어 하지 않을까.

 

사진=이승하시인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향일성의 시조 시학』,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인산시조평론상, 유심작품상,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