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교과서에 실려야 할 옛 시조 30편(8)-박팽년의 간신과 충신 비교
이승하 시인의 교과서에 실려야 할 옛 시조 30편(8)-박팽년의 간신과 충신 비교
  • 이승하
  • 승인 2022.12.08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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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박팽년의 간신과 충신 비교

 

가마귀 눈비 마자 희ᄂᆞᆫ ᄃᆞᆺ 검노

夜光月明이 밤인들 어두오랴

一片丹心이야 고틸 줄이 이시랴

 

(까마귀 눈비 맞아 흰색인 듯 검은색 되네

밤하늘 빛나는 달이 밤인들 어두울까?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

 

박팽년(朴彭年, 14171456)은 세종 때 집현전학사를 지냈으며,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발각되어 처형되었다. 성삼문ㆍ하위지ㆍ이개ㆍ유성원ㆍ유응부와 박팽연을 사육신死六臣이라 일컫는다.

세종의 둘째아들 수양대군은 세종이 임명한 실권자인 김종서ㆍ황보인ㆍ정분 등을 축출, 형의 아들인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올랐다. 형조참판으로 있던 박팽년은 전ㆍ현직 집현전학사들과 함께 세조를 제거할 계획을 세웠다가 밀고를 당해 심한 고문 끝에 옥사하였다.

이 시조에서 박팽년은 까마귀와 야광명월을 대조하고 있다. 야광명월은 야광주명월주란 광채 나는 보석의 일종이다. 밤에 빛나는 밝은 달을 뜻하기도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까마귀와 반대되는 뜻의 반짝이는 보석이다. 까마귀는 눈비를 맞아 흰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검은색이다. 변절을 일삼는 간신을 뜻하므로 신숙주나 한명회, 권람 등을 가리킨다. 야광명월은 단종의 복위를 도모한 사육신을 가리킨다. ‘고틸고칠의 옛말인데, 바뀌거나 변한다는 뜻으로 새기는 것이 좋다.

수양대군이 박팽년을 처형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부하인 김질에게 박팽년의 속마음을 알아보고 오라고 했는데 박팽년은 이 시조를 써 내밀었고, 곧바로 고문과 처형이 이어졌다. 옥졸이 이 시조를 한 부 베껴 간직하고 있었기에 후세에 전해질 수 있었다.

이 시조의 주제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절개임에 틀림없다. 세조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이광수는 단종애사에서 세조를 비판했고 김동인은 대수양에서 완전히 반대되는 입장을 취했다.

구시대의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혁명공약을 내세운 군인이 독재자가 되어 부하의 손에 죽는 사건이 1026사태가 아니었던가. 신군부세력의 주축인 전두환과 노태우 장군이 대통령이 되었지만 나란히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섰었다. 교사는 시조를 가르치면서 우리나라의 정치사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이승하시인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향일성의 시조 시학』,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인산시조평론상, 유심작품상,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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