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란 미묘하여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ᄉᆞ랑이 엇더터니 두렷더냐 넙엿더냐
기더냐 쟈르더냐 발을러냐 자힐러냐
지멸이 긴 줄은 모로되 애 그츨만 ᄒᆞ더라
(사랑이 어떻더냐 둥글더냐 넓적하더냐
길더냐 짧더냐 밟겠더냐 재겠더냐
매우 긴 줄은 모르되 창자가 끊길 만하더라)
이 세상 모든 소설과 영화와 드라마와 대중가요와 미술작품 속의 러브스토리는 남녀상열지사, 즉 금기의 파괴 내지는 사회적 지탄을 받는 불륜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사랑하였고 결혼하였다. 아이를 몇 낳고 늙어서 죽을 때까지 서로 사랑하였다는 것은 분명히 사랑임에도 소설이 될 수 없다. 드라마가 될 수 없다. 영화가 될 수 없다. 결혼하더라도 온갖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부부가 백년해로를 수많은 시련 없이 하면 재미가 없어 아무도 보지 않는다. 방해꾼이 있어야 하고 삼각관계여야 하고 아슬아슬하게 고비를 넘겨야 하고 오해가 있고 다툼이 있고 결별이 있고 재결합이 있어야 한다. 그 사회의 통념을 깨는 과감한 일탈이 있어야 한다.
작자 미상, 연대 미상의 이 시조는 미묘한 사랑의 실상을 다루고 있다. 화자는 그대가 해본 사랑이 어떻더냐고 물어보고 있다. 원만하게 진행되더냐 서로 넓은 아량으로 대하게 되더냐고 물어본다. 사랑하면서 다툰 일이 없었냐, 질투심이 생긴 적은 없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 사랑이 오래 가더냐, 금방 식더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밟겠더냐 재겠더냐는 말은 팔을 펴 길이를 재고 자로 잴 만하더냐는 것인데 처음의 열정이 계속해서 잘 이어지더냐는 물음의 우회적인 표현이다. 답은 이렇다, 내 사랑이 길었다 짧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을 동반하더라는. 애는 간과 창자를 가리킨다. 그래서 애간장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사랑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애간장을 끓이는 아픔을 동반하더라는 것이 이 시조의 주제다. 옛시조일지라도 소재와 주제가 결코 고색창연하지 않음을 웅변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향일성의 시조 시학』,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인산시조평론상, 유심작품상,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