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원, 2022 한국문학번역상 논란으로 시작 된 AI논의
번역원, 2022 한국문학번역상 논란으로 시작 된 AI논의
  • 박민호
  • 승인 2023.02.23 18:26
  • 댓글 0
  • 조회수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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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한국문학번역원]
[자료출처=한국문학번역원]

지난 2월 초, 한국문학번역원(이하 번역원)이 주최하는 「2022년 한국문학번역상」의 웹툰 부문 신인상의 수상자가 알려지며 언론이 들썩였다. 한국문학번역상(이하 번역상)은 번역원 측이 지정한 작품을 대상으로, 한국어로 쓰여진 작품을 외국어로 번역하여 그 수준을 평가한다.

이러한 번역상의 웹툰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것은 바로 다름 아닌 일본 오카야마현의 평범한 주부, 마쓰스에 유키코(松末ゆきこ) 씨였다. 하지만 정말로 논란이 된 부분은, 그녀가 AI번역기 ‘파파고’를 통해 구아진 작가의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를 번역하고 수상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된 원인은 바로 마쓰스에 씨 본인이 밝혔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해 12월, 번역상 시상식에 참가하며 관계자에게 “파파고를 이용했고, 이것이 룰 위반이 아닌지 염려된다”라는 내용이 담긴 손편지를 건넸다고 한다.

이에 AI의 자동번역과 인간의 수동번역이 동일한 조건에서 겨루는 게 공정하냐는 논란과 별개로, 전문가들은 “AI로 인한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놀랍지만 예견된 이변이다. AI와의 공존은 거스를 수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번역원 역시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AI번역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느냐, 안 된다는 입장보다는, 그 가능성에 대해서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며, 수상은 취소하지 않겠지만, 번역상 제도를 보완 및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도 헤프닝이 있었다. 한 언론사에서는 마쓰스에 씨를 ‘한글만 겨우 깨우쳤을 

 뿐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사실이었다.

번역원이 직접 사실관계를 파악한 결과, 마쓰스에 씨는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수준이 아니며, 10년 전 약 1년간 한국어를 공부한 이력이 있었음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회화 실력은 아직 서투르나, 응모 당시에도 한국어 수업을 수강 중이었으며 응모 계기 또한 한국어 선생님의 권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녀 고유의 한국어 실력이 과장되어 보도된 것이다.

번역원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며, “이 사례는 번역과 AI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AI번역의 가능성과 수용 범위 등에 대해 공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깊이 공감하고 있다. 향후 번역에서의 AI와의 협업 범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정책적인 논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번역 신인상의 경우, 신진 번역가를 발굴한다는 취지에 맞도록 “AI 등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은 자력의 번역”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향후 수상작은 확인 절차를 밟는 등 제도적으로 보완할 것임을 알렸다.

이번 이슈는 우리 사회에 AI 도입이 이제 현실로 다가왔음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무료로 AI 서비스에 접근하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 역시 큰 차이가 있었다. 광주대학교 박도형교수는 "레포트나 소설이라는 건 결국 그 사람의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것과 또 독자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에 목적이 있는데 결국 AI가 창작해냈다는 건 그 AI의 역량 및 AI 개발자의 역량이기 때문에 강하게 배척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요청으로 "출판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인력양상 체계마련연구"을 진행한 조정미 박사는 이에 대해 다르게 생각한다.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할 수 없지만, 기존 작업의 일부를 대신할 수 있는 협력적인 도구로서 인간과 함께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능력에서 AI의 우위가 뚜렷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출판 분야에서도 AI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성대학교 공병훈 교수는 이번 사례에서는 AI번역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고 말하며, 번역과 같은 분야에서는 AI를 협력 도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미래적인 발전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간의 창의성과 감성 등을 대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AI와 인간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그에 맞는 협업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례를 통해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대신할 수 있는 범위가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인간의 감성, 창의성, 판단력 등은 아직까지 대체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며, AI와 인간의 협업 방식을 잘 구성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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