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 (78) /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 박용하의 ‘얼굴’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 (78) /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 박용하의 ‘얼굴’
  • 이승하
  • 승인 2023.03.19 04:00
  • 댓글 0
  • 조회수 127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얼굴 

박용하


제 어머니는
베트남 사람입니다

제 어머니는 
필리핀 사람입니다

제 어머니는 
캄보디아 사람입니다

제 아버지는
한국 사람입니다

제 아버지는 
파키스탄 사람입니다

저는 얼굴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ㅡ동시집 『여기서부터 있는 아름다움』(달아실, 2023)에서

사진=뉴스페이퍼 제작
사진=뉴스페이퍼 제작

<해설>

 참으로 가슴을 아프게 하는 동시다.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을 텐데, 아마도 우리나라 열 집 중에 한 집은 다문화가정일 것이다. 왜냐하면 시골 마을의 분교거나 폐교 직전의 학교가 유지되는 것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덕분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기 때문이다. 교내에 행사가 있어서 학부형 중 어머니를 학교에 오게 하면 외국인 어머니가 더 많다는 얘기도 들었다. 우리 사회에 다문화가정은 지난 50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런데 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려는?

 이 동시를 읽은 다문화가정의 아이가 고개를 끄덕일까,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까? “저는 얼굴이/없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마지막 연에 이르러 아마도 다들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머리카락 모양이 다르다고, 눈동자 색깔이 다르다고, 우리말을 어눌하게 한다고 해서 놀려서는 안 된다. 안 된다고 모든 놀이방,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가르쳐야 한다. 아마도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철없는 아이들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게 차별하는 언행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이나 유럽 사회에서 한국인이 인종차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도 미국의 공항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일이 있다. 출입국장 직원이 영어로 뭐라고 물어대는데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쩔쩔매자 한심하다는 표정이 얼굴에 진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외국인이지만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것이 그자에게는 업신여김의 이유가 되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인종이 순수한 혈통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여진족, 거란족, 중국 한족, 몽골리안, 일본인과의 국제결혼……. 글로벌 시대, 이 땅에서는 절대로 있어선 안 될 일이 인종차별이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