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며느리
강영환
영도 흰여울길 앞바다에서 속살 물 타는 일흔의 김정순 씨
며느리를 베트남에서 데려왔단다
정순 씨 물질로 캐온 해삼, 전복, 소라를 펼쳐놓고 아들 내외에게 맡겼다
며느리 쯩티응아는 부끄럼이 많았지만 갯바람에 다 날려 보내고 흩날리는 아오자이 자락 같은 미소 날리며 꿈틀거리는 해삼을 손질해 내놓는다
신용카드밖에 갖지 못한 나에게 처음 본 얼굴도 잊고 선뜻 외상을 달아주는 손길이 미뻐서 세 번째 찾았으나 그 집 며느리 커피 포장공장에 일 나가고 노부부와 아들만 남아 바다를 펼쳐두고 있다
등 뒤 바다가 와서 흉보는 줄도 모르고 며느리 하나는 잘 얻었다 자랑하는 정순 씨
바다를 썰면서 대놓고 웃음질이다
ㅡ『내 안에 파도, 내 밖의 바다』(책펴냄열린시, 2023)에서

<해설>
제주도에만 해녀가 있는 줄 알았는데 부산의 영도 쪽에도 해녀가 있는 모양이다. 일흔 살 김정순 씨가 뒤늦게 며느리를 보았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왔으니 국제결혼을 한 것이고 다문화가정을 이루었다. 통계를 살펴보았더니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는 외국인 여성은 베트남, 중국, 태국, 필리핀 순이다. 지역에 따라서 (수원 같은 곳에서는) 일본인 여성과 한국인 남성이 결혼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 60년대 우리나라가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이 땅의 젊은이들이 피를 흘렸는데 이제는 베트남에서 이렇게 많이 한국에 시집을 오다니, 이렇게 될 줄 그때는 꿈이나 꿨을까?
정순 씨가 물질해 캐온 해삼, 전복, 소라를 아들과 며느리가 손질한다. 해산물을 사러 그 집에 세 번째 가봤더니 며느리는 커피 포장공장에 취직해 집에 없고 정순 씨가 남편과 아들과 함께 캐온 것을 손질하고 있다. 화자에게 정순 씨는 며느리 자랑에 정신이 없다. 등 뒤에 바다가 와서 흉보는 줄도 모르고. “바다를 썰면서 대놓고 웃음질이다”는 화룡점정이다. 상황을 죽 설명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시가 되었다.
며느리는 수영할 줄을 모르는가? 베트남의 바닷가 마을에서 자랐다면 수영할 줄 알기에 바다에 데리고 가 물질을 가르쳐주었을 텐데 말이다. 노부부와 자식, 며느리가 하루하루 행복하게, 잘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