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 의미의 불을 일으키는 21세기 연금술! 우연히 '서사가 있는 음악회(이희경, 경향신문 '문화와 삶'. 2018. 5.30.)라는 제목을 단 글을 보고 이끌린 적이 있다. 이야기도 있는데 왜 서사일까. '이야기'와 '서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야기story’가 평면적이라먼, ‘서사narrative’는 추상적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단순히 이것 때문일까. 대체 서사가 뭐길래 이렇게 끌리는 걸까. 머 서사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그 어떤 중요한 것something이
선배를 만나기로 한 곳은 대학로 인근 좁은 골목에 위치한 아담한 펍, 였다. 선배로부터 진흙탕에 처박힌 쭈글쭈글한 늙은 천사의 이야기를 들은 게 마지막이었으니 거의 이십 개월만이었다. 그날 선배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썼다는 짧은 소설에 대해 내게 얘기했었다.교황청에서는 그 노인에게 배꼽이 있는지, 아랍어를 사용하는지, 그리고 날개가 달린 노르웨이인은 아닌지 따위를 물었어.나는 선배의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격자창 아래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창틈에는 분홍색 꽃잎 하나가 끼어
[뉴스페이퍼 = 김정하 객원기자]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문화협회의 대구광역시 수성구지부는 매달 장애인 예술가가 꾸민 수성못 버스킹(길거리 공연)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구자술 지부장과 김수현 사무국장에 따르면 수성못 버스킹 공연은 “수성못에서 장애인 예술가도 공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기획이다.지난 4월 27일 오후 5시 수성못 포켓 1무대에서 ‘김환 하모니카&기타리스트(다문화가정)’와 대구지역의 청년 아코디언 연주자 ‘김준영(발달장애)’이 첫 공연을 시작했다. 두 번째 공연은 5월 28일 오후 7시 수성못 포켓
붉은 그네 이혜미(시인) 무릎이 저녁의 끝까지 당겨질 때혼자의 형식이 완성된다 깊이는 자주 무너졌지아름다운 것 앞에서징그러운 것 속에서 숨이 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거리는 얼만큼일까 치솟을수록 더 멀리 뒤쳐질 것을 몰라서사소해진 위치만큼 입꼬리를 올리고어떻게든 되돌아오는 처음에 대해 생각했지 흐린 곡선 위에 앉아 조금씩 흔들렸지만문득 돌아보면높이가 각도로 바뀌는 세계 썰물처럼 마음이 빠져나간 곳에깨진 유리들이 반짝이며 수북해질 것을 알아서 그네를 밀어주던 사람이새로운 뒷모습을 얻는 시간에 대해 떠올리고 떠올랐지 그네줄이 손끝에서 점
일시 : 2019년 5월참석자 : 김대현(인터뷰어, 문학평론가), 하명희(소설가)김대현 : 하명희 선생님 안녕하세요. 문학평론을 하는 김대현입니다. 오늘은 웹진 〈문화다〉 특집 ‘우리 시대의 리얼리스트들’ 관련하여 박일환 시인에 이어 두 번째로 선생님과 대담을 진행하려 합니다. 대담을 준비하기 위해 선생님의 작품 『불편한 온도』(2018, 강)와 『나무에게서 온 편지』(2014, 사회평론)를 다시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처음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읽는 사람을 서늘하게 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그에 관련된 생각들을 선생님께 직접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지회가 주최하고, 대구시의 지원으로 대구경북시민과 함께하는 문학치유프로그램 ‘문학으로 휴休, 하다’ 행사가 오는 5월17일(금)부터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총 세 마당으로 이루어져 있다.첫째마당, 5월 17일(금)에는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대구문학관에서 대구경북의 집단적 아픔인 1946년의 ‘대구10월항쟁’과 2003년의 ‘대구지하철 참사’의 고인들 그리고 유족 분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고통을 어루만지는 언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10월 항쟁 유족과 대구지하철 사고 생존자 및 유족들, 대구경북 시민들을 대상
제 이름은 파비용입니다. 무슈 파비용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저는 지금 깊은 어둠 속에 있습니다. 어둠은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빛이 완벽하게 차단된 오크통에서 몇 년을 견딘 적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말입니다. 어둠에도 층위가 있음을 저는 이곳에 와서 알게 됐습니다. 오크통의 어둠은 지낼 만했습니다. 아니 지낼 만한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환희의 어둠이었습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이제 곧 세상으로 나가게 되리라는 찬란한 약속을 담보한 어둠이었으니까요. 무려 백 년이 걸린 르 파비용 탄생의 마지막 숙성과정이었으니까요. 그러
자유롭게 쓰고 싶은 걸 쓰라는 청탁. 특정한 작품론/작가론을 쓰라는 것보다 어렵다. 자유는 원래 어려운 법이다. 그래도 허용된 글쓰기의 자유를 활용해 창작과 비평에 대해 삐딱한 한 비평가가 느끼는 주관적 단상을 적는다.1. 순문학과 기타 문학얼마 전에 한국문학 작품번역의 범주를 다시 논의하기 위한 회의에 참석했었다. 놀랐던 사실. 여전히 문학의 범주를 순문학/본격소설과 기타문학/장르 소설로 나눈다는 것. 한국문학사에서 언제부터 소위 ‘순문학’ 혹은 ‘본격문학’과 기타 문학을 날카롭게 구분했는지는 별도로 살펴볼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3회에 걸쳐 ‘텍스트에 담긴 인문정신’을 분재한다.③ 소크라테스와 회의정신 머 대체로 보아왔지만 물가의 뜬풀을 살짝만 걷어내도 거기 놀라운 물속 풍경이 펼쳐지듯, 꼭 그렇게 서구의 정신을 살짝만 걷어내도 거기에는 불굴의 저항정신과 도저한 탐구정신이라는 놀라운 인문정신이 흘러 왔음을 볼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구의 인문정신에서 우리는 그 누구보다 소크라테스를 얘기하게 되는데, 왜냐하먼 바로 여기에 하나의 프로토타이프한 원형으로서 죽음을 불사한 인문정신 고유의 회의정신이 저류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 그는 철학사상
거실의 불이 꺼지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잠시 뒤 천장 한쪽 구석이 열리면서 햄스터 하나가 고개를 내밀고 녹색 깃발을 흔들었다. 그러자 작은 로봇의 등이 열리고 도시락 가방을 든 햄스터가 내렸다. 햄스터는 문을 닫고 뽈뽈뽈 거실을 가로질렀다. 걸어가다가 방석 위에 앉아있는 강아지를 보더니 인사를 했다.“수고하셨습니다.”“어, 수고했어. 잘 들어가.”강아지가 앞발을 흔들었다. 햄스터는 캣 타워에 있는 고양이에게도 인사했다.“수고하셨습니다.”“어, 그래. 수고했어.”“근데 허리는 좀 어떠세요?”“아까 무리했는지 지금도 아프네.”고
일시 : 2019년 3월 25일참석자 : 이성혁(인터뷰어, 문학평론가), 박일환(시인) 이성혁 : 박일환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성혁입니다. 전엔 자주 뵈었는데 요즘은 자주 뵙지 못하네요. 웹진 에서 4월부터 ‘우리 시대의 리얼리스트들’이란 제목으로 작가들과의 인터뷰를 다달이 연재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순서로 선생님께 부탁드리게 되었습니다. 마침 『등 뒤의 시간』(반걸음 출간)이라는 시집을 막 출간하셨기 때문에 시집 출
[뉴스페이퍼 = 김정하 객원기자] 올해는 구상 시인의 탄생 100주년이다. 이를 맞아 오는 4월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고모역과 범어도서관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한다.먼저 대구광역시 수성구는 고모역복합문화공간에 구상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고모역 시비를 설치하고, 4월1일(월) 13시 제막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이번 제막식은 한국 시단의 거목 구상 시인이 북에 계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시 '고모역'에 대해 제작 및 설치한 시비를 공개하는 자리로, 방문객들에게 구상시인의 문학적 신념과 고모역의 문화적 가치를
준섭은 달렸다. 닭튀김을 배달통에 넣고 달렸다. 너무 늦게 도착하면 주문을 취소할 수도 있다. 취소한 닭과 닭값은 고스란히 준섭이 떠안아야 했다. 그러면 하루 일당이 훅 빠져나가고도 더 달려야 했다. 준섭은 달렸다. 자동차들 사이로 곡예하듯 달렸다. 배가 고프긴 했지만 닭을 먹기는 싫었다. 배달 취소된 닭은 욕을 먹어서 그런지 징그럽게 맛이 없었다. 친구들을 불러내 식은 닭을 주는 것도 한두 번 하다 보니 버리는 게 나았다. 준섭은 달렸다. 신호도 무시하고 달렸다. 이렇게 달려도 늘 늦었다. 주문한 집에 도착하면 늦어서 죄송합니다로
3회에 걸쳐 ‘텍스트에 담긴 인문정신’을 분재한다. ②오딧세우스와 지적호기심[뉴스페이퍼 = 김상천 문예비평가] 인문정신의 역사는 도전의 역사였다 옛날에는 자연현상이 분명히 신의 의지의 지배를 받는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 현상의 원인을 탐구하는 것을 불경스럽다고 보았다 따라서 자연(신)의 탐구는 금기에 도전하는 일이기에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일이었고, 그 첫 희생자가 오이디푸스였다 그러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자, 오늘은 그 두 번째 오딧세우스편이다 그를 다룬 호메로스의 를 펼쳐보자“들려주소서 무사여신이여, 트로이아의 신성
‘되기’어린 시절부터 소녀는 수많은 전투에 참여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살인 기계‘화’ 된다. 길베르트는 소녀의 이러한 행동을 안쓰럽게 쳐다보며 부끄러워했지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소녀를 ‘도구’처럼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마지막 전쟁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길베르트는 오랜 시간 숨겨 둔 말을 꺼내놓는다. “자유롭게 살아야 해, 마음속 깊이 너를 사랑했어”라고 말이다. 소녀는 이 말을 듣고 자유롭게 산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오랜 시간 살인 기계로 살아온 탓에, 사랑한다는 말을 뱉
[뉴스페이퍼 = 금보성 관장] 문재인 정부 인사에 관해 늘 희비가 엇갈린다. 내편이 아니라는 식으로 폄하하는 것이 비일하다. 우리나라 미술계에도 수많은 관장이 있는데, 국립, 도립, 시립 관장은 임기제라 잘못 선출되어도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다. 적절하다거나 적절치 못하다고 편가르지 말고 기대해 보고 기다리는 미덕이 필요하다. 관직이란게 평생 하는 것이 아닌 임기직 아닌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에 관해 미술인으로서 환영한다. 장관 내정자는 청문회를 갖는다. 이번 문화부 장관 내정에 대해 영화인들의 거센 비난이 있다. 문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은 카스피해에 인접한 나라로, 이란, 조지아, 러시아 등과 국경을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과는 1992년 수교를 맺었으며, 상호 대사관은 2007년 설립되었습니다. 한국과는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처럼 느껴지지만 한류의 영향을 받은 젊은층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2011년에는 한사모(한국을 사랑하는 사람 모임) 아제르바이잔 협회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아제르바이잔 내에 약 3천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한사모 아제르바이잔 협회는 2015년과 2019년에는 한국 그림 전시회를 진행했으며, 2017년 9월부
[뉴스페이퍼 = 박용규 연구위원] 한글학회 이사회가 작년 7월 16일에 단독으로 만든 선출규정을 가지고, 오는 2019년 3월 23일에 한글학회는 임원(이사, 회장, 부회장)을 선출하겠다고 공고하였다. 이번 한글학회 평의원회에서 뽑는 임원 선출은 다음과 같은 결정적인 하자를 가지고 있다. 첫째,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글학회 회칙에는 ‘중요한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친다.’고 회칙 14조 6항에 나와 있다.(“제14조(회원총회 기능) ① 이 회의 회원총회에서는 다음의 일을 한다. 5. 회칙 개정. 6. 그 밖에 중
[뉴스페이퍼 = 남유연 객원칼럼니스트] 투명하게 반짝이는 물빛, 물 밑에서 수영하고 있는 사람과 그 사람을 쳐다보는 듯 아닌 듯 물을 응시하는 사람. 밝고 화사한 색채들이 조화롭게 어울리지만 어딘가 쓸쓸하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이다.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이름은 최근에 특히 자주 언급되는 이름이 되어가고 있다. 작년 겨울 그의 대표작 이 매우 비싼 가격에 팔렸다는 기사가 많이 떴다. 또,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3월 22일부터 호크니 전시가 예정되어 있어 각종 홍보 광고를 볼 수 있다.
3회에 걸쳐 ‘텍스트에 담긴 인문정신’을 분재한다. ①오이디푸스와 아버지 살해 [뉴스페이퍼 = 김상천 문예비평가] 인류의 역사에는 인문정신이라는 저류가 간단없이 흐르고 있다. 1. 내 여인이 인사할 때/한껏 거룩하고 성스럽게 보여/누구든 혀를 떨며 굳어지고/눈 들어 쳐다보질 못하네 2. 맑고 신선하며, 달콤한 물가,/거기 내게만 여인으로 보이는 그녀/아름다운 자태를 드리우네 3. 꽃 따러 돌아다니는/그녀를 보았을 적/바로 가까이 가 말했다/“그대를 사랑하오” 미소를 머금은 그녀/1은 중세의 끝에 선 단테의 시로 여기서 ‘내 여인(베